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사고는 조류 생활사보다 환경적 변화가 더 큰 영향 확인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인공구조물이 증가함에 따라 새들이 죽어가고 있다.
27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선·건물과의 충돌사고에서 구조되는 조류의 수가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2017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11개소에서 전선·건물과 충돌사고로 구조된 야생조류는 모두 8613마리(외래종 및 사육조류 제외)로 집계됐다.
앞서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7년 12월~2018년 8월 전국 건물 유리창, 투명방음벽 등 총 56곳을 조사한 결과, 1년에 조류 800만마리가 벽에 부딪혀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KEI 발표에 따르면 특히 멧비둘기 등 소형 텃새가 폐사하는 일이 많았다. 멧비둘기가 85마리, 직박구리 43마리, 참새 40마리, 박새 19마리 순으로 총 378마리의 조류가 인공구조물 충돌로 폐사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참매, 긴꼬리딱새도 1마리씩 발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및 수도권, 충남, 부산 및 경남,제주 일대에서 충돌사고로 폐사하는 조류가 증가했으며, 강원과 경북지역은 충돌사고에서 구조되는 조류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개발사업 등으로 인한 건축물, 건물의 유리창 및 소음 저감을 위한 투명방음벽 등 인공구조물과 조류의 충돌 현황을 환경부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다.
연구결과, 조류충돌 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공동주택 등의 개발사업, 특히 고층건물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조류충돌은 조류의 생활사 특성, 즉 서식·번식·월동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보다는 환경적 변화에 따라 발생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조류의 서식지는 다양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산에 사는 종(산새류)과 물가에 사는 종(수조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산새류가 수조류에 비해 더 높은 빈도로 충돌 후 구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새류의 경우 몸무게가 약 300g 이하인 소형 산새류가 전체의 67.7%로 충돌 후 구조되는 빈도가 가장 높았고 1000g 이상인 대형 조류도 약 12.2%로 두 번째 빈도를 보였다. 수조류는 몸무게가 1000g 이상인 중·대형종이 주로 충돌한 것으로 분석됐다.
KEI 자료에 따르면 유리로 구성된 건물과 건물 앞 조경수 등이 서로 평행하게 위치할 경우 조경수가 유리창에 반사돼 조류충돌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때 수평적 위치에 서 있는 나무나 꽃 또는 상층부 하늘이나 구름을 반사시키는 건물의 벽면을 20~40도 기울이면 유리면에 바닥(땅)이 함께 반사돼 조류충돌을 저감할 수 있다.
또한 유리창에 어떠한 사물이 반사되려면 빛이 필요하므로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시설물, 즉 어닝(차광막)을 설치해 햇빛을 가리면 유리에 반사되는 하늘, 구름, 나무, 꽃 등으로 인한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이밖에 맹금류 스티커를 이용한 조류충돌 저감방안은 인공구조물과 조류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유리창에 직접 처리하는 방식이다. 조류가 유리창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스티커 등을 부착하면 조망권은 나빠지지만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건물 내부, 즉 유리창 안쪽에 간단히 커튼이나 블라인드 등을 설치해 반사율을 낮추고 유리창을 조류에게 인식시켜 충돌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후승 KEI 환경평가본부 부연구위원은 “충돌사고에서 구조된 조류 현황을 살펴보면 조류의 생활사 특성에 따라 계절적으로 변화가 발생함을 알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여름에는 텃새와 여름철새의 충돌 비율이 높았고 겨울에는 겨울철새의 충돌 비율이 높았다”면서 “나그네새의 경우 이동시기인 봄철과 가을철에 충돌 빈도가 높았으나 충돌횟수는 크지 않았고, 길 잃은 새는 특정한 계절적 패턴 없이 1년 내내 충돌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인공구조물과 조류충돌을 저감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국가간 큰 차이가 없다”면서 “조류가 인공구조물과 충돌하는 이유는 투명한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반사된 형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일시적인 시각적 혼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조류의 인식 혼란을 저감하거나 구조물을 인식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