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예견된 죽음…큰돌고래 '안덕이'는 억울하다
또 다시 예견된 죽음…큰돌고래 '안덕이'는 억울하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0.10.07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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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마린파크 큰돌고래 8월에 폐사…올해 들어 3번째 수족관 돌고래 죽음
핫핑크돌핀스 지난해 4월 방문 당시 수족관 구석에서 정형행동 보인 개체
"영업정지나 수족관 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치와 함께 바다쉼터 마련 필요"
핫핑크돌핀스가 2019년 4월 제주 마린파크를 찾아 사육 돌고래들의 활동 상태를 점검했을 때 '안덕이' 모습.(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핫핑크돌핀스가 2019년 4월 제주 마린파크를 찾아 사육 돌고래들의 활동 상태를 점검했을 때 '안덕이' 모습.(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좁은 수족관에 갇혀 쇼에 동원되던 돌고래 한 마리가 또 다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사실이 뒤늦게 빍혀졌다.

7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에 따르면 제주도의 돌고래쇼장 마린파크에서 큰돌고래 ‘안덕이(19)’가 지난 8월 28일 폐사했다.

국내 수족관에서 발생한 돌고래의 죽음은 안덕이가 올해 들어 3번째다. 

앞서 지난 7월 20일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벨루가 '루이'가 폐사한데 이어 7월 22일에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큰돌고래 '고장수'가 폐사했다.

이처럼 올해 들어 돌고래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안덕이는 마린파크가  '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太地)에서 2011년에 수입한 암컷 큰돌고래다. 수입 당시 열 살로 추정됐다.

그동안 좁은 수족관에 갇혀 지내다보니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형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핫핑크돌핀스가 2019년 4월 제주 마린파크를 찾아 사육 돌고래들의 활동 상태를 점검했을 때 이미 안덕이를 포함해 4마리의 돌고래들은 모두 심한 정형행동(격리 사육되는 동물이나 우리에 갇힌 동물이 보이는 무의미한 행동으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을 보였다. 

좁은 수조에서의 감금 생활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적, 정신적으로 상해를 입은 상태로 보였다. 그저 수면 위에 둥둥 떠 있거나 또는 무의미한 동작을 계속 반복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당시 마린파크 돌고래들에게서 어떤 삶의 의지나 활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곳에서 당장 돌고래가 폐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돌고래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으나 이후 아무런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폐사한 안덕이는 핫핑크돌핀스의 현장 모니터링 당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에 들어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수면에 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점은 해양수산부가 지난 9월 10일 진행한 ‘마린파크 수족관 서식실태 점검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수부는 올 여름 국내 수족관 시설에서 돌고래 폐사가 잇따르자 전국 7개 고래류 사육시설에 대한 사육실태 점검을 벌였는데 마린파크가 가장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해수부는 마린파크의 문제점으로 △수질 관리방법 보완 △보유생물 검사 및 관리 부족 △돌고래 정형행동 보임 △행동풍부화 및 메디컬 트레이닝 시급 등을 지적했다.

해수부의 기관별 점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마린파크의 돌고래들이 활동성이 둔하고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음’과 ‘체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생물과 접촉시 사전 방역 조치 미흡’ 등이다.

이는 핫핑크돌핀스의 지난해 조사에서 지적된 내용과 일치한다.

핫핑크돌핀스는 "마린파크는 심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돌고래들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고 안덕이는 수의사로부터 적정한 어떤 의료적 조치도 받지 못해 결국 폐사에 이르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동물학대가 명백한 돌고래와 인간과의 체험 프로그램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안덕이의 사례처럼 열악한 사육환경으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상해를 입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폐사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해수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마린파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행정당국은 수족관 돌고래 폐사를 막지 못한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큰돌고래 폐사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면서 "그리고 마린파크처럼 제대로 돌고래를 사육하기가 불가능한 시설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폐쇄 등 보다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리고, 적당한 장소에 바다쉼터 같은 생츄어리를 조속히 마련해 계속되는 수족관 사육 돌고래의 폐사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린파크 측은 안덕이의 폐사 원인에 대해 "면역력 저하에 따른 노령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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