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물원, 생물다양성 보전역할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
"국내 동물원, 생물다양성 보전역할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10.1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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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 심포지움 열려
세계자연유산에 조성되는 '제주동물테마파크' 문제 지적
"곶자왈에 동물원은 석굴암에 동굴테마파크 만드는 격"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유엔(UN)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지난 5월 채택한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지구에서 매년 평균 650만ha의 산림이 사라졌고, 전체 생물 종 가운데 100만 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밝힌 생물 종 100만종은 현존하는 동식물 전체 종의 8분의 1에 해당하고, 이중 50만종 이상은 장기 생존을 위한 서식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됐다.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인간의 토지 이용형태 변화에 따른 동식물의 서식지 감소가 지적됐고, 두번째 원인은 인간이 식물을 채집하고 동물을 사얀하는 행위, 세번째 원인은 기후변화가 꼽혔다.

이처럼 지구에서 위협받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것은 인간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멸종위기종 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전과 함께 교육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곳이 있다. 바로 동물원이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 동물원이 생물다양성 보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법·제도의 미비를 틈타 늘어나는 대형 동물원과 유사동물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15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 심포지엄에서 이러한 국내 동물원의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내 많은 동물원들이 부적합한 서식환경 및 관리, 동물원수족관법 등 법적 규정 및 기준 미비, 대부분 오락·휴식시설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동물복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관람객의 인식 부족, 관리감독 기관의 행정력 부족, 동물원 설립 전 동록 허가 규정 전무, 지자체의 일반시설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공영동물원의 관리 전문성 없는 구조와 전문인력 부족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가 야생동물과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 고민해여 한다"면서 동물원의 미래상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향후 동물원은  △법·제도 개선을 통해 허가와 검사를 기반으로 한 선진적 관리제도 도입 △동물 서식환경과 복지(개체별 고려) 개선 △관람 중심에서 보전 중심으로 기능 전환 △동물 증식 중심이 아닌 생태계 중심의 보전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제주에 건립이 추진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의 문제점도 논의됐다.

제주동물테마파크가 조성되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는 세계 최초 람사르습지도시로 선정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선흘곶자왈 등이 위치한 천혜의 땅이다.

이곳에 58만㎡ 부지 내 사자·호랑이·코끼리 등 25종 519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관람하는 시설 조성이 추진되면서 환경 훼손 우려 뿐만 아니라 찬반 주민갈등 역시 거세지고 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이날 "생명다양성재단 연구팀 등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 사파리월드 사업부지에서 애기뿔쇠똥구리, 물방개, 물장군 등 멸종위기종이 7종 이상 발견됐다"면서 "멸종위기종 외에도 조류 34종, 양서파충류 9종, 제주도롱뇽 등 제주 고유종들이 서식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그러나 사파리월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조류 22종, 양서파충류 6종만 발견됐다며 멸종위기종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사파리월드를 세우려는 곶자왈은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숲 지대로 많은 동식물이 사는 터전"이라며 "곶자왈에 동물원을 만드는 것은 석굴암이 동굴이라며 동굴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동물테마파크 부지로 예정된 지역의 기후를 근거로 동물원 조성의 부적절함도 지적됐다.

이상영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은 "선흘2리는 제주 한라산 중산간 해발 350m에 위치해 있어 기온이 낮다고, 8개의 오름들로 마을이 둘러싸여 있어 지형성 강수와 안개가 매우 잦은 지역이며, 일조량도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이런 곳에서 열대 사바나 기후인 세렝게티 평원에서 지내던 동물들이 잘 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는 "생물다양성으로 보전 가치가 막대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에 사파리형 동물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생명다양성을 훼손하고 거기에 조잡한 동물원을 짓는 건 최소한의 동물원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 제주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위원장 정진주), 정의당 제주도당,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준) 등 시민사회 및 정당 7개 단체가 주최하고,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후원했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 제주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위원장 정진주), 정의당 제주도당,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준) 등 시민사회 및 정당 7개 단체가 주최하고,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후원했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 제주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위원장 정진주), 정의당 제주도당,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준) 등 시민사회 및 정당 7개 단체가 주최하고,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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