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감옥 논란 '제주동물테마파크' 건립 무산
야생동물감옥 논란 '제주동물테마파크' 건립 무산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1.03.09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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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환영하고 지자체 추진하는 실내동물원도 중단돼야"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 조성사업 변경안 심의 최종 부결
2019년 9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선흘동물테마파크 건설 반대대책위, 정의당 제주도당,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및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이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생태를 파괴하는 '선흘동물테마파크'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 카라 제공)
2019년 9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 선흘동물테마파크 건설 반대대책위, 정의당 제주도당,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및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이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생태를 파괴하는 '선흘동물테마파크'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 카라 제공)

시대착오적 대형 '동물감옥' 논란을 일으킨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동물권단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일부 지자체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실내동물원의 건립도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8일 성명을 통해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의 무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곶자왈 인근 58만㎡ 부지에 사자와 호랑이, 유럽 불곰 등 야생동물 23종 500여 마리에 대한 관람 시설과 호텔, 글램핑장, 동물병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지난 3일 사업자 측이 신청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 변경안을 심의해 최종 부결했다.

사업자 측은 애초 조랑말테마파크를 조성한다고 했으나 변경된 사업계획에는 사파리 공원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는 변경안을 심의하고 투자계획과 재원 확보 방안, 주민 수용성, 지역과의 공존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업 변경을 승인하지 않았다.

개발사업심의위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결국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마라도 면적 2배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에 맹수를 포함한 야생동물 500여 마리를 들여와 전시·체험하려는 계획이 알려져 지역 주민을 비롯해 동물권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동안 제주동물테마파크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과의 심각한 갈등, 또 다른 대형 동물감옥에 대한 동물권단체들의 반대가 고조됐지만 사업자 측은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특히 제주의 생태계 보호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테마파크 조성 부지 인근에는 열대 북방한계와 남방한계 생태계가 공존하는 제주 조천읍 선흘 곶자왈이 존재한다. 곶자왈은 제주의 모든 숲과 초지를 어우르는 잡목림으로 지하 깊은 곳까지 암반층이 연결되어 있으며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다. 
또 대상 부지 인근에서는 천연기념물인 팔색조, 멸종위기종인 긴꼬리딱새, 흰눈썹황금새, 비바리뱀 등이 서식하고 있다.

더욱이 제주는 겨울에 최저 1도까지 떨어져 열대 동물 서식에 적합하지도 않다. 

카라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래 야생동물을 대거 들여와 감금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사업 계획은 그간 야생동물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착취와 부적절한 이용 행태에 대한 사회적 반성에 어긋나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카라는 이어 "지금 우리사회는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같은 야생동물 착취 산업을 심각한 동물학대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유리벽과 철장으로 둘러싸인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야생동물은 더 이상 교육 콘텐츠가 될 수 없고, 이러한 동물테마파크는 종(種)보전의 기지 또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현선 카라 활동가는 "무엇보다 동물은 관광자원이 아닌데 일부 지자체는 앞장서서 실내동물원 건립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동물 본연의 삶을 한낱 자원으로 전락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면서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가치관의 변화는 곧 시대변화로 반영된다.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같은 사업들이 누군가의 거대 자본에 의해 계획되고 추진되지 않도록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가치관이 국가의 제도 속에 자리 잡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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