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인기 동물 영상, 생명존중은 없고 '학대'와 '희화화'만 
유튜브 인기 동물 영상, 생명존중은 없고 '학대'와 '희화화'만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8.16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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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유튜브 영상 413개 모니터링 후 분석결과 발표
동물 영상 20% 동물학대·29% 동물권 침해 소지 있어
'댓글' 영향 받아 새로운 학대 영상 제작 이어지기도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진행한 '동물의 권리를 위한 미디어 모니터링단' 활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도표는 동물 영상에 출연한 동물의 종류.(자료 카라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진행한 '동물의 권리를 위한 미디어 모니터링단' 활동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프는 동물 영상에 출연한 동물의 종류.(자료 카라 제공)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올라온 동물 관련 영상들 가운데 상당수가 동물을 학대하거나 동물권을 침해하는 등 생명존중 가치를 훼손하는 내용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시청자들의 무책임한 '댓글'이 동물 학대를 더 부추겨 또 다른 학대 영상 제작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발견됐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진행한 '동물의 권리를 위한 미디어 모니터링단' 활동 분석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모니터링은 유튜브에서 '동물'을 키워드로 업로드된 영상 중 국내 수익 상위권 17개의 채널을 포함해 구독수가 높거나 최근 이슈가 된 영상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카라 모니터링단은 79개 유튜브 계정의 413개의 영상을 시청하고 체크리스트에 따라 영상을 분석했다. 

모니터링은 △미디어 속 동물의 상태(출연 동물의 수, 동물의 종류, 건강상태, 위생상태 등) △콘텐츠 분석(위험성, 자극적인 제목, 기획 목적 등) △동물학대 소지 △동물권 침해 소지 △시청자 반응(댓글)을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13개의 영상에서 총 82종 이상의 동물이 등장했고, 개(47%)와 고양이(24%) 영상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야생동물은 1회성으로 소개되는 영상들이 많아 영상 숫자는 적었지만 동물 종류는 다양했다. 

모니터링단은 영상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상태를 분석했는데, 46개의 영상에서 동물의 건강 상태가 나쁘고(11%), 99개의 영상에서는 동물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24%), 다수의 영상에서 출연진이 동물을 괴롭히는 모습(24%)이 목격됐다.

카라의 미디어 모니터링단은 분석 대상인 413개의 영상의 20%인 83개의 영상을 ‘동물 학대’ 영상으로 판단했다. 

동물 학대의 유형으로는 '비정상적인 돌봄'이 45%(63개)로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에게 장애물이나 투명 벽 피하기와 같은 챌린지를 계속 강요하거나 야생동물은 습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공간에 두거나 촬영을 목적으로 괴롭히는 영상들이 포함됐다. 

그 다음으로는 '신체적·물리적 폭력' 유형이 20%(28개)로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 동물들에게 위협을 하거나 욕설 및 고성을 지르는 '언어적·정신적 폭력'은 16%(23개), 동물을 산 채로 먹거나 사체를 촬영하는 등의 '혐오스럽거나 자극적인 행위'는 15%(21개)로 조사됐다. 

동물에게 성희롱 표현을 사용하는 영상도 4%(6개)를 차지했다.

카라는 413개의 영상 중 121개(29%)의 영상이 동물권을 침해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동물을 희화화'(31%·80개)한 것으로 종에 상관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출연진은 영상을 재밌게 만들 목적으로 동물에게 낯설고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다. 인간에게 잡혔다가 도망가는 야생동물의 모습을 조롱하거나,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동물에게 음식을 주지 않고 반응을 보며 놀리는 경우들이 포함됐다.

이어 '동물을 소품처럼 이용'(25%·65개), '동물 희귀성 소비'(18%·46개), '품종 소비 조장'(17%·45개) 등 내용이 뒤를 이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물 관련 영상은 동물의 종류에 따라 동물 학대나 동물권 침해 유형이 다른 경향을 나타냈다. 

개와 고양이 영상에서는 '챌린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장애물 피하기, 투명 벽 부딪히기, 인형 탈을 쓰고 놀라게 하기 등 챌린지 하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거의 모든 계정에서 영상이 올라왔으며 동물이 불편해하는 시그널을 보내더라도 촬영은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야생·희귀동물 영상의 키워드는 '소품', '희귀', '판매'로, 시청자들이 동물들을 신기해하도록 유도했다.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여겨지는 동물들의 상황은 더 참담했다. 

낙지, 문어 등을 산 채로 먹는 영상에서 출연진은 동물이 '살아있음'을 강조하고, 명확하게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점'을 자극적으로 활용했다.

'미디어 동물 학대'의 주요한 특징 중에는 '댓글'이 있었다. 

반려동물의 영상은 '귀엽다' 혹은 '나도 키우고 싶다'라는 댓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튜브에서 동물 관련 인기 계정은 주로 '품종' 동물이 출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을 '귀여움'으로 소비하는 댓글은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았다고 카라는 지적했다. 

또한 무수한 댓글 중에는 동물 학대에 동조하거나 때로는 더 부추기는 경우들도 발견됐다. 새로운 동물 학대 영상을 제작할 것을 부추기는 댓글들이 다음 영상 제작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카라 관계자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조회수를 늘리고, 조회수가 광고 등으로 영상제작자와 플랫폼 모두에게 수익으로 연결되는 영상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며 "동물 학대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생명존중 가치를 훼손하는 영상들을 감시할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의 입장에서 영상을 보고 문제 제기 댓글을 달며 문화를 바꿔나갈 소비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카라의 이번 모니터링 활동은 서울특별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동물과 인간이 안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일환이다.

앞으로 영화 및 방송 관계자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미디어 속 동물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개선되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모니터링 분석 내용은 카라 홈페이지(www.ekar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속 동물의 건강상태가 어떠한가?(자료 카라 제공)

영상 속 동물은 긴장한 상태인가?(자료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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