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아주 가까이 다가온 '6번째 대절멸'
지구에 아주 가까이 다가온 '6번째 대절멸'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3.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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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3마리 존재하던 북부희코뿔소중 1마리 사망
英 가디언 "'수단' 죽음, 지구 대멸종기 진입 신호탄"
영국자연사박물관이 지난해 발표한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2017' 수상작. 뿔이 잘려 죽은 검은 코뿔소 사진은 브렌트 스터튼의 작품이다.(사진 브렌트 스터튼, 영국자연사박물관 제공)
영국자연사박물관이 지난해 발표한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2017' 수상작. 뿔이 잘려 죽은 검은 코뿔소 사진은 브렌트 스터튼의 작품이다.(사진 브렌트 스터튼, 영국자연사박물관 제공)

 

지구 역사상 여섯번째 대절멸(Mass extinction)이 다가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케냐 북부흰코뿔소 마지막 수컷이 숨을 거둔 것은 지구 대멸종기 진입의 신호탄"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북부흰코뿔소 3마리 중 유일한 수컷인 '수단'이 19일 케냐 올페제타 보호구역에서 고령에 의한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수단의 죽음으로 암컷 북부흰코뿔소 2마리가 지구상에서 '유이'한 존재가 됐다. 이제 체외 수정외에는 북부흰코뿔소의 멸종을 막을 길이 없어졌다.

대절멸은 특정 시기에 많은 종류의 생물이 동시에 멸종하는 것을 말한다.

지구 생물들은 과거 빙하기 도래와 화산 폭발 등으로 5차례의 대절멸을 경험했다. 마지막 대절멸은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6500만년 전 백악기 말의 일이었다. 당시 공룡, 암모나이트 등이 멸종하고 포유류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콜린 벗필드 세계자연기금(WWF) 캠페인 디렉터는 "수단 같은 상징적 동물의 죽음은 엄청난 비극"이라며 "거대한 멸종 위기가 진행 중"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WWF에 따르면 현재 척추동물의 개체 수는 1970년대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매년 1만종 가까이 멸종하는 것으로도 추산된다.

1900년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지구상에 광범위하게 서식하며 50만 마리였던 코뿔소는 이제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와 수마트라 섬, 자바 섬, 보르네오 섬, 인도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만 남아 있다.

특히 1960년대 7만 마리에 이르던 검은코뿔소는 이제 5000여 마리로 감소했고, 아종인 서부검은코뿔소는 지난 2006년 멸종했다.

현재 생존하는 코뿔소 종은 총 5종뿐. 아프리카에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 아시아에 인도코뿔소·자바코뿔소·수마트라코뿔소가 있다.

북부흰코뿔소는 중앙아프리카에 서식하며 1960년대까지 2000여 마리가 생존했으나 계속된 밀렵으로 야생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췄고 케냐 올페제타 보호구역에 3마리가 존재하다 수단이 죽어 이제 2마리만 남게 됐다.

코뿔소 중에 개체수가 가장 많은 남부흰코뿔소의 경우도 2만 마리 정도만 남았다.

아시아 코뿔소들의 위기도 심각하다. 인도코뿔소는 3300여 마리, 수마트라코뿔소는 100마리, 자바코뿔소는 60여 마리만 야생에 살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아프리카, 자바, 수마트라 검은코뿔소를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고, WWF는 매년 9월 22일을 '세계 코뿔소의 날'로 정하고 국제사회에 코뿔소 보호를 호소하고 있다.

큰 덩치와 두꺼운 피부 덕분에 코뿔소는 야생에서 천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코뿔소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뿔' 때문이다. 천적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코뿔소의 뿔은 1977년 국제적으로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항암치료제, 정력제로 소문이 난 데다 예멘 등 아랍국가에서는 부를 상징하는 장신구로 수요가 높다. 밀렵과 밀거래를 통해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코뿔소 뿔의 가격은 1kg에 6만 달러(약 8000만원)로 같은 중량의 금 가격(4751만원)보다 배에 가깝다.

지난 3년 동안 밀렵으로 희생된 코뿔소의 수는 자그마치 3500마리. 7시간 마다 한 마리 꼴로 밀렵꾼의 손에 목숨을 잃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코뿔소 뿔이 항암 치료제로 헛소문이 나면서 2008년부터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에서는 거의 2000년 전부터 코뿔소 뿔을 해열, 해독제로 처방해왔지만 1993년 판매를 금지하고 중국약전에서도 제외시켰다. 하지만 시들해지던 코뿔소 뿔 수요는 부유층이 늘어나면서 다시 늘고 있다. 술을 마시기 전 코뿔소 뿔 가루를 복용하면 쉽게 취하지 않고 숙취 해소에도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파티용 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부터 1979년 사이 200kg의 코뿔소 뿔을 수입한 기록이 있다. 현재는 코뿔소 뿔을 약재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사실 코뿔소 뿔의 성분은 '케라틴'이 전부다. 케라틴은 우리의 머리카락, 손톱, 피부 등 상피구조의 기본을 형성하는 단백질로, 효능을 기대하며 복용해봤자 결국 자신의 손톱을 뜯어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뿔소 뿔로 외화벌이를 하려는 나라도 있다.

북한은 외교관들까지 가담해 조직적으로 코뿔소 뿔 밀수에 나서고 있다. 국제조직범죄방지연합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북한 외교관이 코뿔소 뿔을 밀수하다 적발된 사례가 모두 16건이다.

2015년에는 모잠비크에서 코뿔소 뿔을 밀매하다 적발된 북한 외교관이 강제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밀수된 코뿔소 뿔은 중국 주재 대사관으로 넘겨져 중국 암시장에서 팔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코뿔소 뿔의 온라인 경매를 허용해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생존하는 코뿔소 개체수의 80%를 보유한 남아공에서 코뿔소를 농장에서 번식시켜 뿔을 중국, 베트남으로 수출해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코뿔소의 뿔을 도려내는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다. 매일 물웅덩이를 찾아 물을 먹는 코뿔소의 습성 때문에 코뿔소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일단 코뿔소의 무릎을 총으로 쏴 쓰러뜨린 후 아킬레스건과 척추를 칼로 잘라 움직일 수 없게 하고 도끼로 뿔부터 도려낸다. 코뿔소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다. 죽은 엄마 코뿔소 곁을 떠나지 못하고 아프게 울부짖는 아기 코뿔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이제 전 세계에 2마리만 남은 북부흰코뿔소의 야생 개체수를 회복하는 일은 이미 늦었을지 모르지만 아직 다른 코뿔소들에게는 희망이 있다"면서 "다음 세대에게 코뿔소가 유니콘 같은 전설 속의 동물이 되어 버리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한 마리라도 지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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