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행복 뒤로 한 채 별이 된 나비야사랑해 29번째 희망이 '달리'
짧은 행복 뒤로 한 채 별이 된 나비야사랑해 29번째 희망이 '달리'
  • 이병욱 기자
  • 승인 2018.11.21 11: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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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성산 일출봉 부근서 구조된 뒤 수술만 10차례
유 이사장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다니길"
지난 2016년 10월 제주 성산 일출봉 근처에서 구조돼 2년여간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서 지내온 '달리'가 이달 초 생을 마감했다.
지난 2016년 10월 제주 성산 일출봉 근처에서 구조돼 2년여간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서 지내온 '달리'가 이달 초 생을 마감했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2016년 10월 제주 성산 일출봉 근처 작은 카페 앞.  마치 허리가 잘려보이는 작고 여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속살을 드러내며 등에 자리잡은 깊고 넓은 상처는 한 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심각했다. 

당시 세상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길고양이 '달리'다. 상처 입은 고양이의 사진 한 장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떠돌며 많은 이들의 한숨과 눈물을 만들었다.

달리의 사진을 찍어 안타까운 사연을 세상에 알린 이는 일출봉 근처에서 여러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던 '캣맘'이었다.

그는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의 상처가 심각함을 느끼고 이곳 저곳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상처가 너무 심한 길고양이를 돕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나비야사랑해' 유주연 이사장은 고양이가 '교상(물려서 생긴 상처)'을 입고 시간이 오래된 상태라는 걸 직감했다. 들개에게 물렸는지 아님 영역싸움에서 밀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 유 이사장은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보자가 알려준 성산일출봉 근처 작은 카페에 도착한 유 이사장 일행은 고양이의 안전을 위해서 즉각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오전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고양이는 오후 늦게서야 밥을 먹기위해 그곳에 나타났다.

유 이사장 눈에 들어온 고양이의 상처는 사진보다 더 심각했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아픈 고양이의 구조에 성공했다.

구조 당시 '달리' 모습.(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구조 당시 '달리' 모습.(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고양이가 찾아왔던 카페의 이름을 따 '달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서울로 데려왔다. 달리는 그렇게 나비야사랑해와 이리온동물병원이 함께 치료비를 후원하는 '희망이 프로젝트'의 29번째 희망이가 됐다.

달리는 구조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모두 10번의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면역이상으로 상처는 계속 커졌고, 등의 상처가 어느정도 치료되자 구내염과 신부전이 찾아왔다.

그렇게 아픈 몸이지만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서는 다른 고양이 친구들과 2년 넘게 잘 지냈던 달리. 지난달부터 급격히 몸이 쇠약해져 결국 보호소를 떠나 유 이사장의 집에서 간호를 받아왔다.

그동안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이승의 삶을 버텨왔던 달리는 결국 이달 초 조용히 별이 되고 말았다.

달리를 떠나보낸 유 이사장은 "상처가 계속 벌어지지 않고, 아프지 않고 건강했다면 고향인 제주도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살게 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바람 많고 탁 트인 제주도에서 긴 시간 살았을 달리에게 나비야사랑해에서의 2년이 충분한 행복은 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염려했던 마음을 조금은 알지 않았을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어 "떠난 뒤 하는 이야기들, 늘 부질없다는 거 알지만 달리가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마음껏 뛰어다니길 기도한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20일 2년전 구조됐던 일출봉 근처 작은 카페 부근에 달리의 유골을 뿌려줬다.

치료후 '달리' 모습.(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치료후 '달리' 모습.(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2년여간 투병 끝에 별이 된 '달리'는 지난 20일 자신이 구조됐던 일출봉 근처 작은 카페에 유골이 되어 마지막으로 방문했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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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2018-11-21 16:06:58
달리야 그곳서는 아프지말고 친구들과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기를 .. 나중에 꼭 그곳서 만나자 ㅜㅜ

집요부장 2018-11-21 15:46:04
달리야, 이제는 넓은 그곳에서 바람이 되어 마음껏 가고 싶은곳 다니렴, 아프지말고, 행복해라 ㅠㅠ