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 개울에서 다리 부러진 채 울고 있던 고양이
대모산 개울에서 다리 부러진 채 울고 있던 고양이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1.0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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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사랑해'에서 안전하게 구조해 치료중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모산에서 발견된 고양이 '대모왕자'.(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때이른 겨울이 찾아온 듯 쌀쌀한 기운이 감돌던 지난 6일.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유주연 이사장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고양이보호단체를 만들어 10여년째 버려지고 아픈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유 이사장이라 평소에도 밤낮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들이 걸려온다. 이날도 어김없이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생명부지 여성의 목소리는 다급했고 간절했다. 

"산에 다리가 부러지고, 눈을 못 뜨는 고양이가 있어요. 살려주세요." 제보를 받은 유 이사장은 단걸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서울 강남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대모산. 그곳엔 한 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좋지 않은 작고 어린 고양이가 있었다.

다리는 어쩌다 부러졌는지, 왜 쌀쌀한 날씨에도 몸이 젖도록 개울가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유주연 나비야사랑해 이사장이 고양이를 구조하고 있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가까이에서 마주한 고양이의 몸 상태는 더 심각했다. 기력을 잃어 낯선 사람이 근처에 다가가도 도망치지 못했지만 그 만큼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고양이 상태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유 이사장은 개울로 직접 내려가 자신의 옷으로 감싸 구조했다. 

품 안에 들어온 고양이는 몸에서 썩은 냄새가 아주 심하게 났다. 부러진 다리보다 전반적인 상태가 더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동물병원에 도착해 기초검사를 진행해보니 두 살 남짓으로 추정되는 이 고양이는 심각한 저체온과 탈수, 만성 염증 상태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홀로 견뎌 낸 것으로 짐작됐다.

대모산에서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고양이에게 유 이사장은 '대모왕자'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유주연 이사장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인 '대모왕자'는 기력이 회복되는 대로 부러진 다리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면서 "현재 체온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무사히 기력을 되찾고 수술도 받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된 고양이 '대모왕자'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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