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의 운명을 예감한 동물들, 시국선언에 나서다
'절멸'의 운명을 예감한 동물들, 시국선언에 나서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8.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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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유언 남겨…인간들에게 보내는 섬뜩한 경고
창작집단 이동시·생물다양성재단이 주최한 퍼포먼스 
30여 명의 동물권 운동가·예술가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펼쳤다.
30여 명의 동물권 운동가·예술가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펼쳤다.

점점 더 다가오는 '절멸의 시대'. 위기로 내몰린 동물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23일 동물권단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30여 명의 동물권 운동가·예술가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펼쳤다.

저마다 다른 동물의 모습으로 퍼포먼스에 참가한 동물권 운동가·예술가들은 한 사람씩 동물의 경고를 전하며 쓰러져 죽었다. 

이날 물권 운동가·예술가들이 대신한 동물들의 목소리에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탈성장·탈육식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간과 동물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담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2월 '추후 세계 대유행을 일으킬 바이러스 8가지'를 발표했는데, 리스트의 맨 마지막인 8번째 바이러스를 미지의 '질병X(disease X)'라고 명명했다. '질병X'는 앞으로 출현해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되는 요주의 신종 질병 모두를 말한 것이다.

8월23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218개 국가에서 80만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오고 2300만명에 육박한 확진환자가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보건기구가 명명한 '질병X'의 발현이 시작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뒤늦게 '포스토 코로나19'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근본 원인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방역과 비대면 경제 활성화 등 증상 대응에만 급급하다보니 원인은 뒷전이 됐다.

30여 명의 동물권 운동가·예술가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펼쳤다.
30여 명의 동물권 운동가·예술가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절멸-질병X 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퍼포먼스를 펼쳤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제인구달은 "코로나19의 원인은 동물 학대"라고 지적했다.

야생동물 거래가 코로나19 전염의 확산에 기여했다고 판단한 중국과 베트남 정부는 늦었지만 시장을 규제하고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새롭게 창궐하는 모든 전염병의 75%, 이미 알려진 전염병의 60%가 동물에서 유래했다. 앞으로 도래할 미지의 '질병X'도 인수공통감염병일 확률이 매우 높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은 지난 7월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의 원인을 동물 서식지 파괴(벌채) 및 야생동물 거래로 규정하고, 이 두 요인에 대한 규제를 약 10년간 실시할 때 드는 비용(220억 달러·한화 26조 원)은
팬데믹에 의한 피해액(10~20조 달러·한화 2만4천조 원)의 2%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동물들은 "인간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인간과 동물 모두 서로가 서로를 잃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국선언에서 동물들은 절멸의 운명을 예감하면서 10가지 유언을 남겼다.

유언은 △동물이 최대의 피해자임을 인정해라 △서식지 파괴를 중단하라 △성장·개발·육식 등 3가지 마약을 끊어라 △기후 위기를 진짜 위기처럼 대하라 △우리 조상들의 화석은 연료가 아니니 도굴을 삼가라 △사람 중심이란 말은 더이상 아름답지 않다 △당신들이 이룬 모든 건 '값싼 자연' 덕분이었다. 제 값을 치르라 △지속 가능성 말고, 가능성의 지속을 추구하라 △썩지 않는 물건 그만 좀 써라 △앞으로 동물한테 경어체를 써라 등이다.

이번 퍼포먼스는 창작집단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 생물다양성재단이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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