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에게 벵갈고양이가 하고 싶은 말 "하~악!"
김진태 의원에게 벵갈고양이가 하고 싶은 말 "하~악!"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0.1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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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 '벵갈고양이' 동원 돌발행동 비판 쏟아져
"자신 발언 스스로 비판하는 걸 전혀 인식 못해"
김진태 의원과 벵갈고양이.
김진태 의원과 벵갈고양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일 최근 대전 오월드에서 발생한 퓨마 '뽀롱이' 사살문제를 질타하기 위해 벵갈고양이를 국정감사장으로 데려온 것을 두고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 벵갈고양이를 우리에 넣어 데려왔다.

김진태 의원은 "사살된 퓨마와 아주 비슷한 거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 안가져왔다"며 "동물도 아무데나 끌고 다니면 안된다. 자그마한 것을 한 번 보시라고 가져왔다"고 벵갈고양이를 가져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저녁에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다"면서 "그것을 아주 전광석화처럼 사살했다. 그날 저녁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이 눈치도 없는 퓨마가 하필이면 그날 탈출해서 인터넷 실시간검색어 1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의 지적은 정부가 퓨마 이슈에 남북정상회담이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퓨마를 사살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김진태 의원이 데려온 벵갈고양이로 인해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장은 혼란의 장이 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장에서 작은 우리에 갇힌 벵갈고양이 눈빛을 보면 사방을 불안에 떨면서 주시하는 모습이었다"고 지적하면서 "동물학대 차원에서 질의를 했는데 과연 우리 안에 갇힌 벵갈고양이를 가져온 것은 동물학대 아니냐"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동물보호단체가 비판을 쏟아졌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공동대표 이지연·윤나리)는 "퓨마를 빠르게 사살한 당국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겠다며 또 다른 살아있는 동물을 철창에 가둬 전시한 김진태 의원의 작태는 사건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처사이자 동물학대"라며 '정치 동물쇼'를 한 김진태 의원은 벵갈고양이의 출처와 보호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동물해방물결은 또 "퓨마 뽀롱이는 다른 수많은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인간에게 보여지기 위해 자연에서 살 권리를 박탈당한 채 동물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갇혀있었다"면서 "김진태 의원이 오늘 국감장에 동원한 벵갈고양이의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벵갈고양이를 언론에 예고까지 해가며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세운 김 의원의 작태는 이슈메이킹 또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는 '정치 동물쇼'에 불과하다"며 "사육장에 갇혀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의 영상을 틀거나 뜨거웠던 국민청원 현황을 공유하는 등 공감도를 높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김 의원은 살아있는 동물을 정치적 행사에 불필요하게 동원하는 구태한 돌발 행위에 또 한 획을 그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의당 지속가능한 생태에너지본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스스로 동물학대를 재현한 김진태 의원은 추악한 쇼에 동물을 이용한 죄를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생태본부는 이어 "김진태 의원은 당당하게 내뱉은 자신의 발언이 스스로를 비판하는 말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한 듯 하다"면서 "김진태 의원의 발언 곳곳에서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생명보다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인식이 드러나며, 무엇보다 동물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생태본부는 "작은 동물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자그마한 것'이라 괜찮다는 식"이라며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면 극도의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영역동물의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언론이 공개한 사진 중에는 동공이 확장된 고양이가 몸을 낮추고 꼬리를 말아 몸에 바짝 붙여서 사방을 경계하고 있는 사진이 많고 심지어 몇몇 사진은 일명 '하악질'(고양이가 화가 나거나 큰 위협을 느낄 때 취하는 행동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하악"하며 소리를 내는 것)을 하는 듯한 사진도 보인다"고 전했다.

정의당 생태본부는 "오늘 영문도 모르고 국감장에 끌려나온 어린 벵갈 고양이가 김진태 의원에게 하고 싶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리를 대신 전하며 이 논평을 마친다"며 "하~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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