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은 동물 착취 않겠다는 신념…군대서도 선택권 보장하라"
"채식은 동물 착취 않겠다는 신념…군대서도 선택권 보장하라"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11.1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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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들 입대 앞둔 채식인들, 인권위에 진정서 제출
녹색당 채식선택권 보장 요구 헌법소원심판 청구 준비 중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군대 내 채식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입대를 앞둔 진정인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군대 내 단체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사진 녹색당 제공)
12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군대 내 채식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입대를 앞둔 진정인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군대 내 단체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사진 녹색당 제공)

동물권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12일 군대 내 단체급식에서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단체 하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권 단체들과 녹색당,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30여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대 내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채식주의는 단순 채식에 대한 선호 현상이 아닌 동물 착취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과 이런 양심적 삶에 대한 실천이자 운동"이라면서 "채식선택권 보장은 이들 채식인들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 자기결정권, 평등권, 양심의 자유 등과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채식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 군대 내 식단은 그 자체로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라며 "채식선택권은 학교나 군대, 교도소와 같은 공공급식에서 비육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육류를 먹지 않는 사람은 논산 육군훈련소에서의 28일 식단 중 평균 8.6일은 쌀밥과 반찬 하나만 먹을 수 있고, 13.6일은 쌀밥만 먹을 수 있으며 1.6일은 굶어야 한다. 이틀은 반찬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2년 한 수용시설에서 복역 중인 채식인 강모씨의 진정사건에서 "채식주의에 대한 일관된 행동과 엄격한 수용생활 태도는 양심에 근거한 것 외에 달리 보기 어렵다"며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국가행정 차원에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당시 결정문에서 "비건 채식인을 위한 식단을 보장하는 것이 비용부담이 높거나 행정력 낭비가 크다고 볼 정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미 해외에서는 군대 내 식단 등 비건 채식인을 위한 옵션을 제공하는 나라들이 있다. 미군의 경우 기지 내 식당에서 다양한 형태의 채식 옵션이 제공된다. 

또 영국과 캐나다, 이스라엘, 리투아니아 등에서도 군대 내 식단에서 채식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의 경우 2017년 모든 학교, 대학, 병원, 감옥과 그 외 모든 공공 건물들이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식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년 초 입대를 앞둔 채식주의자들이 진정인으로 참석했다. 

내년 초 입대 예정이라는 정태현씨는 "6년 전 동물들이 산 채로 분쇄기에 갈리고, 강제로 임신해 기계처럼 새끼를 낳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식탁 위에 올라오는 고기의 살점들이 음식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며 "하지만 군대에선 생존을 위해 억지로 고기를 먹어야 하고, 이 때문에 입대한 채식주의자들이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국방의 의무를 다할 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김보라 녹색당 조직팀장은 "녹색당에서 채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 '모든 공공 급식에서의 채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공공 급식에서 채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뒤 시민단체와 입대를 앞둔 진정인 4명은 국방부 장관을 '피진정인'으로 해 국가인권위에 군대 내 채식선택권 보장을 위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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