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귀신고래'가 다시 찾아올 날을 위해서
동해에 '귀신고래'가 다시 찾아올 날을 위해서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11.08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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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핑크돌핀스, 책 '바다, 우리가 사는 곳' 출간
한반도 주변 다양한 바다 해양동물 삶 안내서
14일 제주 고산 무명서점에서 첫 번째 북토크

지난 2013년 수족관에서 쇼를 하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고향인 제주 김녕 앞바다로 돌아갔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의 돌고래 야생방류 역사는 그동안 일곱 마리의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냈다. 

바다로 돌아간 '삼팔이'와 '춘삼이'는 지난 2016년 우리에게 출산 소식을 전해줬고, 과거 수족관에서 새끼를 낳았지만 출산 당일 새끼가 죽는 아픔을 경험한 '복순이'도 바다에서 엄마가 됐다.

2011년부터 해양동물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함께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가 그들이 만난 해양동물의 삶을 보여주며 여러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책 '바다, 우리가 사는 곳'(리리 출판사)을 펴냈다.

'바다, 우리가 사는 곳'은 이미 잘 알려진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부터 한강에서도 발견되는 웃는 돌고래 상괭이, 점박이물범과 밍크고래, 귀신고래까지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함께 살아온 해양동물들의 삶을 이해하기 좋은 안내서다.

핫핑크돌핀스가 처음 수족관 돌고래 해방 운동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왜 잘 지내는 돌고래를 풀어줘야 하느냐며 불편해했고, 사람도 살기 힘든데 돌고래까지 신경을 쓰느냐며 뜬금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족관 돌고래 야생방류를 지지하고 있다.

좁은 수조에 갇혀 고통받는 돌고래들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 퍼져나가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해양생물을 그저 '이용할 자원'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우리가 이들에 대해 더 잘 알아야 위기에 빠진 해양동물들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동물을 비인간 인격체로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돌고래 쇼가 신기했던 예전과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도 야생동물일까 △살아 있는 동물을 꼭 눈으로 봐야만 할까 △제주 해녀와 남방큰돌고래의 공생은 가능할까 △오키나와에 마지막 남은 듀공 2마리를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괭이의 90%가 멸종되었는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양생물의 세계는 너무나 신비하고, 아직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바다에서 40년을 사는 돌고래들이 한국의 수족관에서는 평균 4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통계도, 부리가 휘어져 야생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던 복순이가 야생으로 돌아가 잘 적응해 새끼를 낳았다는 사실도, 수족관 사육 동물이 나이가 들면 은퇴해서 머물도록 바다 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도, 육지에 올라온 점박이물범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무조건 바다로 돌려보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간 다음, 수족관과 동물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고, 자연으로 돌려보내지는 못하더라도 사육 환경이라도 개선해야 한다는 사려 깊은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처럼 알게 되면 달라질 수 있다.

멸종위기종 돌고래가 수족관에서 돌고래 쇼를 한다는 뉴스에서 시작된 이 책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핫핑크돌핀스가 해양생태계 보전 활동을 벌이며 알게 된 다양한 해양동물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적은 기록이다.

산업화 시대가 되고 전통적인 포경 대신 상업포경이 가능해지자 바다에서 고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19세기 들어 시작된 상업포경 이후 지구상에서 가장 커다란 동물 대왕고래는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를 점점 줄여갔다. 상업포경이 불법화된 1970년대 이후 관찰되는 데시벨이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상업포경 이전의 27만 5000데시벨에 비하면 한참 작은 5000데시벨 이하에 머물고 있다. 

고래의 바다라는 별명이 붙은 동해에서 귀신고래가 사라지고 러시아와 북미대륙 부근에서만 발견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래가 중심이 되는 고래 관찰 관광은 한국의 바다에서 다시 그들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오키나와와 타이완의 바다에 몇십 년 만에 혹등고래가 돌아왔듯 한국의 동해에도 귀신고래가 다시 찾아올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지구 온난화, 맹독성 폐기물, 이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까지, 우리 인간에서 비롯된 것들이 바다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반드시 인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한편, 핫핑크돌핀스는 오는 14일 오후 제주 고산 무명서점에서 책 '바다, 우리가 사는 곳' 출간 기념 첫번째 북토크 행사를 진행한다. 참가 신청 문의는 핫핑크돌핀스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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