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정부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왜 거꾸로 하려 하나"
녹색당 "정부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왜 거꾸로 하려 하나"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2.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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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시행규칙 개정으로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일부허용' 추진
"‘생명과학교육 학습권’이라는 미명 하에 폭력적 상황에 노출될 우려"
동물권단체들에 따르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어느 누구에게도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며, 특히 미성년자에게는 더 많은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자료사진 카라 제공)
동물권단체들에 따르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어느 누구에게도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며, 특히 미성년자에게는 더 많은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자료사진 카라 제공)

미성년자들의 동물해부실습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뜨겁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21일 논평을 내고 정부에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 예외 규정 신설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018년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체험·교육·시험·연구 목적으로 동물(사체 포함) 해부실습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개정안이 나오기까지는 오랜기간 논란이 거듭됐다.

당초 동물해부실습이 '생명존중교육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교내 방과후수업이나 사설학원 등에서는 미성년자가 참여하는 동물해부실습이 여전히 진행돼 미성년자들이 동물의 생명권을 경시하게 될 우려가 있어 결국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마련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예외'를 허용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해 법률안의 기본 취지가 훼손될 우려를 낳고 있다. 

농식품부는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실습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규칙을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오는 3월21일부터 시행된다.

농식품부는 시행규칙을 통해 예외 조항을 뒀다. 초중고교에서 미성년자 학생을 대상으로 살아있는 동물에 대한 해부실습을 실시하려면 '동물실험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동물의 사체(장기 등)를 통한 실습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가능하도록 했다.

농식품부가 입법예고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의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 예외 규정 신설(안 제23조의2)에 의하면 “동물실험시행기관에 설치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 또는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서 설치한 법 제27조의 요건을 충족하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 동물해부실습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되, 동물의 사체를 대상으로 해부실습을 하는 경우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경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실습을 허용하고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신설된 사항은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실습이 마치 '필요한 것'이며 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윤리적'인 동물해부실습이 가능할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실습을 허용하는 모든 종류의 예외사항은 반대하며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 정책을 엄격하게 지속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동물권단체들에 따르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어느 누구에게도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으며, 특히 미성년자에게는 더 많은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충북 고등학교의 한 여학생이 동물실험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례도 있다.

또 2019년 한 초등학교에서는 포르말린 유출사고가 발생하는 등 교육현장의 무분별한 동물대상 실습은 동물의 생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인 예외조항 범위가 과도하게 넓다"면서 "주요 예외조항인 ‘학교가 직접 윤리위원회의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인 제약이 많고, 외부의 ‘동물실험시행기관과 협약을 체결하여’ 시행할 경우에도 안전하고 윤리적인 시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또한 "동물과 공감하고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아동과 청소년이 오히려 ‘생명과학교육 학습권’이라는 미명하에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어 고통을 겪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갖지 않도록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 예외 규정 신설’을 철회하고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시키는 (농식품부)동물복지정책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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