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참사랑 농장, '기계적 살처분 거부' 3년여 법정다툼서 패소
익산 참사랑 농장, '기계적 살처분 거부' 3년여 법정다툼서 패소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6.2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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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PNR·민변 전북지부, 성명 통해 대법원 기각 판결 강하게 비판
"살처분 책임 회피하는 행정·기계적 살처분에 눈감은 사법부 규탄"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와 동물권연구단체 PNR(공동대표 서국화·박주연) 등은 지난해 12월 11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살처분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의 청구를 기각한 항소심 재판부를 비판했다.(사진 카라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와 동물권연구단체 PNR(공동대표 서국화·박주연) 등은 지난해 12월 11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살처분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의 청구를 기각한 항소심 재판부를 비판했다.(사진 카라 제공)

건강한 닭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은 부당하다며 살처분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동물복지농장주가 3년여 간의 긴 법정다툼 끝에 결국 패소했다.

24일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4월 29일 전북 익산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 유항우씨가 전북 익산시를 상대로 살처분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앞서 농장주 유씨는 지난해 12월 11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행정부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권연구단체 PNR(공동대표 서국화·박주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는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근거없는 살처분 책임 회피하는 행정과 기계적 살처분에 눈감은 사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참사랑 농장에 대한 익산시의 잘못된 살처분 명령 취소 사건 소송은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뒷받침할만한 위험도 평가 및 재량 판단이 결여된 익산시의 기계적 살처분 명령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다툼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종결됐다"면서 "우리는 법에 명시된 대로의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게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사안의 중대함을 축소 해석하면서까지 이같은 탁상행정의 잘못을 외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1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익산시는 그해 2월 27일과 3월 5일 망성면 하림 직영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발생하자, 반경 3km 이내 17개 농장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85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땅에 묻혔다.

당시 익산시는 발병농가 반경 3km 이내 있다는 이유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의 5000여마리 닭도 살처분을 명령했다.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최초 발병지로부터 약 2.05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살처분 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가축이 전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믿을만한 역학조사 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경우(가축전염병예방법 제20조) △해당 지역의 축산업 형태, 지형적 여건, 야생조수류 서식실태, 계절적 요인 또는 역학적 특성 그리고 '해당농장의 특성반영' 등 위험도를 감안(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요령 고시 제17조)해 살처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익산시는 무조건적 살처분만을 밀어붙였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와 참사랑농장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지난해 8월 1일 오후 1시 전북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익산시의 생명경시 행정을 규탄했다.(사진 카라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와 참사랑농장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지난해 8월 1일 오후 1시 전북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익산시의 생명경시 행정을 규탄했다.(사진 카라 제공)

사법부는 재판 과정에서 익산시가 위험도 평가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참사랑 농장에 대한 살처분 여부를 고민한 증거가 전혀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 살처분 명령에 대한 위법성 소송에서 3번 모두 익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보호지역 내 농장 및 닭 마리수, 최초 발병농가 근처에서 철새 목격 등의 단순정보에 의거 '익산시가 고시 제17조에서 정하고 있는 위험도 등을 감안하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절차가 미흡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의 성격과 당시의 긴급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이 이 사건 처분의 취소사유에 이를 정도의 절차상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으며,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등이 없다며 최종적으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카라와 PNR 등은 "사법부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다수 동물들을 근거 없이 죽이고 있는 ‘기계적’ 살처분 명령 남발의 문제점을 바로보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무의미한 생명살상의 반복과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탁상행정에 사법부도 동조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위험도 평가 없는 ‘기계적’ 살처분의 남발은 지자체의 탁상행정, 살처분 의존적 방역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중앙정부, 이러한 행정이 위법하지 않다며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법부의 합작품으로 드러났다"면서 "정의로운 참사랑 농장의 항거에 경의를 표하면서 우리는 근거 없는 ‘기계적’ 살처분에 맞서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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