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늑대 모피로 '둔갑'한 시베리아 말라뮤트 가죽
중국산 늑대 모피로 '둔갑'한 시베리아 말라뮤트 가죽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1.1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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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이정미 의원, '개·고양이 모피 수입 금지법' 통과 위한 보고서 발표
중국산 모피 최대 생산지 중국 헤베이성 수닝 모피유통매장 실태 조사
꼬리와 귀, 다리뼈가 그대로 붙어있는 골든 리트리버, 저먼 셰퍼드, 시베리아 말라뮤트의 털가죽.
꼬리와 귀, 다리뼈가 그대로 붙어있는 골든 리트리버, 저먼 셰퍼드, 알래스칸 말라뮤트의 털가죽.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산 모피의 충격적인 실태가 공개됐다. 모피 가운데는 시베리아 말라뮤트의 가죽이 늑대 털로 둔갑하기도 했고 골든 리트리버, 시베리안허스키, 저먼 셰퍼드, 길고양이 가죽이 모피로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권단체 케어(대표 박소연)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함께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일명 '개·고양이 모피 수입 금지법'(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통과를 위한 보고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케어 조사팀이 지난 10월 세계 최대 모피시장이 있는 중국 허베이성 수닝 현지의 모피 농장, 가공공장, 유통시장 등을 조사한 결과가 담겼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모피 생산, 유통, 가공국이다. 전 세계 유통 모피의 75% 정도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모피 농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윤리적인 사육 실태와 잔인한 도살방법 등은 이미 페타(PETA)나 액트아시아(Actasia) 등 국제동물보호단체들의 고발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개와 고양이의 경우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과 유기묘는 물론 주인이 있는 반려동물마저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모피로 가공한다.

이렇게 생산된 개·고양이 모피는 주로 의류의 트리밍이나 모자, 액세서리, 목도리, 장난감 등으로 제작돼 다른 동물의 털로 속여 한국이나 러시아 등지로 수출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모피 수입량은 2001년 1억5000달러에서 2005년 2억1000달러, 2010년 3억달러로 10년새 2.5배가 늘어났다. 

 

중국 현지에서 고양이는 모피의 색에 따라 다른 가격에 거래된다. 살아있는 고양이는 13위안(2000원), 고양이 모피는 색깔과 질에 따라 7~20위안(1200~3200원)에 판매된다.

 

현재 국내에 수입·유통되는 대부분의 모피 제품들은 중국산이다. 지난 1월에는 고양이 모피 코트가 국내 한 오픈마켓에서 버젓이 판매되기도 했다.

앞서 케어는 지난 7월 국내에 수입·유통되고 있는 열쇠고리와 고양이 장난감, 의류 등 총 14개 제품의 DNA를 조사한 결과, 3개의 제품에서 고양이 모피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캐어 조사팀이 직접 방문해 조사한 수닝 모피 유통단지에서는 개와 고양이, 여우, 라쿤 뿐만 아니라 캐나다 등지에서 가공을 위해 들여온 온갖 야생동물의 모피가 거래되고 있었다. 유통단지 인근에 위치한 시장에서는 모피들을 잔뜩 실은 수레들이 즐비했는데, 그곳에서 거래되는 라쿤 10마리 한 묶음의 가격이 약 100위안(1만 6000원)이었다.

고양이는 모피의 색에 따라 다른 가격에 거래됐다. 중국 현지에서 살아있는 고양이가 13위안(2000원), 고양이 모피는 색깔과 질에 따라 7~20위안(1200~3200원)에 판매됐다. 코트 1벌을 만들 때 약 40마리의 고양이 모피가 사용돼 도매가로 550위안(9만원), 소매가 980위안(16만원)에 거래된다.

개 모피의 경우는 110x60㎝, 85x45㎝, 65x35㎝의 사이즈가 평균 50~70위안(8000~1만2000원)이다. 케어 조사팀이 방문한 수닝 유통시장에서는 큰 개의 가죽은 90~300위안, 작은 개의 가죽은 50~80위안(8000~1만3000원)에 판매됐다. 저먼 셰퍼트 모피의 경우 200위안, 골든 리트리버와 허스키는 300위안(5만원)에 거래됐다.

일부 대형견 모피의 경우 귀와 꼬리 뼈, 다리 뼈가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케어 조사팀은 설명했다.

 

꼬리와 귀, 다리뼈가 그대로 붙어있는 골든 리트리버, 저먼 셰퍼드, 시베리아 말라뮤트의 털가죽.

 

조사팀에 따르면 수닝 국제모피유통센터 맞은편에는 야생동물만 취급하는 도매 유통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비버, 링스, 물범, 늑대, 담비 등 다양한 야생동물 모피가 판매됐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중국 광저우에서 도살되는 고양이의 경우 400만~500만마리로 추정되는데, 이는 한국 전체 반려동물과 맞먹는 숫자"라며 "개의 경우 대한민국 반려견 수의 열 배 이상인 1400만~2100만개의 모피를 생산하는데 희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수닝의 모피유통매장은 코엑스 규모의 10배에 달한다. 그곳을 빽빽이 채운 모피는 상당부분 한국으로 수출된다"면서 "이곳에서 판매되는 개·고양이 모피는 토끼나 밍크, 여우 등으로 거짓 표기돼 판매되고 특히 시베리아 말라뮤트는 늑대로 표기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개·고양이의 털을 원재료로 하는 제품의 제조·유통을 금지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이번 보고서 발표회는 개·고양이 모피 금지를 위한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라는 촉구의 자리”라면서 “이를 계기로 국민인식 개선은 물론, 향후 모피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2009년부터 개·고양이 모피 거래 및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밖에 영국,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등에서는 모피를 위해 동물을 기를 수 없으며 뉴질랜드, 인도에서는  모피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모피를 판매할 경우 6개월 징역형에 처하는 '모피금지법'을 논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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