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영장류자원센터 건립, 과연 환영할 일인가"
카라 "영장류자원센터 건립, 과연 환영할 일인가"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1.0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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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윤리 강화 등 세계 추세에 반한 국내 상황 우려
센터준공식날 실험용 붉은털원숭이 1마리는 탈출해
붉은털원숭이.(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붉은털원숭이.(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가 6일 전북 정읍에 문을 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카라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인류를 구원할 신약 개발', '살아 있는 시약', '사람 위해 불치병과 싸우는' 등의 수식어를 붙여 동물을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순간, 우리 인간들의 철옹성 같은 이기적인 연대가 이뤄진다"면서 "영장류가 실험동물로 가장 우수한 이유가 인간과 유사해서라면 그들이 겪는 고통도 인간과 유사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식도 금세 무력화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준공식을 가진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총 3000마리의 영장류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부지 7만3424㎡)로, 2014년부터 4년간 18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어졌다. 이곳에는 10동의 사육동과 본관동, 검역동, 부대시설이 들어섰다.

현재는 긴꼬리원숭이과인 게잡이원숭이 430마리와 같은 과인 붉은털원숭이 160마리 등 590마리가 살고 있다. 올 연말까지 500마리를 더 늘릴 계획이다.

카라는 영장류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충북 오창 국가영장류센터의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 2005년 11월 7일 문을 연 국가영장류센터에는 현재 400여마리의 영장류들이 철창에 갇혀 실험용으로 사육되고 있다. 국가영장류센터는 당초 2005년 5월 26일에 준공예정이었다. 하지만 준공을 코 앞에 둔 그해 4월 20일 국가영장류센터로 옮겨질 예정이던 대전연구원 원숭이 99마리의 떼죽음으로 준공식이 6개월 미뤄졌다.

당시 원숭이들의 떼죽음은 정전과 온도센서 고장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준공된 영장류자원지원센터는 영장류를 국내에서 키워 수입 비용을 절감하고, 국내의 실험 수요에 안정적으로 영장류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자체번식 프로그램까지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 실험용 영장류의 90%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갈수록 실험윤리가 강화되고, 법적 기준 때문에 동물 사육과 실험 등에 대한 제약이 많아서다.

독일은 2002년 헌법에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했다. 독일에서 동물권의 헌법 명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온 이유도 영장류에 대한 잔혹한 실험때문이었다. 

카라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 속에 우리나라에서는 3000마리 규모의 영장류 실험시설이 아무런 저항 없이 건립되는 현실이 가지는 여러가지 함의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이 불발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국가는 축산의 진흥, 과학 기술의 발전만 말할 것이 아니라 이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동물들의 권리 침해와 고통도 균형을 가지고 함께 살피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카라는 마지막으로 "오늘은 국가 위상에 비해 너무나 낙후된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호의 문화 향상을 위해 동물권행동 카라가 파주에 '더봄센터' 건립의 첫 삽을 뜬 날"이라면서 "상식과 연민을 가진 많은 시민들, 앞으로 더 많이 또 깊게 동물권을 고려해 줄 시민들과 함께 동물권의 확장을 위해, 또한 다시 한번 헌법에 동물권 명시를 위해 나서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준공식이 열린 이날 붉은털원숭이 한 마리가 탈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북소방본부와 영장류자원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전북 정읍시 입안면의 영장류 자원지원센터에 있던 생후 38개월 가량의 붉은털원숭이가 사육장 밖으로 달아났다. 달아난 붉은털원숭이는 몸 길이 70cm 정도의 암컷으로 신약의 효능을 평가하는 실험용 원숭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류자원지원센터 안 사육장에는 전류가 흐르는 7m 높이 담이 설치돼 있지만 원숭이가 이 담을 넘어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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