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을 불법 도살하고 고기로 취식"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을 불법 도살하고 고기로 취식"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6.22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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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용인시 사육곰 농가 실태 고발 국민 청원
정부 수수방관 속에 농장주 동종 전과 있어도 '배짱영업'
경기도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자행된 반달가슴곰 도살현장.(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도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자행된 반달가슴곰 도살현장.(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도 용인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을 불법으로 도살한 정황이 포착됐다. 

22일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에 따르면 해당 농가에서는 도살한 사육곰(반달가슴곰)을 고기로 취식한 것으로 의심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농가는 "코로나19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위해 반달곰 웅담을 특별할인 판매한다"며 사육곰의 도살 일자와 시간을 안내하는 광고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문자에는 "사전 예약 후 당일 현장 방문자에게는 특별식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도살 당일 농장주는 뜬장 안에 사육되고 있는 사육곰에게 마취총으로 진정제를 주사했고, 5분 가량 시간이 흐른 뒤 곰이 힘이 빠지자 올가미로 곰을 잡아당겨 혀를 잘라 피를 빼냈다. 

곰이 죽고나서야 사체가 마당으로 옮겨졌는데 이 모든 과정이 새끼곰들을 포함해 다른 곰들이 보는 앞에서 이뤄졌다. 

직원은 곰의 발을 자르고 고기를 도려내며 "곰은 버릴 곳 하나 없이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장 한쪽에는 광고문자에서 언급한 '특별식사'를 위한 6~8인 상차림이 준비돼 있는 광경도 목격됐다. 

반달가슴곰의 불법 도살로부터 취식에 이르기까지 해당 농장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농장은 사육곰의 용도 외 사용, 불법대여, 불법증식 등 불법행위 등으로 이미 수 차례 처벌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농장주는 2013년과 2015년 2차례에 걸쳐 385만원을 받고 웅지(곰에서 추출한 기름) 총 35kg을 화장품 원료로 판매하고, 2015년 반달가슴곰 1마리를 경남 창원시의 한 동물원에 800만원을 받고 대여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자행된 반달가슴곰 도살현장.(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도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자행된 반달가슴곰 도살현장.(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허가받지 않고 증식한 경우 증식된 개체를 몰수해야하지만 환경부 등에서는 보호공간 부재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또한 사법부는 범죄수익에 한참 못 미치는 벌금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김수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올해 불법증식된 것으로 보이는 새끼곰이 확인되는 등 해당농가는 이미 수년간 불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고 남은 사육곰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정부의 묵인 속에 이 같은 불법행위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농장주에 대한 강력처벌과 사육곰 산업의 종식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사육곰 문제를 지적하고, 국회를 설득해 환경노동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사육곰 보호시설(생츄어리) 예산이 예산안에 올랐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베트남의 애니멀아시아 생츄어리 등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은 충분히 있으며 생츄어리는 사육곰 문제 뿐 아니라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사육곰이 길러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1년 정부가 재수출 목적으로 사육을 권장하면서부터다.

1981년에서 1985년 사이 493마리의 곰이 수입된 뒤 증식을 통해 2005년 1454마리까지 증가했다. 이후 2014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진행된 증식금지 사업 이후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450여마리가 남아 있다.

사육곰 농장 수는 개체수가 최대로 증가한 2005년 93개까지 증가했다가 점차 감소해 현재는 31개 농장이 남아있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해 8월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민인식조사 결과, 사육곰 문제에 대한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대답이 79.3%(전적으로 필요함 50.3%, 어느 정도 필요함 29.0%)를 차지했다. 사육곰 특별법 제정에도 78.3%의 응답자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한 동물자유연대가 사육곰 생츄어리 예산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진행한 서명운동에는 단 이틀만에 5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자행된 반달가슴곰 도살현장.(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도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배포한 광고전단.(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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