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안락사 준 만큼 자연사 늘어…보호소 편차 해소해야"
"유기동물 안락사 준 만큼 자연사 늘어…보호소 편차 해소해야"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2.10 23: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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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보고서’ 발표
2015~2018년 유기동물 중 10만 3천여마리 자연사
지방의 한 사설보호소에서 보호중인 유기동물.(자료사진)
지방의 한 사설보호소에서 보호중인 유기동물.(자료사진)

 

버려지거나 잃어버린 동물들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와 사설보호소에서 동물들의 고통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10일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 중인 전국 22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보호 동물의 자연사 원인과 개체 수, 입소 검사·치료·건강관리 항목을 분석한 동물관리 현황 조사결과와 7개 지역 11개 보호소 현장 조사 기록을 담은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동물들의 안락사 비율은 점진적으로 감소했으나 자연사 비율은 점차 증가하며 자연사가 안락사로 대체되고 있을 뿐 유기동물의 절반 정도가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발생한 유기동물은 자연사율 15.9%, 안락사율 30.9%로 보호소의 수많은 동물들이 공고기간 만료 및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안락사 되는 사례가 많았다. 2018년에는 자연사율 23.9%, 안락사율 20.2%로 안락사에 비해 자연사의 비율이 더 높아졌다.

동물자유연대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확인한 2015~2018년 유기동물 자연사 개체 수와 원인을 보면, 지난 4년 간 보호소 내 전체 자연사 개체수는 10만 2915마리였고, 그 가운데 사망원인이 분류되어 있는 것은 8만 2013마리였다. 

사망원인이 분류된 개체 중 고령에 의한 사망은 단 1.7%에 그쳤으며, 질병으로 인한 병사는 33.7%, 사고 또는 상해로 인한 사망은 13.8%에 달했다. 이를 통해 보호소 입소 전 혹은 입소 후 발병한 질환이나 외상이 적절히 치료되지 못한 채 폐사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유기동물 자연사’에 주목해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의 현주소를 면밀히 살펴보고자 1년 여에 걸친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동물들에 대한 일부 검사 및 치료 제공 의무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포함돼 있다.

전국 지자체 유기동물 자연사 및 관리 현황 조사결과,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는 전국 222개 지자체 중 입소 시 가장 기본적인 신체검사(육안검사, 촉진검사 등) 조차 실시하지 않는 지자체가 44개에 달했고, 키트검사 등 비용이 발생하는 검사는 항목에 따라 절반 이상이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동물에 대한 치료제공 여부는 호흡기 질환에 대해서는 102개(선별치료 포함) 지자체가 치료를 실시했고, 소화기 질환은 77개, 식욕부진은 35개, 전염성 질환은 40개, 타박상은 120개, 골절은 104개 지자체가 치료를 제공했다. 

또 간단한 응급치료를 제공하는 지자체는 175개, 진드기 등을 손으로 떼어내는 등의 피부병에 대한 치료는 127개로 비교적 많은 지자체들이 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치료 제공 범위에 있어 각 지자체별로 편차는 크게 나타났다.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보호소의 경우 단순 대증 치료뿐만 아니라, 응급 상황시 다양한 검사 결과에 근거한 과목별 치료가 제공되고 있었다. 

반면, 상해와 질병으로 인한 보호소 내 자연사율이 매우 높은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치료도 시행하지 않는 지자체도 존재했다.

자연사 개체 수 또는 자연사율이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높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의심되는 6개 지역 10개 보호소와 유기동물의 보호와 관리에 있어 모범사례가 될 만한 1개 지역 1개 보호소를 선정해 진행한 현장 조사는 유기동물에 대한 열악한 보호 환경과 관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동물자유연대는 설명했다.

일부 보호소들의 상태는 너무 심각했다. 경남 김해시와 인천 남동구·미추홀구의 보호소는 전염병이 의심되는 개체가 다른 보호 동물과 합사되어 있었고, 심지어 토사물과 사체가 함께 방치돼 있기도 했다. 

또 울산시의 경우 체고에 맞지 않는 뜬 장에서 수 십 마리 개들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보호소 바닥과 철장에 눌러붙은 털과 거미줄도 발견됐다.

동물자유연대는 보고서에서 수용 위주의 보호소 운영과 규정의 미비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보호소가 유기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자체별 보호소 운영과 치료·보호의 편차를 해소해 전국 모든 보호소에 동일한 수준의 검사와 치료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인력 등 부족한 자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재원 마련 및 인력 확보와 함께 민관 협력의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미진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는 “안락사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보호소 내 유기동물 고통사를 막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검사, 치료, 예방의 기준이 필요하다”며 “동물보호법 상 강행규정인 제14조 동물의 구조·보호 조항의 유기동물 치료, 보호 조치와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상 검사와 치료 등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혹은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규정 사이 괴리를 좁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보고서 발간을 시작으로 유기동물 고통사 문제 공론화를 위한 캠페인과 지자체 보호소의 일부 검사 및 치료 의무화를 위한 입법 제안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동물자유연대가 발표한 ‘유기동물 고통사 방지 입법화 보고서’는 단체 홈페이지(https://www.animals.or.kr/report/press/50555)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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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2020-02-15 00:37:12
보호소가 아니라 수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