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리적 동물시험, '제브라피쉬'로 대체 가능
비윤리적 동물시험, '제브라피쉬'로 대체 가능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11.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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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 배명애 박사 연구팀 환경호르몬 독성 규명 
설치류 이용 동물실험보다 시간·비용 10분의 1로 단축
배명애 박사가 실험동물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브라피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배명애 박사가 실험동물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브라피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실험동물을 둘러싼 연구윤리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제브라피쉬를 이용해 환경호르몬 독성을 밝혀냈다.

제브라피시를 이용한 독성실험은 윤리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비용과 실험 기간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실험동물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배명애 박사 연구팀이 제브라피시 치어를 이용해 환경호르몬의 하나인 '비스페놀A'(BPA)의 뇌신경 교란 기제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BPA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감소시켜 행동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운동성 평가 및 색 선호도 비교실험 △신경전달물질 분석실험을 수행했다.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한 운동성 평가 및 색 선호도 비교실험에서 BPA에 노출된 실험군은 운동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파란색 선호도가 50%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제브라피쉬는 선천적으로 파란색을 선호하는 편이다. 선호도는 70% 수준에 달한다.

이는 도파민 감소 때문이다. BPA가 제브라피쉬 치어에 높은 농도로 축적되고, 독성물질로부터 뇌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혈액-뇌 장벽을 쉽게 통과했다. 이에 따라 도파민 합성경로를 감소시키고, 신경 장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제브라피쉬 치어의 행동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신경전달물질 분석실험에서도 BPA에 노출된 실험군의 도파민 양이 정상군과 비교해 80% 수준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실제로 정상모델의 도파민 함량이 0.65ng(나노그램)인 반면, BPA 노출모델의 도파민 함량은 0.56ng에 불과했다.

도파민은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에서 티로신, L-DOPA의 경로를 거쳐 도파민으로 합성되는데, 각 단계의 BPA 노출모델의 함량도 정상모델과 비교해 80%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페닐알라닌 함량의 경우, BPA 노출모델의 양(60.7ng)이 정상모델(75.6ng)의 80%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BPA 독성실험 결과를 단 3일 만에 확인했다. 보통 설치류 동물을 이용하면 1개월 정도 걸리는 기간이 10분의 1로 대폭 감소한 것이다. 제브라피쉬 치어의 실험비용도 설치류 동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제브라피쉬는 세포실험과 달리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 등을 관찰할 수 있고, 동시에 다량의 유해물질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제브라피쉬가 인간 유전자와 90% 이상 비슷한 담수어로, 성체 크기가 3~4㎝ 정도로 작은 데다, 한 번의 교배로 수백 마리의 개체를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명애 박사는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한 실험이 설치류 동물실험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 윤리문제에서도 자유롭다"면서 "제브라피쉬는 투명해서 심장이 뛰는 것부터 혈액이 흐르는 것까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관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상군(위쪽)과 BPA 노출 실험군(아래쪽)의 파란색 선호도 그래프.(사진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정상군(위쪽)과 BPA 노출 실험군(아래쪽)의 파란색 선호도 그래프.(사진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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