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축제지만 동물에겐 죽음의 카니발"
"인간에게는 축제지만 동물에겐 죽음의 카니발"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2.11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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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들 "해괴한 이벤트 동물학대"…화천군수 등 고발 
이외수 "자갈 구워먹는 방법, 모래 삶아먹는 방법 알려달라"
화천군 '산천어축제' 두고 유명인들 가세로 찬반 논란 커져
화천 '산천어축제'에 동원된 산천어.(자료사진)
화천 '산천어축제'에 동원된 산천어.(자료사진)

동물학대 문제가 제기된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축제를 찬성하는 쪽은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자리매김한 산천어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산천어 낚시를 동물학대로 몰고가는 것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동물권단체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인간의 오락과 유희 및 영리 목적으로 동물(산천어)을 학대하고, 아이들이 살상에 무뎌지도록 조장하는 반교육적 행사 내용을 비판한다.

특히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화천 산천어축제에 대해 "인간에게는 축제지만 동물에겐 죽음의 카니발"이라며 "인간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유흥을 위해 수십만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 나가는 해괴한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해당 단체들은 살아있는 생명체인 산천어를 체험의 도구로 쓰는 축제는 동물보호법 8조와 동물학대 금지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9일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동물 학대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최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산천어축제의 적절성을 언급한 이후 논란은 더욱 확대된 모습이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화천 산천어축제에 대해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 중심의 향연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아직 환경부 차원의 공식 입장은 아닌, 개인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역대 환경부 장관을 통틀어 산천어축제의 적절성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건 조 장관이 처음이었다.  

그러자 작가 이외수씨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장관의 발언은 무책임하며, 각종 흉기로 난도질당한 화천군민 알몸에 환경부 장관이 친히 왕소금을 뿌리시는 듯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작가는 "닭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행복하게 사육되고 있는가, 돼지는, 소는, 말은, 양은?"이라고 반문하며 "동물보호단체나 환경부 장관님께 자갈을 구워 먹는 방법이나 모래를 삶아 먹는 방법을 좀 가르쳐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조 장관 발언에 대해 "산천어가 불쌍해서 그러는 모양인데 나도 펄떡이는 산천어 보면 불쌍하다. 물고기 배 절대 못 가른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생계가 달린 문제를 그렇게 모질게 말 못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지 않아도 예년보다 얼음이 얼지 않아 울상을 하고 있는데 재를 뿌려도 유분수"라며 "문제가 되니 사견(私見)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관광이나 다닐 일이지 오지랖 넓은 소리 하지 말길 바란다. 즉각 화천군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외수 작가와 김진태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녹색당은 "축제에서 죽는 80만 마리 ‘양식’ 산천어도 고통을 느끼는 생명임을 전하며 
자갈을 구워 먹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분께 한 말씀 올린다"며 "돌에도 생명과 감정이 있다고,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지 말라며, 바위를 위한 노래로 호소하시던 그 감수성은 어디로 갔느냐"고 꼬집었다.

녹색당은 이어 김진태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산천어 축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축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생명과 생태친화적으로 행사내용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오랜 세월동안 겨울이면 꽁꽁 얼었던 강이 올해는 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연 환경과 생명을 훼손해온 인간에 대한 경고는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산천어축제에 대해 "오늘 같은 시대에 여전히 인간의 쾌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고문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당연시 된다는 것은 놀랍고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말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의 발언을 전하며 조 장관의 발언을 옹호했다.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이러한 축제 형태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여러 지자체에서 복제·재생산되면서 동물학대와 생명경시 문제 뿐만 아니라 축제장으로 전락해버리는 하천 생태계의 피해 등 환경문제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장관 개인의 발언에서 한걸음 나아가 환경부는 물론 농림부 등 관계 부처 차원에서 이런 비판적 시각이 진작에 나왔어야 마땅하고, 축제 기획단계에서 사전 환경영향평가 의무화 등 제도적 대책도 서둘러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천 '산천어축제' 참가자가 손으로 잡은 산천어. (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화천 '산천어축제' 참가자가 손으로 잡은 산천어. (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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