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돌고래쇼에 동원된 ‘비봉이’가 고향 바다로 간다
17년간 돌고래쇼에 동원된 ‘비봉이’가 고향 바다로 간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2.08.03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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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불법포획된 뒤 제주 퍼시픽 리솜에 갇혀 있던 남방큰돌고래
동물권단체 일제 환영…남은 수족관 고래류 위한 바다쉼터 조성 촉구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제주 퍼시픽 리솜 마린스테이지(옛 퍼시픽랜드)에서 사육되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좁은 수족관에 갇혀 17년간 돌고래쇼에 이용되어온 돌고래 ‘비봉이’가 마침내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좁은 수족관에 갇혀 17년간 돌고래쇼에 이용되어온 돌고래 ‘비봉이’가 마침내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다.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제주 퍼시픽 리솜 마린스테이지(옛 퍼시픽랜드)에서 사육되던 비봉이는 2005년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제주 남방큰돌고래다.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는 3일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자연 생태계로 돌려보내기 위해 야생적응 훈련 등 해양방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제주 퍼시픽 리솜 마린스테이지에는 과거 2005년 4월 제주 한림읍 비양도에서 불법포획된 '비봉이'를 비롯해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되어 수입된 큰돌고래 '아랑이', 2015년 아랑이와 비봉이 사이에서 태어난 혼종 새끼 돌고래 '바다', 일본 다이지에서 서울대공원으로 반입된 뒤 기증된 큰돌고래 '태지' 등이 사육되고 있다.

퍼시픽랜드의 돌고래 불법포획 행위는 2012년 기소돼 2013년 대법원에서 몰수형이 확정됐다.

이로 인해 좁은 수족관에서 쇼에 동원되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삼팔이', '춘삼이', '태산이', '복순이'는 고향 제주 바다로 먼저 돌아갔다.

당시 비봉이는 너무 오래전에 잡혔다는 이유로 검찰이 재판에 넘기지 않아 홀로 퍼시픽랜드에 남게 됐다.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보호·관리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에 약 12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보호생물 지정 당시 국내 수족관에는 총 8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는데 2013년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를 시작으로 그동안 7마리가 야생에 방류됐다. 

해수부에 따르면 비봉이 해양방류는 방류가능성 진단 및 방류계획 수립, 사육수조 내 적응훈련, 가두리 설치 및 이송, 가두리 내 야생적응 훈련, 방류 및 사후 모니터링 등 총 5단계로 진행된다.

현재 1단계를 완료한 뒤 사육수조 내 적응훈련 단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는 비봉이의 건강상태와 먹이 섭식 상태를 진단한 결과 해양방류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돌고래쇼를 하던 중 조련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해수부는 조만간 비봉이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 연안에 설치된 가두리로 이송할 계획을 세웠다.

조만간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가 시작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비봉이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 연안에 설치된 가두리로 이송할 계획이다.

해수부의 비봉이 해양방류 계획이 전해지자 동물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일부에서는 과거 비슷한 조건으로 자연방류된 개체들이 야생적응에 실패해 숨진 사례를 언급하며 해수부가 비봉이의 감금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적합성과 성공 가능성 등의 검토도 없이 방류를 성급하게 결정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는 "이번 비봉이 방류를 계기로 해수부가 앞장서 모든 고래류의 전시·공연·체험을 금지하고, 아직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국내 수족관에 감금된 고래류 21마리를 위한 바다쉼터 조성에도 속도를 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어 "바다로 돌아온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무리한 선박관광 금지와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며 "또한 비봉이와 남방큰돌고래들이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통해 법적인 권리를 부여받고 제주 바다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정부와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이제라도 비봉이에 대한 인도적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2005년 포획된 비봉이 나이는 3~4세였다. 어린 나이에 잡혀 와 17년이란 세월을 수족관에 감금되어 살아온 것이기에 비봉이가 과연 야생에서 적응, 생존할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어 "비봉이 방류 후의 모니터링 계획도 면밀하게 작성되어야 하며, 방류 후의 적응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적응이 힘들 것 같다고 판단될 경우의 재포획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방류 전과 방류 후 적응하지 못할 경우 생츄어리등 다른 대안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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