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슬픈 북극곰 '통키' 에버랜드 떠난다
마지막 남은 슬픈 북극곰 '통키' 에버랜드 떠난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6.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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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이전
북극곰 '통키'.(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북극곰 '통키'.(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국내에 마지막 남은 북극곰 '통키(24)'가 에버랜드를 떠난다.

에버랜드는 최근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Yorkshire Wildlife Park)과 협력을 맺고 세계적 멸종위기 희귀동물 북극곰 '통키'를 오는 11월 영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현재 에버랜드에서 생활하고 있는 통키는 1995년 경남 마산의 동물원에서 태어나 1997년 에버랜드로 옮겨졌다. 현재 24살로 북극곰 수명이 평균 25∼30년인 것을 감안하면 사람 나이로 70∼80세 정도다.

통키가 앞으로 노년을 보낼 요크셔 야생공원은 2009년 4월 문을 연 생태형 공원이다. 이 공원은 대형 호수와 초원 등 실제 서식지와 유사한 4만㎡의 북극곰 전용 공간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국제북극곰협회(PBI, Polar Bears International)와 보전 활동을 진행하는 등 북극곰 보호경험이 풍부하다. 현재 북극곰 4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통키는 행정·검역절차, 이동 시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11월 말쯤 영국으로 간다. 

요크셔 야생공원의 북극곰 전문가 조너선 크랙넬은 지난 5월 에버랜드를 방문해 "통키에 대해 신체 및 질환검사를 해보니 매우 건강해 장시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판단됐다"면서 "통키가 이전하게 되면 야생공원내 다른 북극곰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키는 함께 생활하던 북극곰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난 2015년 이후 줄곧 혼자 지내왔다.

그런데 지난해 7월 동물권단체 케어(대표 박소연)가 에버랜드를 방문했을 때 통키의 사육장은 안내판이 철거된 채 사방이 두꺼운 가림막으로 가려져 관람이 중단된 상태였다. 당시 케어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30도가 넘는 한낮 폭염 속에서 물 한 방울 없는 방사장에 홀로 방치돼 있던 통키는 더위에 지친 듯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작은 대야 속에 고인 빗물에 발을 담그려고 애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이 통키의 사육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2015년에도 통키의 열악한 사육환경이 언론을 통해 소개된 뒤 에버랜드는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북극곰 '통키'.(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북극곰 '통키'.(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국내에서 사육되던 또 다른 북극곰 '남극이'는 지난해 1월 췌장암으로 대전 오월드에서 생을 마감했다. 남극이는 2002년 스테인 동물원에서 오월드로 팔려온 후 국내에서 15년을 살았다.

북극곰은 곰과 동물이지만 바다얼음 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해양포유류로 분류돼 있다. 캐나다 미국 알래스카, 러시아, 덴마크의 그린란드, 노르웨이 등 북극권에 분포한다. 넓은 지역에 분포하기 때문에 개체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남아 있는 북극곰은 대략 2만 6000마리. 하지만 40년 뒤엔 1만 7000마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이는 결국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한다. 여기에 인류의 무분별한 사냥과 관람을 위한 포획까지 더해지면 북극곰 개체 수는 더욱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북극곰은 육상에 사는 포유류 동물 중 가장 넓은 영역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다. 겨울이면 바다얼음 위에서 물범을 사냥하고 얼음이 녹는 여름에는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헤엄친다. 이처럼 광대한 자연을 누비던 북극곰들이 비좁은 동물원 사육장에 갇혀 정신질환을 얻고, 결국 병들어 죽고 있다.

북극곰은 코끼리, 유인원, 돌고래와 함께 동물원에서 사육하기에 가장 부적합한 야생동물이다. 그래서 북극곰의 전시를 중단하는 동물원도 늘고 있다. 2016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동물원은 사육하던 북극곰 ‘툰드라’를 디트로이트 동물원으로 보내면서 북극곰 사육을 영구적으로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 등 해외 유명 동물원은 북극곰 전시를 중단한 지 오래다. 영국, 스위스를 비롯해 싱가포르의 동물원도 북극곰 전시 중단 선언에 동참했다.

(사진 케어 제공)
(사진 케어 제공)

 

에버랜드는 북극곰을 추가로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극곰 사육장을 다른 동물을 위한 공간이나 생태보전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지난해 6월부터 국내 최초로 미국 동물원 수족관 협회(AZA, Association of Zoos & Aquariums)의 우수 동물원 인증을 추진하는 등 야생동물 보전과 어린이 교육 기능을 강화한 생태형 동물원으로의 전환을 계획 중이다.
 
통키의 이전 소식에 동물보호단체 '동물을위한행동'(공동대표 전채은 박정희)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2014년부터 한국이 북극곰이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을 주장해온 동물을위한행동측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동물원 전문단체 본프리재단(Born Free Foundation, Zoo Check Canada)과 함께 에버랜드에 통키의 거주환경을 개선을 주장해왔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한국의 동물원은 향후 단순 전시기관을 벗어나 전 세계 생물다양성을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종 보전 기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 전 세계 다양한 동물을 백화점식으로 전시할 것이 아니라 각 동물원의 처지에 맞는 장기적인 종보전 계획과 마스터플랜들 만들고 야생동물에 대한 종보전 연구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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