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늘어나는 '동물체험시설'…동물·사람 모두에 '빨간불'
우후죽순 늘어나는 '동물체험시설'…동물·사람 모두에 '빨간불'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6.25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국내 20개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부적절한 전시형태·인수공통전염병 전파 위험도…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시급
버미즈파이톤이 나무 형태 구조물에 걸려진 채로 통로에 전시되고 있다.(사진 어웨어 제공)


우후죽순 생겨난 국내 동물체험시설의 실태가 공개됐다.

사단법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레이첼카슨홀에서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20개 동물체험시설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어웨어는 지난 3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한 동물체험시설 중 20개 업체를 선정해 시설현황, 사육환경, 관람객과 동물의 접촉 형태, 동물복지 상태, 안전과 위생 관리 등을 조사했다.

지역별로 서울 1곳, 경기 12곳, 인천 1곳, 대구 3곳, 울산 2곳, 제주 1곳 등이 포함됐으며, 업체 당 1~3회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선정에는 포털사이트 노출 빈도, 야생동물 전시 여부, 지역적 안배 등이 고려됐다.

조사 당시 20개 업체 가운데 동물원으로 등록된 업체는 16곳이었고, 3곳은 등록을 진행 중이었다. 미등록 상태인 업체는 1곳이었다.

어웨어의 조사결과, 동물체험시설 가운데 많은 곳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의 경우 공중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과 동물간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체험에 사용되는 동물은 설치류부터 영장류까지 다양했으며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동원된 경우도 많았는데, 상당수 동물체험시설이 생태적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육환경, 관람객과 동물간 거리를 좁힌 근거리 전시형태로 인해 동물들은 기본적인 복지도 보장받지 못했다. 

◇무경계·근거리 등 부적절한 전시형태 난무

사육장 없이 통로에 전시되는 이구아나. 관람객의 접촉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사진 어웨어 제공)

동물을 사육장 안에서 전시하는 대신 관람객이 있는 공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하는 무경계 전시 형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사육장이 있더라도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높이가 낮은 펜스, 유리벽, 울타리 등 분리벽을 사용해 구획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분리벽 높이가 낮아 사육장 안으로 손을 뻗으면 동물과 쉽게 접촉이 가능한 사육장이 다수 관찰됐다.

사육장 안으로 관람객 출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20개 업체 중 13개 업체에서 △별도의 사육공간이 없는 동물이 존재하거나 △사육장이 있어도 동물을 사육장 외부로 옮겨 전시하거나 △동물 사육장 안에 관람객이 출입이 가능해 관람객과의 경계가 없는 상태로 동물들을 전시했다.

사육장 밖에서 전시되는 동물은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왈라비, 카피바라, 페럿 등 포유류부터 설가타육지거북, 파이톤, 블루텅스킨크, 비어디드래곤 등 파충류까지 다양했다.

또한 11개 업체에서 사육장 대신 통로나 전시장에 놓여진 상자, 나무통, 선반이나 나무기둥 형태의 구조물 위에 동물을 올려놓고 전시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15개 업체에서는 사육사가 사육장 외부로 동물을 꺼내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접촉을 유도하는 형태로 운영했다. 접촉 체험에 사용되는 동물 중에는 일본원숭이, 사막여우, 청금강앵무, 사바나모니터, 그린이구아나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도 포함돼 있었다.

고립 상태나 은신처 없이 동물들이 전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3개 업체에서 동물이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올 수 없는 형태의 구조물에 전시하는 것이 관찰됐다. 구체적으로 △공중에 설치된 선반 형태의 구조물에 올려놓거나(라쿤) △인공 연못 가운데 설치된 섬 형태의 구조물에 전시하거나(스컹크) △T자 형태 구조물 또는 다른 동물 사육공간 위에 설치된 해먹에 올려놓은(슬로로리스) 형태로 전시했다.

관람객이 쉽게 접근 가능한 사육시설 구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육장에 몸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조성되어 있지 않았다.

한 업체의 경우 전시 중인 동물 65종(업체 자료 기준)중 사육장에 은신처를 확인할 수 있는 동물은 단 2종(킨카주, 페럿)에 불과했다.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고려한 야외방사장의 부재는 심각했다.

20개 조사대상 업체 중 실내에만 운영되는 곳은 15곳, 실내와 실외에서 운영되는 곳은 5곳이었다.

실외 사육시설이 있더라도 방사장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5개 업체 모두에서 야외에 컨테이너 상자로 만든 사육장을 설치해 사자를 실내에 전시하거나, 야외에 설치된 철제 케이지에 일본원숭이 등을 전시하는 등 방사장을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2개 업체는 실외 공간이 있어도 절반 이상의 동물을 실내에서 전시했다.

9개 업체는 바닥이 평면에 닿지 않는 철망 구조로 된 사육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사육되는 동물 종은 일본원숭이, 사막여우, 코아티, 돼지, 고양이, 토끼, 프레리독, 닭 등이었다.

프레리독, 미어캣 등 야생동물과 고양이를 새장이나 소동물 케이지에 전시하는 경우도 관찰됐다.

실내시설의 경우 대부분 관리가 용이하도록 거의 모든 전시시설 바닥에 콘크리트 마감재를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바닥재 사용이 확인됐다.

사막여우, 프레리독, 미어캣 등 굴을 파는(burrowing) 습성이 있는 동물의 사육장 바닥재 역시 콘크리트, 금속합판, 인공바위 등을 사용했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모래, 흙, 깔짚, 펠렛 등을 뿌려놓은 경우가 있었지만 이조차 양이 충분치 않았다.

이종 동물의 부적절한 합사현장도 확인됐다.

14개 업체에서 2종 이상의 야생동물을 합사하거나 공간의 구분 없이 전시했다. 많게는 6종의 동물을 한 사육장에 전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과 가축화된 동물을 한 공간에서 사육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육공간이 있더라도 관람객이 있는 공간으로 여러 종의 동물을 이동해 같은 공간에 전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원숭이와 파이톤, 개와 파충류 등 다른 종의 동물을 함께 꺼내 보여주거나 심지어 재미를 위해 동물끼리 접촉하도록 유도까지 했다.

2개 업체에서는 미어캣과 앵무가 같은 방에서 사육되면서 미어캣이 앵무가 내는 소음에 불안감을 보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한 토끼, 산양, 닭, 육지거북, 미니돼지를 합사한 사육장에서 토끼가 다른 동물을 과격하게 공격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종 간의 합사는 생태계에서 같은 서식지에 서식하는 동물에 한해 행동학적 습성과 질병 등을 고려해 교육과 행동풍부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시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동물들이 영역과 먹이를 놓고 경쟁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공포심 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여러 동물을 합사하는 경우 각 동물이 보유한 병원체에 서로를 노출시켜 질병 전파를 촉진시킬 수 있다. 먹이그릇과 식기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타액과 비말 등에 노출되면서 병원체가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원숭이, 다람쥐원숭이, 미어캣 등 사회적 집단화가 필요한 종의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씩 단독으로 사육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전시한 경우도 14개 업체였는데, 업체의 규모가 크고 전시하는 동물 종의 숫자가 많은 곳일수록 이들 개와 고양이는 다른 종 동물에 비해 복지상태가 낮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2개 업체는 정해진 시간마다 사육장 밖으로 대형견을 데리고 나와 관람객이 만지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정형행동(5곳) △털 및 발톱 관리상태 불량(4곳) △뜬장 전시(1곳) △고양이 모래상자 없음(2곳) △개체 당 집(shelter) 없이 울타리 안에 전시(3곳) △임신하거나 수유 중인 개체 전시(2곳) △생후 3주에서 2개월 미만의 어린 개체 전시(2곳)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위험에 무방비 노출

일본원숭이와 파이톤을 함께 사육장에서 꺼내 체험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다.(사진 어웨어 제공)

인수공통감염병은 척추동물과 인간 사이에 전파 가능한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신종 전염병의 75%가 동물로부터 근원했으며 사람이 감염되는 병원체 중 60%가 인간과 동물 모두 감염될 수 있다.

정상적인 행동을 발현할 수 없는 사육환경과 관람객과의 접촉, 먹이주기 체험에 노출되면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동물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병원체의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런데 조사결과, 일부 동물체험시설의 접촉 방법 중에는 △동물의 신체 부위를 입에 넣거나 △다양한 동물의 피부에 입을 직접 대거나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준 손을 바로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 등이 수차례 관찰됐다. 

또 질병이 의심되거나 외상을 확인할 수 있는 개체들도 목격됐다. 상주 수의사 없이 운영되는 체험동물원에서는 동물이 질병에 감염되어도 관리직원이 발견하기 어렵거나, 발견했다 하더라도 신속한 치료와 처치를 제공하기 어렵다.

반면 동물과 동물, 동물과 관람객 사이의 적절한 거리가 유지되지 않는 체험동물원은 질병이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다. 

하지만 현장 조사에서는 △질병 감염이 의심되는 동물이 있어도 격리시키지 않았고 △관람객이 손을 씻지 않은 채로 여러 종의 동물을 연속적으로 만지는 행동 △먹이주기 체험 시 동물에게 먹이던 당근을 다른 동물 사육장에 집어넣는 행동 등도 목격됐다. 이는 동물 간의 질병을 전파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관람객이 관리인원의 감독 없이 다양한 종의 동물을 만지고 손으로 먹이를 주는 체험동물원에서는 동물에게 물려 교상을 입을 위험이 높다. 원숭이, 돼지, 페럿, 토끼 등 다양한 종의 동물에게 관람객이 얼굴을 가까이 대거나 입을 맞추는 행동, 먹이를 사용해 약을 올리는 행동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행동 역시 물릴 위험성이 있는 행동이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돼지에게 먹이를 주다가 손가락을 물려 소독약을 바르는 관람객을 목격하기도 했다. 

또 어린 관람객들이 관리인원이 없는 상태에서 버미즈파이톤을 손으로 만지고 얼굴을 가까이 대는 행동을 하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는데, 비단구렁이과(Pythonidae)는 독성이 없다고 해도 사람을 감아서 공격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09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애완용 버미즈파이톤이 2세 아기를 감아서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2013년 캐나다에서는 7세와 4세 어린이가 아프리카비단구렁이에게 감겨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일부 동물체험시설의 경우 공중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형태로 사람과 동물간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체험에 사용되는 동물은 설치류부터 영장류까지 다양했으며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동원된 경우도 많았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이 필요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레이첼카슨홀에서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체험동물원 대부분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동물원 등록이 완료된 시설이다. 

지난 2016년 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이 2017년 5월부터 시행 중이나 동물원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사육환경과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동물체험시설의 상태를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법의 개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시설 소재지, 전문인력 현황, 생물종 및 개체 수 목록 등 등록요건을 갖추어 관할 시·도지사에 등록하도록 하는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보유 생물의 질병 및 인수공통 질병 관리계획,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계획, 안전관리계획, 휴·폐원시의 보유 생물 관리계획 등이 등록요건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부분의 업체에서 서식환경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지 않고 있었고,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육환경과 관리조차 제공하지 않는 업체도 상당수 발견됐다. 

또한 동물과 관람객과의 접촉방법과 빈도에 아무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사육장이 없거나 사육장에서 이탈한 상태로 전시하는 등 인수공통감염병 전파와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전시하고 있었다.

이는 서류상 등록요건만 충족하면 등록증을 발급하고 정기적인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현행 등록제가 갖고 있는 한계성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동물원 관련법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려면 법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제 또는 면허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 검사를 통해 허가기준을 준수하면서 운영·관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운영 및 사육환경, 관리에 있어 준수해야 할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야생동물 보전·연구,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 생물 다양성 보전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만 법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동물원수족관법에서 동물의 생태적 습성에 따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서식환경과 시설, 관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은 보호하거나 관리할 필요가 있는 동물원 및 수족관이 보유하고 있는 생물종의 관리지침을 정해 동물원수족관을 운영하는 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시동물의 사육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침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최소한의 사육환경과 관리에 대한 사항은 강제가 가능한 시행규칙 등으로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관람객과 동물의 접촉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때문에 현재와 같이 체험에 대한 안전, 위생, 동물복지 기준이 전무한 상태에서 동물과 관람객이 통제 없이 접촉할 경우 동물의 복지를 위해할 뿐 아니라, 인수공통질병 감염의 위험을 높여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해외의 사례를 참조해 지정된 종에 한해 접촉이 동물복지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경우 등의 예외조항을 두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어웨어는 △동물원 등록제에서 허가제 전환 △생물 종 별 적정한 사육환경 및 관리 제공 의무화 △사람-동물 간 직접적 접촉 규제 방안 마련 △사육동물 질병관리 및 기록 제출 의무화 △동물원에서 동물 판매 규제 △야생동물 거래 규제 및 개인소유 제한 방안 마련 등 7가지 정책제안을 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동물원 동물의 삶은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동물복지와 관람객 안전을 위협하는 체험동물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오른쪽)와 임수빈 활동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