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야생동물의 감옥이자 무덤이다"
"동물원은 야생동물의 감옥이자 무덤이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0.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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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 에버랜드에 '통키' 부검결과 공개 요구…정부엔 북극곰 수입금지법 제정 촉구
19일 오후 에버랜드 내 북극곰사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대표 박소연) 활동가가 북극곰 전시반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 케어 제공)

 

동물권단체 케어(대표 박소연)가 북극곰 '통키'의 죽음을 애도하며, 에버랜드측에 부검결과의 공개를 요구했다.

케어는 19일 오후 에버랜드 내 북극곰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통키와 같은 동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 오월드 북극곰 '남극이'가 지난해 1월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한 뒤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24·수컷)'가 지난 17일 오후 6시쯤 사망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통키가 실내 방사장에 쓰러져 있는 것을 사육사가 발견, 수의사를 불러 진찰했으나 숨진 뒤였다.

에버랜드측은 서울대 수의대 병리학 전문가에 의뢰해 부검을 실시하고 사인을 확인했다. 1차 사인은 노령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좀 더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추가적으로 장기 등의 조직병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1995년 경남 마산의 동물원에서 태어난 통키는 올해 스물네살. 두살때인 1997년 에버랜드로 옮겨와 21년을 지냈다. 함께 생활하던 북극곰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난 2015년 이후엔 줄곧 혼자 지냈다.

통키는 사람 나이로 치면 70~80세까지 살다가 죽음을 맞았다. 북극곰들의 평균수명은 25~30세다.

통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다음달로 예정됐던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Yorkshire Wildlife Park)으로의 이전 계획은 무산됐다. 통키의 여생을 위해 에버랜드는 지난 6월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측과 협약을 맺고 통키를 생태형 공원으로 옮기기로 했었다.

그동안 통키의 열악한 사육환경은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다. 

지난 2015년 통키의 열악한 사육환경이 언론을 통해 소개된 뒤 에버랜드는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또 케어가 지난해 7월 에버랜드를 방문했을 때도 통키는 한 여름 낮 더위로 영상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물 한 방울 없는 방사장에 홀로 방치돼 있었다. 통키는 더위에 지친 듯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작은 대야 속에 고인 빗물에 발을 담그려고 애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케어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통키의 사육장은 안내판이 철거된 채 사방이 두꺼운 가림막으로 가려져 관람이 중단된 상태였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동물원은 인간의 영리를 위해 일방적으로 동물을 희생시키는 반생명적인 곳으로 전락했다"면서 "동물원은 야생동물의 감옥이자 무덤이다.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은 정신병에 걸려 평생 정형행동만을 반복하는게 대부분이고, 국내에서 적절한 서식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없어 해외로 이전하려했던 통키의 사례 역시 동물원이 야생동물의 생태에 얼마나 부적합한 곳인지를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북극곰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르헨티나의 아르트로가 폭염과 싸우다 사육장에서 홀로 세상을 떠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더 이상 북극곰을 수입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면서 "에버랜드는 통키의 부검결과를 명백히 밝히고, 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사례처럼 전시에 부적합한 북극곰과 같은 동물을 더이상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버랜드는 북극곰을 추가로 도입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통키가 떠난 북극곰 사육장은 다른 동물을 위한 공간이나 생태보전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9일 오후 에버랜드 내 북극곰사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대표 박소연) 활동가가 북극곰 전시반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 케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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