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의 그물무늬왕뱀 냉동박제 규탄한다"
"서울대공원의 그물무늬왕뱀 냉동박제 규탄한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12.0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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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무분별한 개체번식·박제 전시 비판
동물원 서식지외 종보전 기능에 본질적 의문 제기 
멸종위기종인 '그물무늬왕뱀'.(자료사진)
멸종위기종인 '그물무늬왕뱀'.(자료사진)

최근 서울대공원에서 번식에 성공한 멸종위기종인 '그물무늬왕뱀'이 사육공간 미확보로 냉동돼 박제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11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서울대공원의 무분별한 개체번식과 전시목적의 냉동박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공원은 지난 6월 세계에서 가장 큰 뱀으로 알려진 '그물무늬왕뱀'의 번식에 처음 성공했다. 암컷이 낳은 20여개의 알이 유정란이었다. 그물무늬왕뱀의 알은 80일이 지나면 부화한다.

'그물무늬왕뱀'은 주로 남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데 야생에서는 몸길이가 7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죽을 노리는 밀렵꾼들에 의해 희생되는 개체수가 많아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2)에 따라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새끼 뱀들은 예정대로 지난 9월 껍데기를 뚫고 부화했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측은 법정 사육공간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태어난 새끼 뱀 중 2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20여 마리를 부화 과정에서 바로 냉동시켜 박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새끼 뱀들의 냉동 박제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서울동물원의 주장은 변명일 뿐"이라며 "번식의 목적과 시도단계부터 새끼뱀들의 비극은 예견된 것으로, 숭고한 생명의 탄생을 한낱 볼거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물무늬왕뱀과 같이 야생에서 절멸위기에 있지 않은 외래종을 전혀 다른 기후의 전시시설 내에서 번식하는 것은 어떤 생태적 의미도 가질 수 없다"면서 "이번 번식은 종보전으로 포장될 수 없으며, 오로지 기관의 연구성과와 업적, 경제적 요인 등 내부 필요에 의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는 "뱀의 특성상 수십마리의 번식이 예상되고 부화시 현 사육시설로는 법정기준을 초과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서울대공원은 사전대책 마련없이 번식을 시도했고, 유정란임을 확인하고도 알을 빼어 부화를 막는 등 사전조치없이 이를 방치했다"면서 "다양한 모습을 박제로 만들어 이를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는 점 등은 서울대공원이 박제표본을 얻기위해 부화를 방치한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서울동물원은 지난 9월 아시아 동물원 최초로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Association of Zoo & Aquarium) 인증을 획득하며 종보전 대표 동물원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종보전, 교육, 연구’라는 동물원의 제 역할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종 보전을 빌미로 한 무분별한 번식사업으로 새끼 뱀들이 알에서 부화하는 과정에서 박제돼 전시에 활용될 예정으로 밝혀져 더욱 비난이 쏟아진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더 이상 동물원이 종보전이라는 면죄부 뒤에 숨는 행태를 그냥 좌시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동물원은 형식적인 종보전을 핑계로 한 전시시설 내 동물의 번식을 중단하고, 동물원의 종 보전·교육·연구 기능에 대해 원점에서 검토하라. 또한 동물원은 생명의 시대에 걸맞고 우리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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