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남 양산 개농장서 구조한 개 64마리 데리고 나와
학대와 방치에서 긴급구조된 동물들에게 국가가 '난민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동물보호 개인 활동가들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학대와 방치, 잔혹한 도살로 죽어가는 동물들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갈 곳 없는 구조동물에게 사람의 난민지위와 같은 자격을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개인 활동가들은 이날 성견 52마리와 새끼견 12마리 등 총 64마리의 개들을 현장에 데리고 나와 상황의 절박함을 알렸다.
이들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개인들이 감당할 선을 넘었다. 하지만 죽어가는 동물들을 죽도록 둘 수는 없었다"며 "동물보호법이 있으나 마나한 현실, 동물과 활동가들만 죽어나가는 현실, 보호소 하나 제대로 만들기 어려운 현실, 구조해도 갈 곳 없는 현실, 국가는 책임지지 않는 이 불합리한 현실을 갈 곳 없는 개들과 함께 온 몸으로 세상에 알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에 △구조동물들에게 난민지위 부여 △고통받는 동물 외면 말고 국가가 책임질 것 △각 지자체에 구호동물 보호시설 마련 △학대와 방치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입소 허락 △개도살 금지하고 불법적 개농장 시설 전수조사 및 철거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앞서 동물활동가들은 지난 4월 21일 경남 양산시 한 개농장에서 방치되고 있는 40여마리의 개들을 발견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개들은 도사와 잡종은 물론 핏불테리어, 골든리트리버, 그레이트데인, 브리트니스파니엘, 진돗개 등 소위 품종견이라 불리는 개들도 섞여 있었는데, 식용과 번식을 목적으로 사육됐다.
개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뜬장에 갇혀 지내며 곰팡이와 구더기가 낀 라면죽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개농장주는 농장 부지의 용도 변경으로 인해 더 이상 개농장 운영이 어려워지지가 개들을 그대로 방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독지가가 개들의 죽음을 방관할 수 없다며 개농장주로부터 개들을 모두 매입에는 성공했지만, 수십마리의 개들을 맡아 줄 보호소는 찾을 수 없었다.
개인 활동가들은 "불법 개농장을 방치하는 대한민국, 끔찍한 개도살을 허용하는 대한민국, 농장주의 생계는 걱정하지만 학대받는 동물은 외면하는 이 개탄스런 현실을 정부와 국회는 직시해야 한다"며 "이 동물들을 이제 개인이 아닌, 민간 동물단체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활동가들은 64마리의 구조동물들에 대한 도움을 호소하며 이날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