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기 쇠꼬챙이로 개 도살한 사육업자 유죄"
법원 "전기 쇠꼬챙이로 개 도살한 사육업자 유죄"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9.12.19 22: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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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 재판부,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 2년 선고
동물단체들 일제히 환영…"전기도살은 명백한 동물학대"
1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 사육업자 이모(67)씨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이 열린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동물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카라 제공)
1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 사육업자 이모(67)씨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이 열린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동물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카라 제공)

 

한순간에 무의식에 빠뜨릴 정도가 아니라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개를 '전기 도살'했다면 동물보호법이 금지한 '잔인한 도살 방법'이므로 유죄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1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 사육업자 이모(67) 씨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인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자신의 개 사육농장 도축 시설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도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동물을 즉시 실신 시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썼으므로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2심은 "(전기 도살이) 목을 매달아 죽일 때 겪는 정도의 고통에 가깝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개에 대한 사회 통념상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인 것"이라며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물을 도축할 경우 동물을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치,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피고인은 이 같은 인도적 도살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도살 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동물의 특성과 도살 방법에 따른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시대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은 당초 돼지 사육에 종사했으나 구제역 발생 등으로 더는 돼지를 사육할 수 없게 되자 생계유지를 위해 이와 같은 도살 행위에 이르렀고, 다시는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수십명이 찾아왔고 재판부가 유죄를 판결하자 환호하기도 했다.

원심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해온 동물권연구 변호사단체 '피엔알(PNR)'의 서국화 공동대표는 "이번 판결은 동물보호법상의 '잔인한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명백하게 밝혀줬다"고 평가했다.

서 대표는 이어 "법원이 선고유예를 내린 것에 대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유죄'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오늘 판결은 개도살 종식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이날 "개 전기도살은 명명백백 잔인한 동물학대"라며 "사법부의 정의로운 유죄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카라는 이어 "파기환송심 재판을 통해 전기 쇠꼬챙이 도살이 고통을 최소화하는 일환으로서의 전살법과는 다르며, 개에 대한 감전사는 전혀 인도적인 도살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수의학 전문가를 통해 속속들이 밝혀졌다"며 "오늘 사법부는 동물의 생명 존엄성을 지키고 생명경시로 점철된 동물학대 범죄, 특히 개식용 산업에 만연한 동물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정의로운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또한 카라는 최근 1081명의 청구인이 제기한 ‘개식용 산업 방치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도 이번 사법부의 판단으로 동물보호운동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그동안 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의 노력, 그리고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이 오늘의 판결을 이끌었다"며 "'자신이 소유한 동물은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법원의 판단을 바로잡는 시금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동물은 스스로는 자신의 고통조차 호소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최약자"라며 "동물을 동물보호법이 정한 바에 따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그 권리를 법과 제도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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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2019-12-27 19:20:51
고생하셨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