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행위에 부여해온 사회적 논의, 43년으로 충분하다"
"위법행위에 부여해온 사회적 논의, 43년으로 충분하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1.11.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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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들, 정부 '개식용 산업 종식' 계획에 비판적 입장 견지
카라·동물해방물결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 즉각 마련해야"

정부가 불법 개식용 산업의 종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동물권단체들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전진경)는 25일 논평을 통해 "위법행위에 부여해온 '사회적 논의'라는 면책은 43년으로 충분하다"면서 "대한민국의 개식용 산업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갈등, 동물복지의 훼손은 다름 아닌 정부의 무위와 무능이 자초한 어처구니없는 결과였기에 정부가 뒤늦게나마 처음으로 종식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카라는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원론적인 내용은 그동안 불법과 탈법의 영역에서 장기간 점철돼 온 우리나라 개식용 산업의 특수성과 본질, 그리고 현재 개식용 산업 내·외부의 상황과 국내외 동물복지 추진 동향에 대한 이해가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카라는 "정부는 가축의 도살과 축산물 가공을 규율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개가 제외된 1978년 이래 43년이 지나도록 불법 개식용 산업에 대해 묵인해왔다"면서 "43년이라는 시간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서의 변모를 가능하도록 해준 시간이었고 동시에 연간 100만마리 이상의 개들이 생지옥 같은 도살장에서 몽둥이에 맞아 죽거나, 목이 매달려 죽거나, 전기 쇠꼬챙이로 지져져 죽어 나가는 것을 방치한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카라는 2014년부터 개농장 현장조사를 진행해왔으며, 2016년에는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해 전 세계적 동물학대 이슈로서의 한국 개식용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개식용 산업에서의 음식쓰레기 급여 실태 공개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에 동물보호법 강화 및 동물학대 예외조항 폐지, 축산법 개정,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 등 개식용 종식을 위한 관련법 개정 및 정책개선을 촉구했다.

카라는 이번 정부의 발표와 관련해 빠르고 합리적인 개식용 종식 방안 도출을 위한 선결과제들을 제시했다.

먼저 개식용 산업을 방관한 정부 관계자들이 반성 및 사과와 함께 현행법상 이미 불법인 개농장의 빠른 철폐를 요구했다.

또 동물복지·동물보호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기술적인 출구방안, 개식용 최단기 종식년도 확정, 사육을 포기한 동물에 대한 보호방안, 식용 목적 개 도살 및 개식용 금지의 법적 명문화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대표 이지연)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에 개식용 금지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제시를 요구했다.

동물해방물결은 이날 정부의 발표를 두고 "개식용 금지라는 목표와 방향성 자체를 상실하고, 이미 충분히 형성된 사회적 합의를 또 다시 수개월에 걸쳐 도출하겠다는 전형적인 공 던지기 식 계획이다"고 비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7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이제 개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한 달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개식용의 공식적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2022년 4월까지 개식용 종식의 절차·방법, 국민 소통 방안을 등을 집중 논의한다.

오는 12월까지 민관 공동으로 꾸려지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칭)는 관련단체와 전문가, NGO 등 20명 내외로 구성되며, 생산분과와 유통분과로 나뉘어 개 식용 종식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해당 기구의 회의를 주재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정부지원 협의체가 이 기구를 지원하도록 할 방침을 세웠다. 

이와 함께 관계부처의 합동 실태조사를 통해 사육농장(농식품부·환경부), 도살장(농식품부·식약처), 상인·식당(식약처) 등이 분야별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개식용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동물해방물결은 "시민사회단체는 이미 개식용 산업이 자행하는 동물학대와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 국가 이미지와 환경 훼손을 충분히 증명해왔다"며 "그에 반해 육견업계는 '식용견과 반려견이 따로 있다', '잔혹한 불법 도살이 아니라 인도적인 도축이다' 등 국민과 정부, 언론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일삼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개식용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두 진영에서 입장차를 좁히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매번 좁힐 수 없는 간극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육견업계가 계속 평행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개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테이블은 이 평행선을 연장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동물해방물결은 "지금 필요한 것은 더이상 개들 죽이는 死(사)회적 합의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빠른 법제화와 강력한 단속을 통해 개식용을 금지할 수 있는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로드맵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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