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동물원 '주렁주렁', 결핵 감염 코아티 동물체험에 동원
체험동물원 '주렁주렁', 결핵 감염 코아티 동물체험에 동원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4.28 08: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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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동물원 관리시스템에 들어온 '적색경보'
등록 동물원 110곳중 절반 이상이 체험형 운영
어웨어 "동물원법 개정해 체험동물원 폐지해야" 
국내 최대 체험동물원인 ‘주렁주렁’ 일산점에서 관람객들에게 공개하던 코아티.(사진 어웨어 제공)
국내 최대 체험동물원인 ‘주렁주렁’ 일산점에서 관람객들에게 공개하던 코아티.(사진 어웨어 제공)

국내 최대 체험동물원인 '주렁주렁'에서 결핵에 감염된 코아티를 동물체험에 동원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결핵은 감염병예방법에서 제2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체험동물원이 동물복지뿐 아니라 공중보건의 사각지대라는 문제가 다시 대두된다.

28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체험동물원 ‘주렁주렁’ 일산점에서 관람객들에게 공개하던 코아티가 결핵 감염으로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어웨어가 국회의원 이상돈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주렁주렁에서 폐사한 코아티에 대해 2019년 4월 서울 모 수의과대학에서 병성감정 결과 속립결핵(miliary tuberculosis, 결핵균이 혈액으로 들어가 장기에 결핵성병변을 만든 상태) 판정을 받았다.

해당 대학이 국립환경과학원에 다시 병성감정을 의뢰한 결과 간, 비장, 폐, 신장, 장 등 5개 샘플 모두에서 소 결핵균(Mycobacterium Bovis)이 검출됐다. 

소 결핵균은 사람에게도 결핵을 일으킬 수 있는 인수공통 전염병균이다. 결핵은 폐를 비롯한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우리나라는 감염병 예방법에서 제2급 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결핵 신환자수는 23만 8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은 1위, 사망률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웨어는 주렁주렁 일산점에서 코아티가 결핵으로 폐사한 것을 통해 체험동물원이 공중보건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다시한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결핵균은 감염 동물과의 직접적 접촉뿐 아니라 감염 동물의 기침에 포함된 작은 침방울, 침으로 오염된 사료 등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주렁주렁은 동물과 관람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무경계·근거리 전시형태의 대표적인 체험동물원이다. 

해당 업체에서 코아티는 관람객과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구조물에 전시되며 먹이주기 체험이 상시적으로 이뤄져 관람객은 타액, 비말 등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언제 감염되었는지,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감염된 동물에 노출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체측의 사건에 대한 대처도 인도적인 방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함께 사육되던 다른 코아티 2마리를 결핵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도 없이 안락사를 강행했다. 

또한 완전히 분리된 사육장 없이 한 공간에 라쿤, 미어캣 등 여러 종의 동물을 구획해 사육하고 있는 환경이지만 다른 동물에 대한 감염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지 않고, 시설 방역만 실시한 후 영업을 계속했다. 

체험동물원을 방문한 관람객에게 이 같은 사실의 안내는 생략됐다.

해당 동물의 감염 사실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질병관리본부, 경기도 등 많은 관계기관에 통보되었지만 관련 규정 미흡으로 적극적인 조사와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관련 법은 가축과 야생동물에서 법적으로 지정한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관련 부서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동물원에서 인수공통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어느 법에서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 등록시 보유 생물의 질병 및 인수공통 질병 관리계획과 안전관리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보유 생물이 사람 또는 신체에 위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선언적으로 명시하고 있을 뿐 질병 관리와 예방을 위해 동물원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은 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어웨어는 인간의 오락과 유흥을 목적으로 야생동물과의 무분별한 접촉을 허용하는 유사동물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체험동물원의 폐지를 주장했다.

또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통해 동물 질병 예방 및 관리를 강화하고, 자격 미달 동물원은 운영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무서운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체험동물원에서는 관람객과 동물들의 밀접한 신체적 접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2019년 기준 환경부에 등록된 동물원 110곳 중 절반 이상의 시설이 체험형 동물원, 실내동물원 등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야생동물카페, 이동동물원 등 등록되지 않은 시설들도 성업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며 "이번 사고를 국가는 무너진 동물원 관리시스템에 들어온 적색경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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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2023-03-31 09:30:31
체험 동물원의 한계인 것 같네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동물들이 무분별한 피해를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 제도 강화로 하루 빨리 무너진 동물원 관리 시스템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