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9마리 사육곰 문제 해결 위해선 '생츄어리' 조성이 답"
"479마리 사육곰 문제 해결 위해선 '생츄어리' 조성이 답"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9.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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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곰보금자리프로젝트, 국내 사육곰 실태 공개·대안 제시 
현장조사 80% 농장에서 정형행동 관찰·침울 상태에 이른 개체까지 
인식조사 결과 시민 79.3% "사육곰 문제 해결에 정부 역할 필요하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대표 최태규)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대표 최태규)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에서 웅담채취 목적으로 길러지는 '사육곰'들이 동물복지가 심각하게 훼손된 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실태가 공개됐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대표 최태규)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두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육곰의 열악한 복지실태 및 문제 해결에 대한 여론을 알리면서 대안 제시와 함께 정부에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국내 사육곰은 1981년에서 1985년까지 수입된 493마리를 시작으로 증식을 통해 2005년 최대 1454 마리까지 증가했다. 이후 2014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행된 증식금지 사업 이후 개체수는 지속 적으로 감소해, 2019년 6월 기준 현재 479마리가 남아있다. 이는 올해 초 526마리보다 47마리가 줄어든 숫자다.

사육곰 농장 수 또한 개체수가 최대로 증가한 2005년 93개까지 증가했다가 점차 감소해 현재는 31개 농장만 남아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8개 농장의 현장조사 결과, 최소한의 복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농장은 전무했다. 사육곰이 흙을 밟을 수 있는 농장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상시적으로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은 8개 농장에 불과했다.

또한 대부분의 농장에서 배합사료를 급여하고 있었는데, 일평균 급여 횟수는 1.27회로 사육곰이 먹이탐색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자연 상태의 곰들은 먹이를 찾고 이를 섭취하는 행위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한다. 하지만 먹이의 양과 횟수가 부족한 사육곰들은 먹이에 집착하게 되고, 먹이에 대한 기대와 집착은 정형행동(반복적으로 무의미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이어진다. 

동물자유연대는 실제 행동관찰이 가능했던 농장의 80%에서 사육곰들의 정형행동이 관찰됐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건강 상태가 심각해 정형행동조차 보이지 않는 침울 상태에 빠진 개체들까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육곰들의 복지 문제에 대해 시민들은 정부가 나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8월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민인식조사 결과, 사육곰 문제에 대한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대답이 79.3%(전적으로 필요함 50.3%, 어느 정도 필요함 29.0%)를 차지했다.

사육곰 특별법 제정에도 78.3%의 응답자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처럼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부가 나서 곰들의 복지가 반영된 사육곰 산업의 종식 목표 및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국내 사육곰 산업의 종식과 관련해 베트남의 민관협력사례는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베트남 정부는 애니멀스 아시아, 프리더베어스 등 국제시민단체와 협약을 통해 생츄어리(야생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시설)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사육곰 농장을 적발해 곰을 압수할 경우 생츄어리에서 보호한다.

동물자유연대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이날 우선 150마리 수용 가능한 규모의 생츄어리를 조성해 40마리 입주로 시작해 점차 마릿수와 시설규모를 확장하는 방식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들에 따르면  생츄어리 신설 추산 비용은 150마리 시설 기준으로 시설건립비 73억5000만원 운영비 연 11억원 수준이다.

동물자유연대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베트남 사례처럼 생츄어리 부지로 유휴 국유지나 국립공원, 국·공립 동물원의 여유 부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또한 농가의 전 폐업 지원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사육곰 문제의 해결은 좁게는 철창 안에 갇힌 사육곰들을 고통에 구하여 복지를 실현하는 것과 동시에 넓게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의 관계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사육곰 산업 종식 및 사육곰 보호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노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대표는 "야생동물 생츄어리는 국내에는 생소한 개념이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일반화된 시설"이라면서 "이제 한국도 곰 생츄어리를 통해 비인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야생동물 사육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이번 조사결과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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