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포토] 작은 징벌방 나와 드넓은 초원으로…'사자 가족'의 950일 41시간
[AR포토] 작은 징벌방 나와 드넓은 초원으로…'사자 가족'의 950일 41시간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7.06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2015년 2월 12일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한 사육사가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이후 청소를 하기 위해 홀로 방사장을 찾았다가 사자 두 마리에 물려 숨졌다.

이 사건은 야생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두고 전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우리사회에 던졌다.

사건의 범인인 수사자 '다크'(2006년생)와 암사자 '해리'(2010년생)는 8평의 작은 격리방에 갇히게 됐다. 그러던 중 2016년 둘 사이에 새끼 암사자인 '해롱이'가 태어났다. 해롱이 역시 태어난 뒤 바깥 세상에 나오지 못한채 실내에 갇히게 됐고, 비타민A 결핍증으로 2년째 약물 치료를 받아야만 했는데 설상가상 보행 장애와 뇌가 위로 솟아 있는 장애까지 안고 있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방 안에서 이 사자 가족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천장의 뚫린 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좁은 공간을 의미 없이 오갈 수 있는 자유 뿐이었다.

이들 '사자 가족'이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의 도움으로 지난달 27일 밤 화물항공기편에 실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야생동물 생추어리(The Wild Animal Sanctuary·TWAS)로 옮겨졌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사자들은 항공기 운송을 위한 마취부터 항공기 탑승까지 13시간, 인천에서 로스엔젤레스 공항까지 11시간 비행, 현지 공항에서 검역과 반입 승인을 받고 덴버 생추어리까지 육로로 17시간 이동까지 총 41시간의 '이송작전' 끝에 6월 29일(한국시간) 무사히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착했다.

사자 가족이 옮겨간 TWAS는 1980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비영리 야생동물보호 생추어리다. TWAS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남미, 스페인 등에서 동물원, 서커스에 이용된 동물들과 전시시설에서 과잉 번식으로 인해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들에게 영구적인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면적 789에이커(319만㎡·96만6000평)에 조성된 초원에서 450여마리의 사자, 호랑이, 늑대, 표범, 곰 등을 보호 중이다. 직원 55명과 자원봉사자 160명, 수의사들이 동물들을 돌보며, 후원자들의 기부에 의해 운영된다. 

현재는 시설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 언덕, 절벽, 계곡 및 초원으로 구성된 9004에이커(3643만㎡·1100만평) 땅에 새로운 생추어리를 짓고 있다. 

태평양을 건너는 긴 여정 끝에 새 보금자리를 찾은 '다크' '해리' '해롱이'는 드넓은 자연 속에서 햇볕과 바람을 쐬며 현지 적응을 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

약 3주 동안의 적응기간을 거친 뒤 사자 가족은 그들만의 공간이 될 넓은 자연 속에 방사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