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 순천만동물영화제 기대작
다큐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 순천만동물영화제 기대작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8.21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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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동네 '백사마을'서 벌어진 감동스토리 
'재개발지역 출몰' 들개들, 버려진 반려견 다른 이름
임진평 감독 "보듬어주고 함께 살아갈 소중한 생명"

 

오는 22일 개막하는 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에서 꼭 봐야할 영화가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감독 임진평)이다. 이 영화는 동물부터 자연과 생태까지 확장된 장르를 아우르는 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박정숙 총감독이 추천한 작품 중 하나다.

영화제 개막에 앞서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먼저 만나봤다. 

영화의 배경은 서울의 강북 끝, 불암산 산자락 아래 '백사마을'. 이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는 하늘 아래 첫 동네다. 백사마을이란 이름을 처음 들으면 흔히 뱀과 관련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사실은 행정구역상 주소지(노원구 중계동 104번지)에서 유래했다. 

영화는 지난 2017년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와 서울시가 백사마을에서 들개예방을 위한 반려동물 전수조사를 벌이는 과정부터 연탄광 옆 1m 쇠사슬에 묶여 4년을 살다가 새로운 삶을 찾는 대형 믹스견 '곰순이'의 파란만장 입양기, 마을주민들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만든 유기견 임시보호소 '동행 104'를 통해 펼쳐지는 견생역전 스토리 등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말, 도시정비라는 명목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이곳 산자락에 노끈으로 둘러친 8평씩의 공간을 할애 받아 각자의 보금자리를 꾸렸다. 

이곳은 아직도 겨울이면 자원봉사자들 뿐 아니라 연탄 검댕이를 묻히고 찍은 인증사진이 필요한 유명인들이 종종 들른다. 현재 재개발이 확정된 백사마을은 한 집 걸러 한 집이 빈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은 하나 둘 꾸준히 떠나갔고 버려진 집에는 개들만 남았다.

재개발 지역에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들개는 이처럼 버려진 개들이 함께 몰려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들개는 한 때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다가 버려진 반려견들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영화는 이밖에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잃은 후 '펫로스 증후군'에 빠진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위로하는 모습들, 어린시절 키우던 개와의 이별 아픔을 한 평생 갖고 사는 배우의 이야기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소개된다.  

임진평 감독은 "첫 눈이 소복하게 쌓이던 날 백사마을에는 여전히 버려진 개들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때 새삼 깨달았다"며 "그들은 매스컴에서 잊을 만하면 떠드는 그 사나운 들개가 아니었다. 그저 인간들의 생활권으로부터 밀려나고, 버려진 채 갈 곳 잃은, 우리가 보듬어주고 함께 살아가야만 할 소중한 생명들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는 22일부터 5일간 순천문화예술회관, 순천만국가정원, CGV순천, 순천시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 등 순천시 일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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