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방송에 나오는 동물들, '복지'는 없고 '희생'만 있다
영화나 방송에 나오는 동물들, '복지'는 없고 '희생'만 있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09.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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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촬영현장 동물복지 실태 조사 결과 발표…영화·방송·뉴미디어 종사자 설문조사
'촬영 위해 고의로 동물에게 해 가해' 8%·'촬영 중 사고로 동물이 죽거나 다쳐' 13%
"출연 동물의 엄격한 기준과 관리체계 및 스태프를 위한 교육과 가이드라인 필요해"

영화·방송·뉴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들의 복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지난 6월 5일부터 6월 28일까지 미디어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카라의 이번 설문조사는 △동물 섭외 경험 △동물 배우 복지 현황 △촬영 현장 내 동물학대와 동물권 침해 제보 △개선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는데 국내 영화, 방송, 뉴미디어 종사자 157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을 배우로 섭외한 경로는 ‘동물 촬영 전문업체에서 대여’(44%)가 가장 많았고, 이어 ‘스태프 또는 지인의 반려동물’(25%)이 뒤를 이었다.

동물 배우를 선정한 기준으로는 동물의 경력과 훈련 정도인 '동물의 전문성'(36%)이 가장 많이 고려했다.

촬영을 위해서 구매했거나 포획한 동물의 사후 처리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입양을 보냈다’(22%)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업체에 되팔았다’(16%), '모른다’(8%), ‘폐사(사망)했다'(3%)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사후처리 내용을 종합해 보면 촬영 이후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나 말의 경우 소속이 분명해 대부분 문제가 없었지만, 어류와 조류 또는 야생동물은 폐사하거나 방사, 재판매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카라는 촬영 현장에서 동물 배우의 복지 상황을 측정하기 위해 동물의 건강, 주변 환경, 안전과 스트레스 노출 상태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촬영 현장의 건강유지, 주변환경, 안전상태는 '대체로 좋았다'는 답변이 많았지만, 동물의 스트레스 상태에 대한 질문에는 부정적 답변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이 59%를 차지했다.

동물 촬영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5%가 '가이드라인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고 답했고, 촬영시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촬영 현장 근처 동물병원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했다'는 답변은 20%에 불과했다.

또한 동물 출연을 대체하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장면 연출을 고려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58%)는 대답이 '있다'(41%)보다 더 많았다. 

컴퓨터그래픽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로는 ‘예산 부족’(41%)과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라서’(33%) 순으로 답했다.

촬영을 위해 고의로 동물에게 해(이롭지 아니하게 하거나 손상을 입힘)를 가했던 상황을 경험한 적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답변자의 8%가 ‘있다’고 답했고, '사고로 동물이 죽거나 다친 적 있다'는 대답이 13%로 조사됐다.

이밖에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하려고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촬영 중 놀란 말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전기충격기를 사용하고 △토끼 촬영 중 추위와 담당자 관리 소홀로 죽는 등 고의성과 상관없이 촬영으로 인해 동물이 다치거나 죽는 사례도 언급됐다. 

또한 출연 동물로 인해 '인간이 다친 적이 있다'(8%)는 대답도 있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디어 종사자들은 촬영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출연 동물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관리체계 마련’(33%)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스태프 대상 동물권 교육 의무화’(23%), ‘동물배우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21%)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미디어 종사자들 “인간은 배우로, 동물은 소품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10년 전 촬영 현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아졌다. 다만 개인들의 인식이 좋아졌을 뿐 시스템상으로 보호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번 설문조사는 서울특별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동물과 인간이 안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카라는 10월 말에 열리는 '카라동물영화제'에서 미디어 출연 동물의 복지 현황과 개선방안을 점검하는 포럼을 개최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민들과 촬영 현장에 배포할 예정이다.

자세한 설문조사 결과 내용은 카라 홈페이지(www.ekar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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