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에 한국호랑이·한국표범 160여마리 산다"
"러시아 연해주에 한국호랑이·한국표범 160여마리 산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5.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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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범보전기금, 러시아·중국 전문가 초청 토론회 개최
빅터 바르듀크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장 등 참석
한국호랑이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아무르호랑이.(사진 한국번보전기금 제공)
한국호랑이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아무르호랑이.(사진 한국번보전기금 제공)

 

멸종 직전까지 갔던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이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160여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은 25일 오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인영강의실에서 'Tiger Convergence Series, 문화하는 호랑이' 시리즈의 두번째 행사로 러시아·중국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빅터 바르듀크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장, 유리 달만 세계자연기금(WWF) 아무르지사 수석고문, 이영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원, 나자 수니칸 표범의 땅 국립공원 수의학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빅터 바르듀크 원장은 표범의 땅 국립공원의 주요활동과 한국표범 및 한국호랑이 보전 현황 등을 소개했고, 유리 달만 수석고문은 동북아시아 생태계 속 한국호랑이 현황을 전했다.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한국호랑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이영 연구원은 '중국 동북호랑이국가공원 계획'을 발표했고, 나자 수니칸 연구원은 극동러시아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에 대한 질병위험평가 방법 등을 설명했다.

지난 2012년 러시아 연해주에 설립된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는 현재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이 120마리 이상이 살고 있다. 한때 전 세계에 3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멸종 직전까지 갔다가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이곳에는 한국표범뿐만 아니라 한국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도 크게 늘어 39마리가 서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2017년부터 표범의 땅 국립공원 건너편 국경지대에 호랑이와 표범 보호를 위한 대규모 국립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경기도 면적의 1.4배인 1만4600㎢ 면적인 이 국립공원에는 현재 호랑이 약 45마리가 살고 있다.

두만강 하류와 인접한 이들 지역은 동북아 생태계의 요충지로, 향후 남한과 북한, 러시아, 중국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사업이 기대된다.

바르듀크 원장은 “2000년 러시아 쪽 표범 개체수는 모두 25마리로 멸종 직전에까지 몰렸지만 2012년 국립공원 설립 뒤 개체수가 불어 지난해에는 92마리에 이르렀다”면서 "중국 국립공원의 개체수까지 합치면 2000년 30마리에서 2017년 122마리로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바르듀크 원장은 보호구역 확대가 표범 개체수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1995년 러시아에만 보호구역이 1240㎢ 있었지만 2017년에는 중국 쪽을 포함해 5541㎢로 확대됐다.

바르듀크 원장은 ‘표범의 땅’ 국립공원 안에는 총 400개의 무인카메라가 설치돼 있는데, 지난해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서식하는 표범 암·수가 포함된 4마리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러시아측에서는 지난 4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때 북한 당국에 호랑이와 표범 서식지 보존을 위한 협력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오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인영강의실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문화하는 호랑이' 시리즈의 두번째 행사로 러시아·중국 전문가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리 달만 세계자연기금(WWF) 아무르지사 수석고문, 이항 한국범보전기금 대표, 빅터 바르듀크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장, 나자 수니칸 표범의 땅 국립공원 수의학 연구원(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했다.
25일 오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인영강의실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문화하는 호랑이' 시리즈의 두번째 행사로 러시아·중국 전문가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리 달만 세계자연기금(WWF) 아무르지사 수석고문, 이항 한국범보전기금 대표, 빅터 바르듀크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장, 나자 수니칸 표범의 땅 국립공원 수의학 연구원(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했다.

 

유리 달만 수석고문은 이날 "1940년대 50마리 수준이었던 한국호랑이 개체수가 차츰 늘어나 가장 최근의 조사인 2015년 발자국 조사에서는 새끼100마리 정도를 포함해 523∼540마리 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로 추정됐다. 이는 2005년 조사 때보다 15%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달만 수석고문에 따르면 극동러시아지방에서 한국호랑이 개체수 변화는 그동안 1940년대 이후 꾸준히 늘고 있지만 1980년대에 두 차례 감소한 사례가 있다. 이는 무분별한 밀렵과 멧돼지 전염병 유행에 따른 먹잇감 감소 때문이었다. 

달만 수석고문은 "보호구역 체계를 만드는 것이 호랑이 보전의 시작”이라면서 "러시아에서 지난해 말 현재 호랑이 보호구역은 서식지의 17.7%에 불과하다. 중국쪽 보호구역이 생겨나 그 비율이 21.2%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체 호랑이의 80% 가량이 보호구역 밖에 살고 있어 보호구역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영 연구원은 이날 현재 중국이 조성하고 있는 '동북 호랑이와 표범을 위한 국가공원'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2017년 국립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한 이래 북경사범대학교와 연변대학교에 한국호랑이와 표범 국립공원 연구소를 설치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일부 지역에는 설치를 했고, 당초 계획을 일부 수정하면서 국립공원을 조성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나자 수니칸 연구원은 "1990년대 아프리카에서는 개홍역 바이러스 발병으로 사자와 표범이 대량으로 죽었고, 최근 인도에서도 사자가 개홍역 바이러스로 인해 20마리가 죽었다"면서 "또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가 멸종 위기에 처한 리베리아(스페인) 스라소니에 큰 위협이 되었다"고 밝혔다.

수니칸 연구원은 이어 "전염성 질병은 작고 제한된 개체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그렇게 때문에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에 대한 질병위험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이항 한국범보전기금 대표는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은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 보전과 복원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과 접해 있고, 또 중국의 동북 호랑이·표범 국립공원과도 접해 동북아 생태계의 요충지"라면서 "이곳에는 호랑이와 표범 등 최상위 포식자뿐 아니라 여우, 사슴, 스라소니 등 한반도에서 절멸되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어 미래 한반도 멸종위기종 복원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범보전기금은 올해 '문화하는 호랑이' 행사를 기획해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강연과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시리즈 첫번째로 푸닛 팬디 인도 아미티대 야생동물연구소 교수와 황순선 숙명여대 교수가 강연을 진행했다.

한국범보전기금은 그동안 호랑이와 표범의 보전은 물론 학문과 분야를 망라하는 통합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호랑이 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오는 2022년 호랑이해를 맞아 건립을 추진 중인 '호랑이 박물관'은 학문적인 차원을 넘어 국제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될 것으로 한국범보전기금은 기대하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인영강의실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문화하는 호랑이' 시리즈의 두번째 행사로 러시아·중국 전문가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25일 오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인영강의실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문화하는 호랑이' 시리즈의 두번째 행사로 러시아·중국 전문가 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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