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곳으로 몰아 몰살…日 다이지 마을의 '잔인한 고래잡이' 역사
좁은 곳으로 몰아 몰살…日 다이지 마을의 '잔인한 고래잡이' 역사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8.03.30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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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초(太地町)에서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돌고래를 가둔 뒤 작살로 잡는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초(太地町)에서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돌고래를 가둔 뒤 작살로 잡는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


일본의 고래잡이 항구를 꼽으라면 단연 와카야마현의 다이지(太地)마을이다. 키이(紀伊)반도 남쪽에 위치한 인구 3800명의 작은 마을인 이곳은 일본의 포경 발상지로 유명하다. 다이지는 '쿠지라 쵸'(고래 마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쿠지라는 일본어로 고래, 쵸(町)는 마을을 의미한다.

돌고래를 포함한 고래잡이에서 다이지는 그동안 국제 동물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 잔인한 학살 방법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다이지 마을을 언급하면서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 왜 그렇게 잔인한 방법을 동원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애니멀라이트>가 조명해 봤다.

다이지에서 포경의 역사는 16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경업은 이곳의 호족인 와다요리모토(和田頼元)라는 사람에 의해서 시작됐다. 그는 고래잡이의 시조로 불린다.

일본 열도의 영주들이 패권을 다투던 전국시대가 끝이 나자 평화가 도래했다. 그러면서 군대의 수군은 전쟁에 나갈 수가 없게 됐다. 한 마디로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신규 개척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것이 포경이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와다요리모토다. 그는 수군의 전투 기술을 기반으로 조직적인 포경법을 개발했다.

노 젓는 작은 배 몇 척으로 팀을 이뤄, 고래를 좁은 만으로 몰아 넣은 후 작살로 포획하는 잔인한 방법이었다. 이런 작살 시스템을 사시테구미(刺手組)라고 부른다. 작살조는 쇠를 두드리는 등 돌고래가 싫어하는 소리를 만들어 수십 마리의 고래들을 만으로 몰아 넣었다. 푸른 바다는 일순간 핏빛으로 변했다.

일본 다이지 돌고래 포획 모습.(영화 '더코브' 화면 캡처)
일본 다이지 돌고래 포획 모습.(영화 '더코브' 화면 캡처)

와다요리모토가 탄생시킨 이 새로운 포경법은 그의 손자에 이르러 절정을 맞았다. 이 손자는 영주로부터 다이지라는 성(姓)을 하사받았다. 마을 이름 다이지(太地)는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작살로 고래를 잡던 전통은 몇 백년 이어져 왔다. 하지만 1878년(메이지 11년) 포경 도중,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는 해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포경법도 붕괴했다.

다이지 마을이 다시 포경업으로 성황을 누린 것은 러일전쟁 직후다. 근대적인 대자본에 의한 포경 기지가 생기고, 원양 포경선도 건조됐다. 포경총을 사용한 연안 포경은 메이지 시대 말에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원양 포경은 국제포경위원회(IWC)를 중심으로 규제가 진행되면서 이후 상업포경은 서서히 금지됐다.

그런 가운데, 다이지는 일본에서 대규모 몰이식 포경을 하는 유일한 마을로 남게 됐다. 그러면서 잔인한 고래, 돌고래 사냥은 동물보호 단체로부터 “비인간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돌고래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2009년)는 이런 상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런 방식의 고래 사냥이 일본의 전통 문화라며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과연 옳은 일일까. 다이지 마을은 고래를 브랜드로 관광산업을 육성해 오고 있다. 고래 박물관에서는 고래를 추억하고 기억한다. 반면, 고래 고기가 팔리고, 돌고래를 이용한 요리가 선보인다. ‘이율배반’의 곳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앞으로 일본 다이지 돌고래를 포함해 잔인한 방법으로 포획된 국제 멸종위기종의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수입·반입 허가 기준 등을 담은 ‘야생생물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7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국제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세퍼드'가 공개한 일본 다이지 돌고래 학살 모습.(사진 시세퍼드 제공)
국제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세퍼드'가 공개한 일본 다이지 돌고래 학살 모습.(사진 시세퍼드 제공)
국제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세퍼드'가 공개한 일본 다이지 돌고래 학살 모습.(사진 시세퍼드 제공)
국제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세퍼드'가 공개한 일본 다이지 돌고래 학살 모습.(사진 시세퍼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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