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삶의 터전인 '해녀와 남방큰돌고래', 공존을 모색하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해녀와 남방큰돌고래', 공존을 모색하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4.02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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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핑크돌핀스, 서귀포시 대정 앞바다에서 '음파발신장치 실험' 진행
2020년 3월 30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가운데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모습.(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2020년 3월 30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가운데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모습.(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제주 앞바다에서 해녀와 돌고래들의 공존을 위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2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부터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해녀와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공존을 위한 '음파발신장치 부착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와 모슬포수협, 무릉어촌계가 함께 진행하는 이번 실험은 해녀들이 몸에 음파발신장치(핑어)를 부착하고 바다 속에서 물질할 경우 돌고래들이 접근을 회피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해녀들의 조업 현장에서 △물질 시간 △돌고래 무리 출현 여부 △돌고래 무리의 크기 △해녀에 접근 여부 △접근 거리 △핑어 접근 여부 △돌고래 행동 패턴 등 총 11개 세부 항목을 조사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 해녀들의 물질시 남방큰돌고래의 접근 횟수와 피해 사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사된 사례는 없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바다의 난개발이 심해지면서 돌고래들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대정읍 앞바다에 모여들어 해녀들이 돌고래들과 바다에서 조우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관련 민원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릉리 해녀들이 돌고래 회피용 음파발신장치를 달고 입어하는 모습.(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무릉리 해녀들이 돌고래 회피용 음파발신장치를 달고 준비하는 모습.(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특히 제주 바다에서 오랫동안 평화롭게 공존해온 해녀와 돌고래가 해양생태계의 변화와 생태조건의 악화에 따라 부딪히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난개발에 따른 '돌고래 서식처 축소'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핫핑크돌핀스는 진단했다.

현재 제주에서는 해상풍력발전단지와 해군기지, 호텔 건설 등 연안 난개발로 인해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들은 선박들이 점령한 바다를 피해 대정읍 일대에 자리를 잡았으나, 해녀들과 바다에서 부딪히는 사례가 늘면서 '해녀와 돌고래의 마찰과 공존'이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올르기도 했다.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당연히 제주도정과 해양수산부에 있다"며 "제주 해양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제주도정의 요청과 중앙정부의 협력으로 바다에 대한 난개발을 무작위로 허용했기 때문에 돌고래 서식처가 줄어들면서 남방큰돌고래들은 결국 대정 지역에서 인간과의 접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말은 돌고래들이 스스로 대정지역으로 몰려온 것이 아니라 서식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정읍 일대 앞바다에 자주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런 변화를 제주도와 해수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앞으로 몇 달 간 대정읍 일대에서 '핑어'를 활용한 실험을 계속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해녀와 돌고래의 공생을 위한 정책 조언을 할 예정이다.

4월 1일 오전 9시 30분경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 나타난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 약 10마리 정도로 추산되며 특히 사진 오른쪽 편에 어미 돌고래와 새끼 돌고래가 붙어서 함께 유영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4월 1일 오전 9시 30분경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 나타난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 약 10마리 정도로 추산되며 특히 사진 오른쪽 편에 어미 돌고래와 새끼 돌고래가 붙어서 함께 유영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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