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 개운치 않은 '케이지 프리' 선언
한국맥도날드, 개운치 않은 '케이지 프리' 선언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07.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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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검토중"만 되풀이하다가 동물단체 기자회견 후 입장 선회
동물자유연대 "신빙성 의심…억울하면 '케이지 프리' 약속하면 될 일"

 

한국시장 진출 30년 역사의 '한국맥도날드'가 동물에 잔인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케이지'로부터 생산되는 달걀이 아닌 동물복지란으로 교체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글로벌 맥도날드는 지난 2015년,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5년까지 동물복지란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면서 "이 같은 정책에 따라 한국맥도날드도 국내 계란 공급업체와 협력을 통해 공급받는 달걀을 2025년까지 동물복지란으로 교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맥도날드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맥도날드의  케이지 프리(Cage-Free) 선언을 촉구했다. 케이지 프리는 닭을 장(Cage)에 가두지 않고 사육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 기업의 케이지 프리 선언은 케이지에서 생산된 달걀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OECD 회원 36개국 가운데 맥도날드 매장이 없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 이스라엘, 터키 등 4개국만이 케이지 프리 선언에 동참하고 있지 않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된 달걀을 사용한다. 배터리 케이지는 대표적인 밀집·감금 공장식 축산시스템으로, 산란계들은 알을 낳는 기계로 취급받는다. 평생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좁은 사육시설에 갇혀  알만 낳다 죽게 된다. 닭 한 마리의 사육 면적은 0.05㎡로, A4 용지 한 장의 면적(0.06㎡)보다 작다.

한국맥도날드측이 향후 정책 변경을 선언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이날 기자회견을 갖기 전까지 한국맥도날드측은 계속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말 동물자유연대가 공문을 보내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들로부터 생산되는 계란 공급을 즉각 중단을 요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또 기자회견 하루 전인 19일만해도 한국맥도날드는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케이지 프리 선언을 했지만, 각 국가의 맥도날드는 시장여건을 고려하여 동물복지란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한국맥도날드에 계란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서 동물복지란 도입 가능 여부를 현재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런 동물자유연대의 지적에 대해 한국맥도날드측은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자유연대의 이번 케이지 프리 선언 촉구 기자회견 및 ‘언해피밀’ 캠페인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재차 확인하고 요구하는 데만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었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전혀 언급조차 않던 케이지 프리 이행 계획이 지금 갑자기 생겼다는 것은 그 신빙성에 심히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한국맥도날드의 동물복지란 도입 가능 여부또한 어제까지만 해도 '검토'단계였는데 동물유연대에서 오늘 케이지 프리 선언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자마자 '2025년까지 교체 예정'으로 변했다. 이렇게 빨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맥도날드가 진정 억울하다면, '케이지 프리'를 명확하게 선언하고 약속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 맥도날드는 2016년 기준 전 세계 120여개국에서 3만689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미국 본사가 '고성장 시장'으로 평가할 정도로 현재 400여개의 매장이 성업중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압구정 1호점 문을 연 한국맥도날에 지난 10년간 찾은 고객은 19억 2100만명으로, 대략 1초에 5명의 고객이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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