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고향 바다로 간 제주남방큰돌고래 '비봉이'
17년 만에 고향 바다로 간 제주남방큰돌고래 '비봉이'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2.10.17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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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 야생적응 훈련 마치고 16일 제주 앞바다에 방류
해수부, 야생적응 실패시 재포획 방침…기준은 안 밝혀 
동물자유연대 "호반호텔앤리조트 책무는 아직 남았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16일 오전 9시4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가두리에서 방류됐다. 야생적응 훈련을 받은 지 약 70일만이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16일 오전 9시4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가두리에서 방류됐다. 불법포획된 후 국내 수족관에서 쇼에 동원되다 17년 만이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불법포획된 후 수족관 돌고래쇼에 동원되다 17년 만에 고향인 제주 앞 바다로 돌아갔다.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제주 퍼시픽 리솜 마린스테이지(옛 퍼시픽랜드)에서 사육되던 비봉이는 2005년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다.

1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비봉이는 16일 오전 9시4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가두리에서 방류됐다. 야생적응 훈련을 받은 지 약 70일만이다.

해수부는 비봉이가 바다로 떠난 시점부터 위치 및 이동상황, 건강상태, 야생무리와의 동행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등지느러미에 부착된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를 통해 이동 상황을 확인하고, 선박과 무인항공기(드론)로 건강을 관찰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비봉이가 야생에 적응할 경우 '정기 모니터링' 단계로 전환하고 최소 6개월간 한 달에 한 번씩 5일 이상 연속으로 상태를 관찰할 계획이다. 만약 비봉이가 야생 적응에 실패할 경우 다시 포획해 수족관에서 보호·관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재포획 이후의 관리방안에 대해서는 방류협의체가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물권단체들은 해수부가 구체적인 계획 내용을 비공개한 것을 두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동물권단체들은 과거 야생에 방류했던 다른 남방큰돌고래 '대포' '금등이'의 폐사 과정을 교훈 삼아 전문화된 야생 적응훈련이 필요하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방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해수부는 당초 비봉이의 방류시점에 비상시 조치방법을 비롯해 재포획 기준 및 방법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비봉이가 야생에서 잘 적응하길 바란다"면서도 "해수부는 모니터링에 집중하겠다 했지만 실험이 아닌 이상 모니터링과 비상시 조치방법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지금까지 방류과정은 비봉이의 강인한 생명력에 의존해온 경향이 크다"면서 "비봉이가 강인한 생존력으로 잘 적응하여 뒤늦게 얻은 자유를 마음껏 누리기를 기원하지만 해수부가 비봉이의 방류부터 재포획 기준, 방법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비봉이 방류와 관련해 호반호텔앤리조트의 책임 있는 자세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당초 퍼시픽 리솜 마린스테이지에서 사육 중이던 고래류 3마리(비봉, 태지, 아랑)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다 '비봉이 방류 협의체'로 변경한 뒤 나머지 2마리 큰돌고래인 '태지'와 '아랑이'는 거제씨월드로 불법반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동물권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호반호텔앤리조트 측은 공식적인 사과나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비봉이 방류만 추진해왔다. 

동물자유연대는 "비봉이에 대한 호반의 책무는 비봉이가 야생에 적응한 것으로 판단될 때까지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만에 하나 재포획을 결정한다면 호반은 역할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불법 반출한 큰돌고래 태지·아랑이에 대한 인도적인 후속 조치도 호반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수족관에는 2012년 총 8마리의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있었으나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총 7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비봉이까지 방류되면서 국내 수족관에는 남방큰돌고래가 남아 있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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