이병천 교수, 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메이' 실험했다
이병천 교수, 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메이' 실험했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5.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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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 "복제견 실험 반입은 보고되지 않아"
수의학적 관리도 소홀…법 위반 여부는 판단 보류해
메이
탐지견으로 활동하다 퇴역하고 서울대학교 수의대 동물실험에 이용된 비글 복제견 '메이' 모습.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사역견 학대실험' 논란을 일으킨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 없이 복제견을 실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서울대는 이 교수에 제기된 동물학대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윤리위원회) 산하 조사위원회는 "동물실험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실험이 이뤄졌고, 해당 복제견 실험 반입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19일 구성된 조사위는 그동안 이병천 교수의 마약탐지견 동물실험에 관하여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반입된 복제견 메이(사망), 페브, 천왕에 대한 동물실험의 위법성과 동물 학대 의혹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회의는 6차례가 열렸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 교수 연구팀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데려온 메이 등 복제견 3마리를 실험한다는 사실을 서울대에 제출한 동물실험계획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전에 윤리위원회의 승인 없이 실험이 진행됐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조사위 관계자는 "이 교수가 복제견들의 실험 내용을 의도적으로 계획서에 누락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후 사정 당국 수사에서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위의 조사결과, 이 교수는 메이에 대한 수의학적 관리 역시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복제견 관리를 전적으로 사육관리사의 보고에만 의존하고, 실제 개체 확인이나 적극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실험에 동원된 개들은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수의학적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비글견 '메이'의 사인은 영양실조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조사위는 이 교수에 제기된 동물학대 의혹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이 교수에 제기된 동물학대 의혹에 대해 조사위는 "연구팀의 기록과 면담을 확인한 결과 이 교수의 동물학대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실험 대상으로 금지된 사역견을 실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대에 이관된 복제견 3마리는 실제 마약탐지 활동을 하는 운영견이 아닌 예비견이었다"면서 "동물보호법상 사역견에 해당하는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서울대 조사위의 판단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교수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사위는 조사결과 드러난 △실험계획서와 상이한 내용에 대해 승인을 받지 않은 점 △수의학적 관리가 철저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서울대 연구운영위원회에 검토 및 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윤리위 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 교수와 관련한 사정당국의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숨진 메이와 함께 실험을 받았던 페브와 천왕성은 건강 이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 입원해 관리를 받고 있다. 

앞서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달 15일 복제 탐지견 비글 3마리가 서울대 수의대에서 불법 동물시험에 사용돼 왔다고 주장하며 현재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글 2마리를 구조해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후 같은 달 22일에는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인천공항 검역센터에서 검역탐지견으로 일했던 비글 '메이'와 '페브', '천왕이'를 지난해 3월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에게 동물실험용으로 이관했다. 그런데 실험용으로 이관된 3마리중 '메이'가 동물실험에 이용된 뒤 폐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후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병천 교수의 즉각 파면과 비윤리적인 동물복제사업의 영구 폐지를 촉구했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달 이병천 교수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조사 중인 '스마트탐지견 개발연구'를 중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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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견으로 활동하다 퇴역하고 서울대학교 수의대 동물실험에 이용된 뒤 폐사한 비글 복제견 '메이'. 동물실험 동원 전 건강한 모습.(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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