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씨월드', 매년 돌고래 폐사 이어진 이유 있었네
'거제씨월드', 매년 돌고래 폐사 이어진 이유 있었네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0.2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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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위한행동, 돌고래 체험관 현장조사 결과 발표
공연중 소음 80dB… 공업지역 허용치 초과하는 수준
교육 부적합 파충류 전시관…인수공통전염병 우려도
큰돌고래 체험 프로그램 모습.(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큰돌고래 체험 프로그램 모습.(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국내 최대 돌고래 체험관인 거제씨월드(대표 림치용)의 열악한 사육환경 실태가 드러났다.

22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을위한행동(공동대표 전채은·박정희)’에 따르면 올바른 동물원 수족관 정립을 위한 프로젝트 첫번째로 지난 7월 진행한 '거제씨월드 현장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조사결과, 2014년 개장이후 돌고래 체험관을 표방해온 거제씨월드의 돌고래들은 현재 체험과 쇼에 동원되며 큰 소음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제씨월드는 현재 큰돌고래 9마리와 벨루가 2마리를 보유중이다.

돌고래 공연은 조련사의 지시에 맞춰 큰돌고래가 공중회전을 하거나 링 가져오기, 조련사 태우고 수영하기 등 묘기를 비롯해 아이들의 만지기 체험 등이 있다.

약 30분간 진행되는 공연 동안 2차례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각각 78dB, 80dB이 측정됐다. 80dB의 경우 시끄러운 음악소리나 시계 알람소리에 해당하는 소름이다. 

이는 소음진동관리법에서 정한 모든 상황의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수치이다.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도시지역 중 일반공업지역 및 전용공업지역의 경우도 허용기준은 최대 70dB이다.

동물을위한행동이 지난 7월 거제씨월드 공연 도중 2차례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각각 78dB, 80dB이 측정됐다.(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거제씨월드의 체험 프로그램 문제는 소음뿐만 아니다.

별도의 요금을 내고 진행되는 '돌핀 키스&허그', '벨루가 키스&허그', '돌핀·벨루가 인카운터'(물에 들어가 만지기 위주), '돌핀·벨루가 스윙'(물에 들어가 함께 수영하기) 등은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사진 찍기에 동원되는 돌고래들은 물 위로 몸을 수직으로 세우고 반 정도 내민 상태에서 가슴지느러미를 팔락이는 불편한 동작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공연과 프로그램의 내용 역시 생물다양성의 보존이나 생명존중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거리가 멀었다. 관람객들이 돌고래의 생태를 이해하는 것과 관련 없이 단순히 오락을 위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거제씨월드는 개장이후 매년 1마리 이상의 돌고래류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거제씨월드는 2013년 13마리, 2014년 7마리 등 두 차례에 걸쳐 돌고래 20마리를 수입했다. 

2014년 4월 개장 이후 이곳에선 2015년 2마리, 2016년 3마리, 2017년 1마리 등 6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다. 

이처럼 고래류에 대한 열악한 사육환경뿐만 아니라 거제씨월드는 현재 파충류 46마리의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다.

이 파충류 전시관 역시 교육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을 전시하거나 일부 개체에 대한 정보 오류, 부적절한 사육시설 및 관리 미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파충류도 직접 만지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해 인수공통전염병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거제씨월드 파충류 전시관 모습. 동물의 국명과 영문명이 잘못 기재돼 있다.(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거제씨월드 파충류 전시관 모습. 동물의 국명과 영문명이 잘못 기재돼 있다.(사진 동물을위한행동 제공)

 

앞서 지난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핫핑크돌핀스(공동대표 황현진·조약골) 등 민관공동조사단이 국내 8개 고래류 사육시설에 대한 민관공동조사에서도 거제씨월드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벨루가의 수조가 칸칸으로 나뉘어 있어, 돌고래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개별 수조면적은 법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또 열악한 사육환경에 노출된 큰돌고래들이 한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뛰어오르거나, 계속에서 벽에 부딪히는 정형행동도 관찰됐다.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을위한행동은 △돌고래 체험과 쇼를 중단하고 생태설명회로 전환 △연구진과 생물학, 수의학 학생들에게 수족관을 공개 △질병예방 프로그램의 신속한 수립 △수족관장의 자격조건 제한 등을 거제씨월드와 해수부에 요구했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세계적인 동물원 수족관의 추세는 오락적 전시와 쇼가 아닌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태설명회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거제씨월드도 체험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생태설명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어 "현재 거제씨월드에는 싱가폴 출신 수의사가 있으나 이는 그 전까지 있던 한국인 수의사가 모두 그만두었기 때문"이라면서 "왜 수의사들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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