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물 넘치는 하천·식용되는 돼지 사체…'싹쓸이 살처분' 결과?
핏물 넘치는 하천·식용되는 돼지 사체…'싹쓸이 살처분' 결과?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11.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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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무조건 살처분 반성하고 사체·음식쓰레기로 인한 전염병 확산 막아야"
돼지 핏물로 오염된 임진강 지류의 한 개천.(사진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제공)
돼지 핏물로 오염된 임진강 지류의 한 개천.(사진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가 최근 경기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을 위해 매몰한 돼지 사체의 침출수로 하천이 오염된 것과 관련, 방역 당국의 각성을 촉구했다. 

카라는 14일 논평을 통해 "돼지사체에서 흘러내린 혈액과 분비물은 이미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켰으며 방역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비과학적' 방역 속에 사후처리 역시 소홀하여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혈액 내에서 15주까지도 생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감염 혈액은 강물을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하다"며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돼지 사체더미와 그 혈액 등 침출수가 이미 하천으로도 흘러들어가는 현실에서 과연 ‘방역’이라는 것이 기대 가능한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예방적 살처분으로 매몰 처리된 돼지 수가 경기 연천군에서만 약 12만 마리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 9월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최초 발병 이후 역학조사에 근거한 방역대 설정이 아닌 발병농가 반경 3km이내 무조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했다. 

이후 추가 발병농가가 발생하자 10km까지 살처분 범위를 확대한데 이어,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살처분 지역을 설정해 해당 지역 내 '싹쓸이 살처분'을 진행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행정구역 기준 살처분 조치를 두고 동물단체들은 "비과학적인 대응"이라며 크게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카라는 "방역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사체처리 방법조차 마련하지 않고 무차별로 죽이고 보자는 엉터리 싹쓸이 살처분 방역의 현주소를 우리는 냉정히 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침출수가 유출된 민통선 내 임진강 상류 하천인 마거천은 연천군 주민 등 7만여명에게 하루 총 5만톤의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며 "연천군은 살처분 과정에 돼지 사체를 소독 처리했기 때문에 침출수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이지만 누가 이를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카라는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중앙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면서 "방향을 잃은 방역으로 무분별한 생명희생이 커졌고, 협소한 매몰지 등 사체 처리는 감당할 수 없었으며, 이번 하천 오염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이것이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가중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이 과학적 근거 없이 사육돼지를 살처분으로 몰아갔던 것처럼 멧돼지들도 죽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충북의 11개 시군에서 엽사들이 포획한 멧돼지의 70%가 자체적으로 '식용' 소비되는 등 멧돼지 사체 역시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것이 어찌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방역이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사체 처리 문제 외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의 근복적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음식쓰레기의 방만한 처리 실태 또한 여전하다"며 "국내 최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농장과 약 2km 직선거리에 잔반을 급여하는 무허가 돼지농장이 있었고, 이곳에서 사육돼지와 야생 멧돼지를 자가도축 해온 사실에 대해 방역당국은 쉬쉬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카라는 "하천이 살처분 당한 돼지들의 피로 오염되고 있는 터에 이미 늦은 게 아닌가 싶지만 당국은 살처분에 급급하는 대신 이제라도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방역 정책 수립과 시행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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