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된 '비봉이' 3개월째 행방불명, 해수부 비판 목소리 커져
방류된 '비봉이' 3개월째 행방불명, 해수부 비판 목소리 커져
  • 이병욱 기자
  • 승인 2023.0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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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동물자유연대·어웨어 등 6개 동물권단체 공동성명 발표
"해수부와 방류협의체는 준비 없는 방류의 결과에 책임져라"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9시4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가두리에서 방류됐다. 불법포획된 후 국내 수족관에서 쇼에 동원되다 17년 만이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9시4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가두리에서 방류됐다. 불법포획된 후 국내 수족관에서 쇼에 동원되다 17년 만이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동물권단체들이 지난해 제주 앞 바다에 자연 방류된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행방불명과 관련해 해양수산부의 안일한 판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봉이는 2005년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뒤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제주 퍼시픽 리솜 마린스테이지(옛 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에 동원되다 17년 만에 고향인 제주 앞 바다로 돌아갔지만 현재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생명환경권행동제주비건 등 6개 단체는 27일 공동성명을 통해 "해양수산부와 방류협의체는 준비 없는 비봉이 방류의 결과에 책임져라"고 주장했다.

동물권단체에 따르면 비봉이는 방류된 지 3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제주도 연안을 회유하는 남방큰돌고래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방류 이후 지금까지 관찰이 되지 않았다면 비봉이가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동물권단체들은 "준비 없는 방류를 강행하고 지금까지도 시간 끌기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해수부와 방류협의체의 무책임한 자세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동물권단체와 해외 전문가들은 비봉이가 어린 나이에 포획되어 야생에서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수족관에서 산 기간이 길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야생에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비봉이의 조건이 앞서 자연 방류에 성공한 돌고래들보다 방류에 실패한 '금등이', '대포'의 조건과 유사하기 때문에 방류 적합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해수부와 방류협의체는 동물권단체들의 우려에도 지난해 비봉이의 방류를 강행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동물원 및 수족관 동물관리위원회'의 자문도 받지 않았다. 

동물권단체들은 "방류 실패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으니 철저한 모니터링 준비도,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미흡했다"며 "심지어 위치추적장치(GPS) 수신 확인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방류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수부는 방류 전 과정에서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비상식적인 해명으로 일관해왔다"면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창 인기를 끌 무렵에는 장관이 직접 나서 비봉이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더니 지금은 방류 과정에 대해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조차 내놓지 않고 둘러대기와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방류협의체에 대해서는 "방류 시점부터 단 한 번도 GPS 수신이 된 적이 없는데 대해 '비봉이가 활발하게 움직여서 신호가 안 잡힌다'는 대답을 내놓고 비봉이의 모습이 관찰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방류한 지 3개월이 된 시점까지 줄곧 '사체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폐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권단체들은 "이러한 대처를 보면 과연 해수부가 주무부처로서 고래류의 보호를 담당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미숙한 판단으로 금등이와 대포를 죽게 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오를 되풀이한 것에 대해 해수부는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권단체들은 해수부와 방류협의체에 비봉이의 방류에서 발생한 모든 결정 과정과 근거 자료의 공개를 요구했다.

앞서 해수부와 방류협의체는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9시4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가두리에서 비봉이를 방류했다. 야생적응 훈련을 받은 지 약 70일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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