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이동경로 확보 등 대책 마련 필요"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고속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새벽 대전통영간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교통사고가 났던 야생동물의 정체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유전자분석 등으로 확인한 결과 반달가슴곰 'KM53'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고속버스에 묻은 털과 배설물의 유전자를 분석해 사고가 났던 동물을 'KM53'으로 최종 확인했다.
'KM53'은 2015년 국내에서 태어나 그해 10월 27일 지리산에 방사됐다. 지난해 6월 두 차례나 지리산국립공원 서식지를 벗어나 약 90㎞가량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가출(?)을 감행했던 바로 장본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소속 수의사가 KM53과 20m 거리까지 접근해 육안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별다른 부상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좌측 앞다리가 다소 불편해 보이는 보행 자세를 취한 것 외에는 외상이나 혈흔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KM53은 현재 지리산에서 북동쪽으로 20km 이상 떨어진 태봉산에서 활동하다가 거창 방향으로 북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동이 계속될 경우 지난해와 같이 거창을 지나 김천 방면으로의 이동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KM53의 이동경로를 계속 추적하면서 골절 여부 등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반달가슴곰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서식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동경로 확보 외에도 서식지 확대에 따라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등에 있는 덫·올무 등 위협요인 제거, 밀렵 예방·단속, 위치추적 기술개발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고 지점 등 곰의 도로횡단이 예상되는 지역부터 안내표지판 설치를 추진하겠다"며 "야생동물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통로 연결 등 단절된 생태계의 회복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