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향고래의 죽음 원인 규명해 대비책 마련하라"
핫핑크돌핀스 "향고래의 죽음 원인 규명해 대비책 마련하라"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6.05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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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동해 앞바다에서 발견된 대형 향고래 부검 없이 폐기처리 지적
지난 1일 오후 7시35분쯤 강원 속초시 대포 동방 16해리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고래가 2일 강릉 주문진항에서 크레인에 매달려 수면위로 올려지고 있다. 이 고래는 길이 13m, 무게 30~35t으로 추정된다.(사진 속초해경 제공)
지난 1일 오후 7시35분쯤 강원 속초시 대포 동방 16해리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고래가 2일 강릉 주문진항에서 크레인에 매달려 수면위로 올려지고 있다. 이 고래는 길이 13m, 무게 30~35t으로 추정된다.(사진 속초해경 제공)

해양보호생물인 향고래 1마리가 지난 1일 강원 동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지난 1일 오후 7시35분쯤 강원 속초시 대포 동방 16해리 해상에서 향고래 1마리가 바다에 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속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길이 약 13m, 무게 30~35톤으로 추정되는 향고래는 해경이 불법포획 여부를 조사한 후 2일 오후 1시쯤 강릉시로 인계됐고, 강릉시는 다음날 강릉시 강동면에 위치한 광역쓰레기매립장에 매몰해 폐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폐사한 향고래에 대해 부검을 진행하지 않고 서둘러 폐기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는 3일 논평을 통해 "대형 향고래가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이틀만에 폐기처리돼다"며 "그렇게 꼭 서둘러 폐기해야 했나"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향고래는 심해에 서식하는 이빨고래류 중 유일한 대형고래다. 수컷은 19m, 암컷은 13m까지 자라고 몸무게가 최대 57톤에 달한다. 

향고래는 특히 잠수력이 뛰어나 해저 3000m까지 내려가 1시간이나 잠수하며 먹이를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 취약종(Vu)으로 분류되어 있는 향고래는 정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향고래는 전 세계 깊은 바다에 널리 분포해 있지만 한국 해역에서 발견된 것은 지난 15년간 단 4차례 뿐이다.

핫핑크돌핀스 "국립고래연구센터에서는 현실적인 예산과 인력의 부족, 가용자원의 부족 등으로 인해 향고래를 부검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살아 있는 향고래가 한국 해역에서 자주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죽은 채 발견된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연구할 가치는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고래의 부검에 인력과 자원이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월 제주에서 참고래에 대한 부검이 이뤄졌을 때 여러 연구자들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례가 있다"면서 "이번 향고래 역시 고래연구센터가 서둘러 폐기 결정을 내리기보다 부검을 결정하고, 전국의 관련 전문가들과 연구자들,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모여 합동 부검을 실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죽은 향고래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발견돼 해양생태계가 처한 위기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경종이 되고 있다. 

2019년 3월 28일 이탈리아 북부 해안에서 발견된 향고래에서는 22kg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으며, 2019년 12월 영국 스코틀랜드 해안으로 떠밀려온 향고래는 위속에 무려 100kg에 달하는 해양쓰레기가 들어있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고래류 보호가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좋은 탄소 저감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 고래는 많은 양의 탄소를 체내에 포집하며, 배설을 통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성을 촉진시키기도 하고, 깊이 잠수하며 바닷물을 휘저어 수중에 산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번 향고래가 질병에 의한 사망인지 또는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것인지 아니면 뱃속에 해양쓰레기가 가득차 있었는지 등은 기본적으로 고래류 보호를 담당하고 있는 해양수산부에서 책임 있게 밝혀줘야 한다"면서 "그래야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래 연구 국가기관인 해양수산부와 고래연구센터는 예산 부족, 인력 부족을 탓할 것이 아니라 대형 고래가 죽고 있는 원인을 규명하여 고래의 죽음을 줄일 수 있는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그리고 고래 보호를 위한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 향고래 등 대형 고래뿐만 아니라 상괭이 등 소형 돌고래도 폐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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