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케어' 대표, 대표직 사임…'케어사태' 이후 13개월 만에 
박소연 '케어' 대표, 대표직 사임…'케어사태' 이후 13개월 만에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2.23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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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스트로 돌아가 단체 및 활동가들 조력하는 역할에 집중"
"일부 안락사는 불가피한 선택" 재차 주장하며 동물권 등 비판    
지난해 1월 구조한 동물을 임의로 안락사했다는 단체 내부 관계자의 폭로가 나온 이른바 '케어사태'가 벌어진지 약 13개월만에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단체 대표직에서 물어난다.(자료사진)
지난해 1월 구조한 동물을 임의로 안락사했다는 단체 내부 관계자의 폭로가 나온 이른바 '케어사태'가 벌어진지 약 13개월만에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단체 대표직에서 물어난다.(자료사진)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단체 대표직에서 물어난다.

지난해 1월 구조한 동물을 임의로 안락사했다는 단체 내부 관계자의 폭로가 나온 이른바 '케어사태'가 벌어진지 약 13개월만이다.

박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이제 대표직을 내려놓고 케어의 액티비스트로 돌아가겠다"면서 "케어의 사단법인과 비영리 민간단체 두 곳에서 대표직, 운영의 결정권을 모두 내려놓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경험을 활동가들에게 알려주며 활동가들을 성장시키고 케어의 액티비스트로 조력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안락사 사건이 터진 후 1년이 조금 넘는 긴 시간, 수많은 구설을 들으면서도 차라리 홀가분하게 대표직을 내려놓지 못했던 것, 여느 때처럼 활동을 해 왔던 것은 오로지 케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다"며 "당시 그대로 물러난다면, 언론을 통해 온갖 악의적으로 생산· 편집· 왜곡된 자료들과 루머들이 그대로 케어를 옭죄어 더 오랜 시간, 어쩌면 영영 케어를 힘들게 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터트린 자는 외부 세력과 단체들을 등에 업고 대표를 내몰고 케어를 전복시키고 동물권운동이 아닌 단지 사설 보호소로만 단체 운영방향을 축소하려는 엉뚱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단체 내부에서는 사건을 기회로 삼아, 1년도 안 된 신입직원끼리 뭉쳐 대표를 돌아가며 맡을 생각을 하거나 단체 내 동물들을 다른 기관으로 넘겨도 무방하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거나 선배 활동가들에게 지시를 하는 등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구조한 동물들의 일부 안락사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내 동물권이 오히려 그것을 공격의 무기로 삼는 등 정치판처럼 변질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박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박 대표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박 대표가 2015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단체 임모 전 국장을 시켜 구조한 동물 98마리를 안락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박 대표가 2018년 말복을 하루 앞둔 그해 8월15일 새벽에 다른 사람 소유의 사육장 2곳에 들어가 개 5마리를 몰래 갖고 나온 사실도 확인해 절도 혐의도 적용했다.

또 동물단체 회원들과 사육장 3곳을 몰래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했고, 사육장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공소 사실에 포함시켰다.

이밖에 박 대표는 케어 소유의 동물보호소 부지를 단체가 아닌 자신 명의로 사들인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 농사 목적이 아니라 동물보호소 부지를 위해 농지취득자격·농지전용허가를 받은 혐의(농지법 위반)도 있다.

다만 검찰은 안락사 사실을 알리지 않고 회비·후원금 명목으로 67억3800여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사기)와 1억4000만원 상당의 업무상 횡령 및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박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심리로 오는 3월24일 오전 10시50분에 열린다. 

박 대표는 "올 한 해 몇 가지 기소된 사안에 대해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 재판은 동물권에 있어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재판에서 이기는 것, 처벌을 피하는 것이 재판의 목적이 아니라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것이 이번 재판에 임하는 저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저는 자유로운 활동가로 돌아가서 더 강한 액티비스트가 될 것"이라며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불의함에 맞서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이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더 많은 동물들이 있는 현장을 찾아 갈 것이며, 더 적극적으로 동물들의 편을 만들어 나갈 것이며, 더 많이 케어를 돕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소연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안녕하세요.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입니다.

저는 이제 대표직을 내려놓고 케어의 액티비스트로 돌아가겠습니다.

안락사 사건이 터진 후 1년이 조금 넘는 긴 시간, 수많은 구설을 들으면서도 차라리 홀가분하게 대표직을 내려놓지 못했던 것, 여느 때처럼 활동을 해 왔던 것은 오로지 케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그대로 물러난다면, 언론을 통해 온갖 악의적으로 생산· 편집· 왜곡된 자료들과 루머들이 그대로 케어를 옭죄어 더 오랜 시간, 어쩌면 영영 케어를 힘들게 할 것이란 판단에서였습니다.

제가 남아서 적어도 케어의 후원금 문제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투명했고 잘못이 없었다는, 한 점 남김없이 동물들을 위해 사용되어 왔다는 것을 그래서 케어가 행해왔던 소수 동물의 안락사가 돈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동물들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후배 활동가들과 케어의 상근활동가들이 케어와 함께 남아 더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긴 시간이었지만, 그리고 당연한 결과지만 케어는 기부금에 대해서, 과거의 악의적인 고발에도 언제나 사법부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털어 먼지 하나 나지 않는 단체입니다.

사건이 터진 당시 단체 내 상황은 마치 소용돌이 같았습니다. 법원으로부터 받은, 드러난 증거자료에서처럼, 사건을 터트린 자는 외부 세력과 단체들을 등에 업고 대표를 내몰고 케어를 전복시키고 동물권운동이 아닌 단지 사설 보호소로만 단체 운영방향을 축소하려는 엉뚱한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안락사의 불가피성과 그에 대한 진정성을 익히 알고 있는 자였기에 증거자료에 있는 것처럼 안락사를 중단하고자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고 오로지 단체 보호소 운영의 결정권을 갖기 위한 계획일 뿐이었습니다. 단체 내부에서는 사건을 기회로 삼아, 1년도 안 된 신입직원끼리 뭉쳐 대표를 돌아가며 맡을 생각을 하거나 단체 내 동물들을 다른 기관으로 넘겨도 무방하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하거나 선배 활동가들에게 지시를 하는 등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들 모두는 사건을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대로 남는다면 케어의 미래는 불 보듯 뻔했고 그런 결과를 알면서 저 혼자 짐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았습니다.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월급을 받지 않고 11개월 이상을 버티면서도 그 책임감 하나로 일하며 버텼습니다. 그렇게 단체의 정체성, 철학, 정신만큼은 진정성 있는 활동가들과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단체에 굳건히 남아 성심으로 활동하는 그들을 격려하며 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약속을 하며 대표자리에서만큼은 물러날 때입니다.

동물권역은 마치 정치판처럼 변질되었습니다. 구조된 동물들의 소수 안락사는 동물들을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선별이 아닌 모두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것을 공격의 무기로 삼아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의 몫이 되어 버렸습니다.

선진국 동물단체조차 하고 있는 안락사를, 개도살이 여전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안락사조차 아예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마치 동물권을 지켜내는 것인 양 동물권 현실자체를 심각하게 호도하고 퇴보시키고 있습니다. 고통 속 동물들을 구조해 수용할 여건이 안 된다며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어쩔 수 없다며 돌아서는 것이 오히려 진실 되고 합리적인 운동인 양 현실을 호도합니다. 정치인들과 형식적인 회의에만 치중하고 기득권에 들어가려 눈치나 보고 동물들을 대신하여 소신 있는 발언을 삼가는 것이 동물권운동처럼 퇴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케어가 그래서 불편했을 겁니다. 마치 정쟁의 대상처럼 그 대상을 케어로 삼았음을 부인하지 못 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그 안에서 내가 대표로 할 수 있는 역할보다 다시 활동가로 돌아가서 케어와 동물들을 돕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만 해선 안 되며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해야 합니다. 때로 그러한 상황에선 내 자신의 안위나 에고는 버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동물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려면 내 자신이 ‘주(主)’가 되어선 안 됩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남들보다 일찍 동물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물들이 당하는 고통과 착취, 폭력, 불평등, 이러한 것을 알게 된 것이 8살 때였습니다. 정육점에 걸린 다리가 덜렁거리던 돼지의 몸통을 본 순간, 그것이 그토록 좋아하는 고깃덩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무자비함에 대해 심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세상이 뒤집히는 개벽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후 제 눈에 보이는 동물들이 처한 세상은 온통 소외되고 고립된, 철저히 외로운, 우리가 취하는 이것과는 단절되고 분리된 전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저는 그 세상 속으로 뛰어 들기로 했고 그렇게 이십년이란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심각한 고통의 현장을 가장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동물들이 처한 참혹한 실상을 훨씬 더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내 눈 앞에 먼저 보인 동물들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 동물들이 당하는 문제를 끊어내야 하고, 우리가 가진 재원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더 많은 동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하며 그래서 더 다양한 동물 이슈에 우리의 힘과 노력이 분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거나 현장을 모르는 분들과는 지향점에 있어 아직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이 아닌 단체의 입장이기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또한 대한민국 동물권 운동은 선진국보다 뒤늦게 시작되었고 아직 경험과 인식의 부족으로 인해 선진국의 합리적인 동물운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도 그런 제도를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경험의 차이가 견해의 차이로 갈라지듯, 제가 주장하고 지향하는 활동들이, 주장하는 바가 당장은 이해되지 못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어 갈 것입니다. 이제껏 그래 왔으니까요. 동물들이 겪는 고통 속 현장은 매우 절박하며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가 나 자신이 아닌 입장을 바꾸어 동물들의 현실을 즉각적으로 깨닫지 않으면 과정의 시행착오 속에서 오는 긴 시간 동안의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3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대표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자유분방한 성격과 직업을 가지고 있던 제게는 매우 부담스럽고 어울리지 않는, 버거운 임무였습니다. 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 배기는 성격과 불도저 같은 열정으로 누군가 더 나은 사람이 나올 때까지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눈 깜짝할 새에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초창기에 보호소가 없어 폐가에서 동물들과 살아본 적도 있었고 사무실보다 보호소를 먼저 만드느라 제 차는 수년간 사무실 역할을 해야 했고 제 급여보다는 그 정도의 재정 여유가 생기면 활동가 하나를 더 채용하자는 생각으로 설립 이후 6년간은 제 급여 없이 단체를 성장시켜 왔었습니다. 그러한 제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며 그 결과로 케어의 후원금은 그런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고발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케어의 이 정신은 계속 지켜가도록 케어의 설립자로, 활동가로 남아 끝까지 도울 것입니다.

저는 올 한 해 몇 가지 기소된 사안에 대해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변호사의 도움 없이 저 혼자 할 생각입니다. 이번 재판은 동물권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재판입니다. 동물은 이용대상이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불합리한 동물이용친화적인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재판이 될 것입니다. 즉 개를 고기용으로 도살하는 것은 동물학대가 아니라는 나라가 도살되는 개를 구해서 그 중 7프로의 안락사를 동물학대로 판단하고 기소한다는 점, 지자체의 안락사는 동물학대가 아닌 나라가 지자체가 다 하지 못하는 동물들을 민간단체가 더 많이 구조해서 일부를 안락사하는 것을 학대로 본다는 점, 개 인플루엔자로 집단 폐사한 도살 직전의 동물들을 상존하는 인간에게도 전염가능하다는 그 전염병 전수조사를 위해 끌고 나와 세상에 알린 것이 절도라는 점. 사설 보호소의 법적 근거나 기준조차 만들지 않았던 나라가 농지에는 개농장만 허용되고 보호소는 안 된다며 불법으로 기소한다는 점, 결국 이 모든 것은 동물을 영리적으로 이용하면 합법이고 보호하면 범법자가 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재판을 “동물을 위한 법은 대한민국에 없다” 는 캠페인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그래서 재판에서 이기는 것, 처벌을 피하는 것이 재판의 목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것이 이번 재판에 임하는 저의 목적입니다.

저는 자유로운 활동가로 돌아가서 더 강한 액티비스트가 될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불의한 법에는 언제나 맞설 것이며, 그것을 뛰어 넘어 더 나은 정의로운 법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불의함에 맞서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더 많은 동물들이 있는 현장을 찾아 갈 것이며, 더 적극적으로 동물들의 편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더 많이 케어를 도울 것입니다. 케어는 케어의 정신을 놓지 않는 한, 앞으로도 외로운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케어와 같은 단체는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케어는 더 큰 힘으로 더 강해져야 하며, 더 성장해야 합니다. 케어를 도와 주십시오, 케어의 지지자가, 케어의 가족으로 오셔서 함께 동물들을 위해 뭉쳐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특별히 그 어려운 시간동안 제 곁에서, 또 케어를 위해 묵묵히 도와주며 힘을 주셨던 분들께는 평생 감사함을 말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케어의 사단법인과 비영리 민간단체 두 곳에서 대표직, 운영의 결정권을 모두 내려놓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경험을 활동가들에게 알려주며 활동가들을 성장시키고 케어의 액티비스트로 조력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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