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멸종위기종 유사동물원에 넘긴 서울대공원
국제적 멸종위기종 유사동물원에 넘긴 서울대공원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1.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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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락꼬리여우원숭이 21마리 부산·대구 실내체험동물원으로 양도
"지난해 'AZA 인증' 추진과정에서 동물복지 증진위해 보내" 해명
어웨어 "동물복지 기준 없는 시설에 동물 양도는 AZA 규정 위반
캐니언파크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전시 상태. 자연 채광과는 완전히 차단된 지하 실내 사육장에서 관람객들의 시선과 소음을 피할 은신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사진 어웨어 제공)
부산의 실내체험동물원인 캐니언파크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전시 상태. 자연 채광과는 완전히 차단된 지하 실내 사육장에서 관람객들의 시선과 소음을 피할 은신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사진 어웨어 제공)

 

서울대공원이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인증을 받기 위해 사육중인 국제적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지방의 실내체험동물원으로 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동물권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대공원은 지난해 12월 알락꼬리여우원숭이 21마리를 부산과 대구의 실내체험동물원으로 양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대표 최태규)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을 통해 한강유역환경청에서 입수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양도 신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확인 결과 서울대공원은 2019년 11월 21일 부산의 실내체험동물원인 캐니언파크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7마리를 양도하고, 12월 3일에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 14마리를 대구에 위치한 체험동물원인 네이처파크로 양도한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서울대공원이 밝힌 양도 사유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인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이 하루 20분만 야외방사장에 방사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실내에서 사육돼 동물복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측은 이용득 의원실에 “지난 6월 AZA 인증 방문 실사단이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이 하루 20분 야외방사장에 방사되는 시간 외에는 작은 창문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내실에서 사육되므로 동물복지를 훼손한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한 지적사항이 있어 동물복지를 증진시키고 선진형 동물 종 및 개체관리를 하기 위해 타 시설로 해당 동물들을 양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웨어 성명을 통해 "쇼핑몰 실내체험동물원으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양도한 서울대공원은 동물 회수와 함께 공영동물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어웨어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동물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부산 캐니언파크를 총 2회에 걸쳐 방문 조사해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대형 쇼핑몰 지하에 위치한 캐니언파크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전형적인 실내동물체험시설로, 동물의 사육환경과 관리 상태는 유사동물원 중에서도 특히 열악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실내체험동물원인 캐니언파크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전시 상태. 자연 채광과는 완전히 차단된 지하 실내 사육장에서 관람객들의 시선과 소음을 피할 은신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사진 어웨어 제공)
부산의 실내체험동물원인 캐니언파크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전시 상태. 자연 채광과는 완전히 차단된 지하 실내 사육장에서 관람객들의 시선과 소음을 피할 은신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사진 어웨어 제공)

서울대공원에서 양도된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사육환경 역시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었다. 서울대공원에서 야외 방사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양도되었지만 캐니언파크는 지하 시설로 야외방사장 자체가 없었다.

또한 사육장은 관람객의 출입이 가능해 동물들은 소음과 시선, 만지려는 행동, 촬영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었지만 은신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외 다른 동물들이 처한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실내동물원은 동물들의 생태적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콘크리트와 나무 마룻바닥, 인조 바위 등으로 조성된 상태였다. 

창문 형태로 설치된 케이지에서 다람쥐원숭이는 하루 종일 당근 먹이주기 체험에 동원되고 있었고, 수달은 뚫린 구멍으로 손을 뻗어 먹이를 받아먹는 구걸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멕시칸블랙킹스네이크(왕뱀)는 사람 손에 들려 장시간 만지기 체험에 활용됐으며, 카피바라, 앵무 등은 수 많은 관람객 사이에 노출된채 전시되고 있었다. 

사막에서 굴을 파고 사는 습성이 있는 미어캣은 물이 흐르는 시멘트 바닥에서 은신처 하나 없이 전시됐고, 고양이 체험장에서는 여러 명의 관람객들이 사육장 안으로 들어가 동물들을 직접 만졌다. 

이밖에 동물들의 사육공간과 벽 하나를 두고 진행되는 마술쇼에서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지는 음악소리는 소음 측정 결과 100데시벨(dB·소리의 단위)을 넘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어웨어에 따르면 서울대공원이 캐니언파크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을 양도한 사실은 AZA 인증 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AZA 인증 기준과 관련 규정(The Accreditation Standards and Related Policies, 2020 editon)에는 AZA 회원기관의 동물이 동물을 관리하기 위한 적정한 전문성과 시설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관으로 동물이 양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AZA 회원은 기관이 보호하는 모든 동물이 AZA 기준에 맞는 방법으로 양도, 인도적 안락사, 재도입(재방사)되어야 하며 동물을 적절히 보호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양도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AZA 인증기관이 아닌 시설로 양도할 경우 AZA 프로페셔널 펠로우 또는 동물 관리와 복지에 전문성이 있고 양수를 신청한 자와 시설의 현재 운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의 추천장을 포함한 문서화된 기록을 보유해야 한다. 

동물의 양수자는 현대동물원 철학과 운영기준에 의해 개별 동물과 종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문성과 자원을 보유해야만 한다.

사육장에 뚫린 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먹이를 구걸하는 수달. 동물이 관람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행동은 잘못된 동물 관리와 관람 문화로 인해 유발된다. 정상적인 동물원이라면 이런 행동을 교정해야 하나 캐니언파크에서는 오히려 구걸행동을 조장하고 있었다. (서진 어웨어 제공)
사육장에 뚫린 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먹이를 구걸하는 수달. 동물이 관람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행동은 잘못된 동물 관리와 관람 문화로 인해 유발된다. 정상적인 동물원이라면 이런 행동을 교정해야 하나 캐니언파크에서는 오히려 구걸행동을 조장하고 있었다. (서진 어웨어 제공)

어웨어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서울대공원에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즉시 회수해 AZA에서 지적한 사항을 반영, 개선한 사육환경에서 사육할 것 △AZA 기준에 부합하는 동물 양도에 대한 자체적 기준을 수립해 무책임한 양도 재발을 방지할 것 △공영동물원이자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회장사로서 유사동물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협조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캐니언파크의 사육 환경은 전시, 관람이 아닌 종 보전, 교육, 연구에 방점을 둔 ‘현대동물원 철학과 운영 기준’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오히려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수준"이라며 "동물들을 최소한의 복지기준도 없는 열악한 시설로 내몰면서 획득한 AZA 인증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절차인지, 유사동물원에 동물을 공급하는 동물원을 과연 선진동물원으로 볼 수 있는지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서울대공원이 올바른 조치를 취해 동물원의 진정한 역할과 야생·전시동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동물원의 책임에 대한 의미를 바로세우고, 재미와 오락을 위해 야생동물을 생태적 습성과 무관한 환경에서 만지고 먹이를 주는 풍조를 근절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구걸하는 행동을 하는 수달.(사진 어웨어 제공)
먹이를 구걸하는 행동을 하는 수달.(사진 어웨어 제공)
사육사의 손에 들려 만지기 체험에 사용되는 왕뱀. 원치 않는 사람의 접촉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동물에게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한다.(사진 어웨어 제공)
사육사의 손에 들려 만지기 체험에 사용되는 왕뱀. 원치 않는 사람의 접촉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동물에게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한다.(사진 어웨어 제공)
미어캣 사육장. 콘크리트와 물로 이루어져 흙을 파고 높은 곳에서 망을 보는 습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사진 어웨어 제공)
미어캣 사육장. 콘크리트와 물로 이루어져 흙을 파고 높은 곳에서 망을 보는 습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사진 어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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