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들, '동물판 N번방 사건'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
동물권단체들, '동물판 N번방 사건'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1.11.12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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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피의자에 징역 4개월·벌금 100만원·집행유예 2년 선고
동물자유연대 "사법부는 동물학대 범죄 심각성 엄중하게 인식해야"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학대 범죄에 관한 일관된 양형기준 마련해야"
고어전문방 학대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기 위해 법원에 모인 지역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사진 카라 제공)
고어전문방 학대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기 위해 법원에 모인 지역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사진 카라 제공)

올해 1월 이른바 '동물판 N번방 사건'으로 알려져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동물학대사건 피의자에게 법원이 솜방망이 판결을 내려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동물권단체들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학대·살해한 범인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일관된 처벌을 위해 양형기준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동물권단체들은 사건의 심각성과 사회적 파장에 비해 이번 법원의 판결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며 유감이라는 입장을 11일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 “고어전문방 가담자들에 대한 처벌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는 동물 혐오 정서와 점점 늘고 있는 학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동물의 생명권에 대해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만큼 사법부도 동물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그에 따른 판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전진경)도 이번 법원의 판단을 규탄하며 "동물학대가 반사회적 범죄임을 알면서도 피고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봐주기식 처벌을 내린 재판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동물학대 강력처벌은 물론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서도 일관된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어전문방 학대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기 위해 법원에 모인 지역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고어전문방 학대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기 위해 법원에 모인 지역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앞서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이날 오픈채팅 고어전문방 동물학대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피의자 이모씨에게 징역 4개월에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이씨가 길고양이, 토끼 등의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영상과 사진을 공유한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동물권단체에 따르면 이날 법정에서는 이씨의 학대 행위에 대한 증거 영상이 공개됐다. 피투성이가 된 토끼 사체가 욕실 세면대에 놓여진 장면, 이씨가 토끼의 목을 비트는 장면 등이 공개된 것이다. 또한 이씨는 당시 허가를 받지 않은 15㎝ 이상의 도검류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카라에서 파악한 오픈채팅 고어전문방 이모씨의 범죄 실상은 가히 엽기적이었다. 이씨는 살아 있는 고양이나 너구리 등 동물들을 무참히 살해한 뒤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동물의 모습이나 동물의 사체, 두개골 등의 사진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공유했다.

또한 자신이 쏜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 사진을 직접 찍어 올리고, 더 나아가 동물을 살해하는 방법 및 살해 도구 등 불법적 정보에 대해서도 구체적 내용을 채팅방에 상시 공유했다. 

오픈채팅 고어전문방 동물학대사건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수십명의 참가자가 동물학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사건으로 그 발언과 학대 수위가 끔찍해 사회적 충격을 줬다. 

이에 고어전문방 가담자들의 엄중 처벌을 요청하는 국민 청원에 27만여명이 동참할 정도로 해당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거셌다.

경찰은 대화방에 참여한 8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검찰은 그 중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의 생명권에 대해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는 반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은 미흡한 수준이다”며 “동물학대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 범죄의 전조로 여기고 학대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만큼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동물학대는 소수의 특정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는 문제"라면서 "법원은 고어전문방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엽기적 동물 살해에 앞장서 온 이씨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려 동물학대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며,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 등 동물학대 예방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고어전문방' 피의자 이모씨가 대화방에 게시한 동물학대 사진.
'고어전문방' 피의자 이모씨가 대화방에 게시한 동물학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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