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실험'이란 명목으로 자행된 동물학대
국정감사에서 '실험'이란 명목으로 자행된 동물학대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1.10.0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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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윤준병 의원 미꾸라지·금붕어 동원 침칠수 실험 비판
"동물은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냐, 생명 감수성부터 높여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윤준병 의원. (사진 카라 제공)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윤준병 의원. (사진 카라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전진경)가 국정감사장에서 펼쳐진 동물학대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카라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수조 2개를 준비해 미꾸라지와 금붕어를 집어넣는 모습을 보였다"며 "새만금 공사 현장에 사용된 제강슬래그 침출수 영향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한다는 주장이었지만 이의 실상은 이목을 끌기 위한 쇼이자 동물학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해 동물실험을 실시하도록 엄격히 규정하며 '3R원칙'을 지키도록 한다. 

동물실험 3R원칙이란 동물실험의 대체(Replacement), 사용 동물 수 감소(Reduction), 실험방법 개선(Refinement)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동물실험을 할 경우 동물 사용을 최소화하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라에 따르면 윤준병 의원은 '3R원칙' 고려 없이 불필요한 실험을 강행했다. 

새만금 공사 현장에서 가져온 제강슬래그 침출수와 금강물을 담은 수조에 미꾸라지 1~2마리와 금붕어 1마리씩을 넣었고, 슬래그 침출수가 담긴 수조 안에서 미꾸라지와 금붕어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이다가 점차 움직임을 멈췄다. 

이후 윤 의원은 같은 수조에 리트머스 시험지를 넣어 알칼리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윤준병 의원이 미꾸라지, 금붕어를 넣은 제강슬래그 침출수에 리트머스 시험지를 담그고 있다. (사진 카라 제공)
윤준병 의원이 미꾸라지, 금붕어를 넣은 제강슬래그 침출수에 리트머스 시험지를 담그고 있다. (사진 카라 제공)

카라는 "애초에 임의로 실험을 설계할 때 어류 대신 리트머스 시험지로 대체하면 될 일이었다"며 "동물을 필수로 동원하지 않고도 충분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데도 진행한 것은 동물의 고통과 희생을 이용해 결과물을 돋보이게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카라는 또한 "또한 국내 실험동물법은 실험을 위한 동물을 동물실험시설과 우수실험동물생산시설, 실험동물공급자, 기준에 적합한 수입된 실험동물로 한정하고 있다"면서 "과연 윤준병 의원이 이러한 규정에 맞는 시설에서 동물을 데려왔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새만금 슬래그 침출수가 담긴 수조 속 어류는 결국 껍질이 하얗게 벗겨지며 모두 죽음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는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질의내용에 집중하기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경쟁이 심각하다"면서 "심지어 동물을 동원하고 학대하는 일마저 국회 내에서 발생한 점은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카라는 이어 "동물은 쓰고 버리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윤준병 의원은 명심하고 생명 감수성부터 높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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