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연구' 관련 언론 기사 과연 믿어도 될까
'알츠하이머병 연구' 관련 언론 기사 과연 믿어도 될까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1.06.17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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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논문 제목에 동물 언급 안 하면 치료효과 과장보도 경향 보여
HSI "동물실험 결과로 사람 질병 치료 가능성 암시하는 데 주의 필요해"

대개 신약개발 위한 전임상 단계에서 이뤄지는 동물실험에 관한 연구논문을 언론이 다룰 때 논문의 제목에 따라 보도 행태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목에서 실험에 동원된 동물을 언급하지 않을 경우 기사는 치료효과를 부풀려 보도되는 경향을 보였다.

17일 국제동물호보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실험 쥐를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관한 623편의 과학 논문이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살펴보니 연구자가 논문 제목에서 ‘쥐’를 생략하면 뉴스 매체는 연구결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기사를 쓴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쥐 실험을 제목에 언급한 논문의 경우 언론에 보도된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HSI의 마시아 트리운폴 박사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이 같은 내용을 다룬 논문 '쥐를 이용한 알츠하이머 연구, 제목에서는 왜 빠지나?(What’s not in the news headlines or titles of Alzheimer disease articles? #InMice)'는 과학저널 플로스원 6월 호에 개재됐다. 

해당 논문에서 저자들은 먼저 연구논문 제목에서 ‘쥐 실험’이 언급 안 될 경우 기사에서도 동물실험을 제목으로 표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이렇게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논문이 기사에서는 사람에 대한 치료 기대효과가 부풀려져 보도되는 것을 우려했다. 

동물실험의 결과를 바로 사람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험 쥐 등 동물과 사람의 생물학적 현상은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동물실험의 결과로 나온 연구결과를 사람에게 재현하는 데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마시아 트리운폴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기 위한 약 200개의 동물 모델이 있지만 쥐 실험을 통해 발견된 잠재적 치료법의 대부분은 사람에게서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며 "동물실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후보 약물의 약 99.6%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부작용이 보이거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마시아 트리운폴 박사는 이어 "이러한 높은 실패율에도 불구하고 동물 모델에 의존해 질병 치료에 희망을 주는 내용의 기사는 대중에게도 노출될 확률이 높은데 이러한 연구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하여 동물실험의 결과와 사람의 연관성이 부족함을 대중이 알 수 있도록 보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시아 트리운폴 박사가 참여한 논문은 2018~2019년 사이 쥐 실험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해 저널에 실은 논문 623편을 리뷰했다. 리뷰 결과 전체 논문 가운데 405편이 ‘쥐’ 실험을 논문 제목에 명시했고 218편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 논문은 한국 언론과 기사를 대상으로 한 분석은 아니지만 국내 언론들의 보도 행태도 비슷하다.

국내에서 보도된 기사들의 사례를 보면 전임상 연구결과를 놓고 '표적항암제로 알츠하이머 치료 길 열린다', '알츠하이머 치매 극복 새로운 방향', '알츠하이머 치료물질 개발 한국 뇌과학 수준 괄목', '알츠하이머 잡는 슈퍼푸드 귀리, 이제 음료로 먹는다' 등의 제목으로 보도되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희망적 암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들 모두 쥐 실험 결과를 토대로 나온 보도이다. 보도된 기사의 제목만 놓고 보면 실험 쥐 모델의 연구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다. 

전 NIH연구원이자 FDA 메디컬 리뷰어인 수잔 몰칸 박사는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 대한 과학적 신뢰성을 지적하는 한 기사에서 쥐를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에 대해 “그들은 마우스-하이머 질병만 벌써 몇 번을 치료했는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보라미 한국 HSI 대표 대행(정책국장)은 “국내에서 동물실험 결과를 신뢰하고 이를 과학 연구의 필수 단계로 여기는 분위기는 만연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연구결과 논문 발표와 언론의 보도에 있어 투명함을 위해 동물 모델 또는 동물 유래 물질을 사용하여 실험한 경우 이를 표기하고,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 질병 치료 가능성을 암시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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