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보호,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정책 바꾸는 게 효과적"
"야생동물 보호,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정책 바꾸는 게 효과적"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09.2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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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보호 활동가 아이리스 호, '카라 동물영화제' 참석차 내한
"한국 대기업들, 동물보호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앤드 스페이스에서 야생동물 정책전문가인 아이리스 호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수석 캠페이너의 간담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앤드 스페이스에서 야생동물 정책전문가인 아이리스 호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수석 캠페이너의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상임위원회에서는 야생에서 불법으로 포획된 코끼리를 동물원 등에 팔아 넘기는 거래의 금지를 결정했다.

그간 CITES는 아프리카 코끼리를 보호가 필요한 동물로 지정해 교역을 금지했으나, 코끼리 개체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서는 부분적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실제 짐바브웨에서는 2012년 이후 아기 코끼리 100여 마리를 포획해 중국 동물원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코끼리의 서식지는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1959년 대비 59%가 줄었다. 갈 곳을 잃은 코끼리들은 꼼짝없이 굶어죽거나 밀렵꾼의 사냥감이 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06년 55만마리였던 아프리카코끼리는 2016년 41만5000마리로 급감했다. 탄자니아에서만 2007~2017년 사이에 6만6000마리가 사라졌다. 이는 불과 10년만에 전체 개체수의 60%가 줄어든 것이다. 모두 밀렵꾼에 의해 희생됐다. 

밀렵꾼들이 코끼리의 목숨을 대신해 얻는 상아는 탄자니아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 태국 등으로 수출된다. 최대 밀수국은 중국이다. 중국에서 상아는 1kg당 10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상아 거래는 불법이다. CITES는 일찌감치 1989년 상아 거래를 전면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밀렵꾼들에 의해 코끼리들의 희생은 아직까지 여전하다.

아프리카,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야생동물을 지키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중인 아이리스 호(Iris Ho)가 최근 방한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가 개최한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KARA ANIMAL FILM FESTIVAL) 참석을 위해서다. 그는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수석 야생동물 캠페이너이자 정책전문가다.

아이리스 호는 28일 오후 열린 간담회에서 "야생동물의 밀렵과 거래를 막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밀렵과 불법 야생동물 거래 비밀조사를 진행해 멸종위기종 거래를 적발하는 데 참여했고,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등 전 세계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국제적인 입법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아프리카 야생동물 전문가로서 '트로피 사냥'(상업적 목적이 아닌 단순 오락을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행위)을 막기 위해 미국 의회에 나가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도 했다. 미국에서 상어 지느러미, 코끼리 상아 및 다른 멸종위기종 제품 거래를 금지하기 위한 HSI와  HIUS의 입법 캠페인을 주도하면서 10여개주에서 관련 입법을 이끌어낸 바 있다.

국제적으로는 중국, 미국, 프랑스, 대만, 영국에 이어 현재 일본과 유럽연합의 상아 거래를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리스 호는 CITES 당사국 회의와 세계 각국 환경회의에 참여해 그동안 135종 동물에 대한 보호장치 마련에 기여했다.

2016년 케냐에서 불법거래로 압수된 코끼리 상아 100여톤의 소각이 진행됐다. 아이리스 호는 상아 소각에 대해 "불법거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케냐에서 불법거래로 압수된 코끼리 상아 100여톤의 소각이 진행됐다. 아이리스 호는 상아 소각에 대해 "불법거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야생동물보호 캠페인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들려준 아이리스 호는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대중이 동물보호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에 알려 올바른 정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역할 외에 기업의 역할도 중요한데,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한국의 대기업들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한국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동물보호 프로그램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그는 "야생동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요를 줄여야 한다"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동물보호 교육을 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아이리스 호는 이날 간담회를 마치며 "야생동물은 자연의 서식지에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는 29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린다. '카라 동물영화제'는 '살아 있는 모든 것, 다 행복하라'라는 슬로건으로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올해는 총 14편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앤드 스페이스에서 야생동물 정책전문가인 아이리스 호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수석 캠페이너의 간담회가 열렸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앤드 스페이스에서 야생동물 정책전문가인 아이리스 호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수석 캠페이너의 간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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